승패 여부 따라 내년 총선 및 대선 구도 영향

▲ 김문수,김부겸-김문수 전 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이 내년 2016년 총선 때 대구 수성갑 지역구에서 서로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내년 4월 13일로 예정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 수성갑 지역구 출마를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과의 ‘빅매치’ 성사 여부에 대해 정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김문수 전 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이 내년 2016년 총선 때 대구 수성갑 지역구에서 서로 ‘격돌’한다면, 이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의 빅 이벤트 중 하나로 단연 꼽힐 만하다.

◆ 김문수, 대구 수성갑 출마 ‘저울질’

김문수 전 지사의 경우 총선에서 당선에 성공한다면, 국회 입성과 더불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차기 여권 대선 주자의 강력한 ‘라이벌’ 구도가 확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김부겸 의원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 수성갑 당선에 성공한다면, 이는 김문수 전 지사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경우보다도 훨씬 더 거대한 후폭풍을 정치권에 남기게 된다.

즉 우리나라에서 여권 지지자의 ‘메카’로 통하는 대구에서 야당 의원이 당선된다는 정치사적 의의는 물론, 차기 대선 주자를 노리는 김문수 전 지사에게는 ‘치명타’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그동안 김문수 전 지사는 고심을 거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지사를 역임하며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 경기도 지역구에 출마하면 국회 입성에는 별 문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권’이라는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지려는 김문수 전 지사의 입장에서는 보다 결정적인 ‘승부수’를 던질 계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수도권 기반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것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한 것이다.

즉 김문수 전 지사는 대구 지역 총선 출마 및 당선을 통해 새누리당 지지층의 핵심 기반 중 하나인 TK(대구·경북)의 간판 주자로 안착함으로써, 현재 경남권의 맹주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자연스럽게 라이벌 구도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승부수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김문수 전 지사는 경북 영천 출신이지만 수성갑에 속한 경북고등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지역 연고 면에서 그리 불리하지 않은 점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총선 출마를 통해 ‘TK의 적자’라는 타이틀까지 노려볼만 하다.

그런데 김문수 전 지사가 이 같은 구상을 현실화시키려면, 우선 김부겸 전 의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인물과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김 전 의원이 차기 총선에서도 대구 수성갑에 출마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 與, 거물급 투입 텃밭 사수

김부겸 전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 때 대구에서 이한구 의원과 맞붙어 무려 40.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이른바 ‘김부겸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아울러 김부겸 전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대구광역시장 선거에 출마해 역시 만만치 않은 득표율인 40.3%를 얻어 여권을 바짝 긴장시켰다.

특히 김부겸 전 의원은 당시 대구광역시장 선거에서 수성갑에서만 무려 50.1%의 득표율을 기록해 당시 권영진 후보(현 대구시장)를 압도하기도 했다. 적어도 대구 수성갑 지역에서 김부겸 전 의원은 민심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김문수 전 지사가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다면, 대권 도전 못지않은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 정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현재 김 전 지사는 대구 수성갑 출마를 사실상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져 ‘빅 매치’의 성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대구 수성갑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다.

이한구 의원은, 김문수 전 지사에게 자신의 지역구에 총선 출마를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한 바 있다. 고향이 경북 영천인 김 전 지사는 이한구 의원의 요청이 있기 전에도 새누리당 차원에서 대구 지역 출마를 지속적으로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수 전 지사의 대구 수성갑 출마가 거의 기정사실로 확립된 계기는 바로 지난 5월 29일. 이날 김 전 지사는 이한구 의원의 요청으로 대구 수성구를 방문해 당원 및 주민과의 만남을 가졌다.

김문수 전 지사는 이날 대구 새누리당 수성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향을 위해 일을 하는 건 당연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사실상 대구 수성갑 출마를 암시하는 내용이라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김문수 전 지사는 “예전에 이곳에서 사흘 동안 택시를 운전해봤는데, 손님이 참 없고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며 대구 민생을 직접 체험하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김문수 전 지사는 “낙후한 대구가 활력을 되찾고 일자리가 좀 더 많아져 이곳에서 공부한 젊은이들이 대구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대구 지역 민심을 의식하는 내용의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이한구 의원은 “판단컨대 김 전 지사 같은 사람이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내 지역구를 훌륭한 정치인이 맡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한번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고 김문수 전 지사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편 김문수 전 지사는 석가탄신일인 지난 5월 25일에도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불국사를 거쳐 대구 지역 사찰을 방문하는 등 이 지역 출마를 타진하기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 때문에 여당 안팎에서는 “김문수 전 지사 등을 비롯한 거물들을 미리 차출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당 전략 차원의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기도 하다.

◆ 김부겸, 손학규와 전격 회동

정계 일각에서는 김문수 전 지사가 총선과 관련해 다른 거물들보다 유독 빠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로 “내년 총선 때 대구 지역에서 ‘김부겸 돌풍’이 다시 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김 전 지사를 긴급 투입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견해도 있다.

만약 김부겸 전 의원이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된다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총선 전체 판세는 물론 차기 대선 구도까지도 만만치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문수 전 지사가 대구를 여러 차례 방문하고, 이를 대구지역 의원들이 흔쾌히 환영하는 모습을 취하면서 김 전 지사의 ‘잠룡’의 위상도 세워주고, 아울러 새누리당의 최대 텃밭인 대구 지역 주민의 자존심도 살려준다는 전략을 실행중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김문수 전 지사 측이 보이고 있는 움직임에 대해 김부겸 전 의원은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언론 매체 등과의 인터뷰에서 “수성갑을 계속 준비해온 내 입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출마하더라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김문수 전 지사가 출마한다면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지난 6월 2일 김부겸 의원은 대구에서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와 만난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의 회동 배경을 두고 정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손학규 전 대표는 대구 만촌역(수성구 만촌동)에서 열린 한국서화 평생교육원 개원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를 방문했다. 손 전 대표가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0월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후 두 번째로 꼽힌다.

더욱이 대구 만촌역은 공교롭게도 김부겸 전 의원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대구 수성갑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김부겸 전 의원도 행사에 당연히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서 두 사람 간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개원식이 끝난 후 손학규 전 대표와 김부겸 전 의원은 함께 비공식 만찬에 참석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만남에 대해 “오늘 손 전 대표가 오신다길래 나도 행사장을 찾았을 뿐, 정치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누지 않았다”며 “그냥 격려의 말씀을 전하는 수준이었다”고 애써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정계 일각에서는 김부겸 전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가 가진 회동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김부겸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손학규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바 있어 두 사람의 인연은 보통 수준이 아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손학규 전 대표는 그동안 자신의 거처인 전남 강진으로 직접 찾아오는 정치인들도 일절 만나지 않던 상황이었다”라며 “그런데도 대구에 직접 가 김부겸 전 의원을 만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최근 손학규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내홍의 여파로 인해 ‘대안’으로 부각되는 분위기를 타고 있으며 이를 반증하듯 차기 대권주자 관련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김부겸 전 의원 역시 야권에서 영향력이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며 “비노계의 간판 격이자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것이 거의 확실한 손학규 전 대표와, 당내 중도파로 분류되는 인사인 김부겸 전 의원이 힘을 합쳐 야당 재편에 나설 경우, 그 파급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 평론가는 “이를 위해 우선 손학규 전 대표가 일단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이른바 ‘지원 사격’의 행보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손학규 전 대표는 “오랜 인연이 있는 서예가인 사공홍주 한국서화 평생교육원 원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개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 것”이라며 정계 안팎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다. [시사포커스 / 문충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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