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열기 이어가겠다”…전문가들 우려 목소리 커져

▲ 2일 금융감독원(원장 진웅섭·사진)이 지난해 8월 1일부터 시행해 오던 LTV·DTI 규제 완화를 1년 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시효 만료가 내달로 다가온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조치가 1년 더 연장되는 방안이 확정됐다.

2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 1일부터 1년 간의 한시적인 기간을 두고 시행한 LTV·DTI 규제 완화 방안을 1년 더 연장키로 하고 오는 17일까지 이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의신청에서 별다른 사항이 접수되지 않으면 1년 연장 방침은 확정된다.

이는 정부가 가계대출 규모 폭증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훈풍을 타고 있는 부동산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다는 정책적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년 전보다 2배 늘어났고 땅값도 급등세를 타는 등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건설업계도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규제 완화 연장을 계속 건의해 왔다.

지난달 31일에도 임종용 금융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계 부채가 1100조원을 넘었지만 가계의 금융재산이 부채보다 2배나 많고 연체율도 0.5%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부실해질 가능성이 낮다”면서 LTV·DTI 규제를 다시 강화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8월 1일 정부는 은행과 보험권에서 LTV 비율을 수도권은 50~70%, 비수도권은 60~70%로 적용하고 DTI는 서울 50%, 경기·인천 60%로 적용하던 것을 각각 70%와 60%로 단일화해 완화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전부터 강력히 추진해오던 것에 따른 것이다. 

▲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계 대출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집값 띄우기를 독려하다 부동산 경기가 꺼질 경우 부실 도미노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전문가들 “부동산 거품 꺼지면 대책 있나”
하지만 이후 세 차례의 기준 금리 인하까지 맞물리면서 가계부채가 폭증하고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4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은 4월말 기준 579조1000억원으로 이 중 주택담보 대출(양도분 포함)은 426조5000억원이다. 국제적 비교가 가능한 자금순환표상의 가계부채는 캐나다, 호주 등과 함께 가파른 편이며 OECD 주요국 평균보다 133.5%보다 훨씬 높은 164.2%(1295조원·지난해 말 기준)에 달했다. 4월 한달간 증가한 가계대출도 8조5000억원으로 월별 증가액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전체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099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말 1038조3000억원을 감안하면 불과 9개월 만에 61조원이나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의 부실 도미노 우려와 내수 잠식 등에 대한 우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가계부채 심각성은 저소득층에서 시작한 부실 도미노”라며 “미국 저소득·저신용자들의 서브프라임모기지 5~10%에서 세계경제 위기가 벌어졌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는 최경환 부총리의 “제2금융권 대출이 제1금융권 대출로 전환돼 상환 측면에서 질이 개선됐다”고 진단한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2금융권 가계 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1분기 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조309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새 26%(2조3381억원)나 불어난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 지표를 현 상황으로 판단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고 경고하면서 “지표는 점으로 보는 게 아닌 추세선으로 봐야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최근의 흐름은 위험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도 “거래량이 폭주하고 있지만 집값의 오름세는 미미한 반면, 가계부채 속도와 양은 빠르고 커지면서 내수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꺾이는 경우 대책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 부동산 매도 물량이 급증하고, 이에 금리가 상승하면 가계부채 상환 능력이 추락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현재도 상환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은 보험을 해약하면서 이자를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생명보험 보험 해지율은 8.8%를 기록, 전년 대비 1.6%p 상승했다. 연체율 역시 전달에 비해 0.02%p 상승햇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하, 주택대출 규제 완화, 주택경기 부양 정책으로 그동안 억제됐던 대출 수요가 살아나면서 가계부채 총량이 너무 많이 늘었다”고 진단하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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