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공급가 달라…공정위,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조사 중

▲ 윤리경영과 상생경영으로 유명한 유한킴벌리가 일반 대리점과 온라인 대리점에 제품 지급가를 각기 차별해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갑질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은 유한킴벌리 최규복 대표이사 사장. ⓒ유한킴벌리

윤리경영, 상생경영으로 유명한 생활용품 전문 업체 유한킴벌리가 대리점에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한킴벌리대리점 협의회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판매장려금’ 제도를 시행하면서 판매액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대리점에 장려금을 지급했는데, 이때 그 기준이 온라인대리점과 일반대리점에서 각각 달랐다. 일반대리점은 목표달성율이 90%이상 돼야 했지만, 온라인 대리점은 목표달성과 상관없이 장려금을 지급했다.

이뿐만 아니라 온라인대리점과 일반대리점에 물품을 공급하면서 공급가를 20% 이상 차이 나게 책정했고, 본사가 직접 소셜커머스에서 판매한 유한킴벌리 제품 가격이 대리점주들이 본사로부터 사오는 제품 가격보다 저렴했다. 즉 판매가가 매입가 보다 저렴했다.

이에 유한킴벌리 대리점주들은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며 한탄하고 있다.

▲ 본사가 제시한 기준을 판매치를 충족시킬 경우 지급되는 장려금이 대리점주들에게 ‘보너스’ 개념이라기 보다는 ‘필수 불가결’ 성격에 해당해 울며 겨자먹기로 판매 목표를 채운다는 점주들이 많아 문제가 제기됐다.ⓒ유한킴벌리

◆ 판매목표 장려금 제도, 보너스 아니다?

2일 유한킴벌리가 대리점에 장려금을 조건으로 판매목표를 강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조선일보>는 공정위 관계자가 “유한킴벌리 대리점협의회의 신고로 지난해 중순부터 공정개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대리점협의회는 유한킴벌리가 장려금제도를 악용해 강제로 대리점들이 판매목표를 달성하도록 만들고, 온‧오프라인 대리점에 각기 다르게 공급가격을 책정해 차별했다고 지적했다.

유한킴벌리가 현재 운영 중인 장려금 제도는 판매목표달성과 수금을 권장하는 성격이다. 만약 대리점이 유한킴벌리가 정한 판매목표 90%이상을 충족시켰을 경우 장려금을 차등 지급한다. 판매목표로 정해지는 금액은 각 대리점 마다 다른데, 매출 규모에 따라 4000만원에서 5억원 수준이다.

유한킴벌리가 지급하고 있는 장려금을 모두 합치면 대리점 월 매출의 10% 수준에 달한다. 월 매출이 3억원인 대리점이 장려금 조건을 모두 달성했을 경우 매출의 10%인 3000만원을 장려금으로 받는 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급되는 장려금이 대리점주들에게 ‘보너스’ 개념이라기 보다는 ‘필수 불가결’ 성격에 해당해 울며 겨자먹기로 판매 목표를 채운다는 점주들이 많아 문제가 제기됐다.

유한킴벌리 대리점협의회는 영업실적이 나빠 권장 판매목표를 채우지 못해 장려금을 받지 못하면 ‘적자를 보게 되는 구조’임을 지적하며, 손해를 보더라도 판매 목표를 채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대리점 판매목표 달성분에 대한 장려금 지급 문제에 대해 “대리점 평균 마진이 19%이다. 이 마진율 중 장려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이라 문제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협의회 관계자는 “본사는 대리점 평균 마진이 19% 수준이라 장려금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 대리점 운영 시 그만큼 마진이 나오기 힘들다”면서 “유한킴벌리 대리점 중에서도 실적이 상위권인 대리점 영업이익이 장려금을 포함해 13%가 채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대리점협의회는 본사가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매장에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 역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 유한킴벌리는 작년 8월 오프라인 대리점에는 ‘화이트 울트라 날개 중형 18개’ 제품을 1박스에 9만5760원에 납품했지만, 온라인 매장에는 ‘화이트 울트라 날개 중형 18+1개’ 제품 즉, 제품이 하나 더 들어가 있는 상품을 6만2400원으로 더 싼 값에 넘겼다.

이외에도 대리점협의회는 좋은느낌 슬림 날개 중형 13개입, 화이트 울트라 중형 10개입 등 전반적인 제품 가격이 오프라인 대리점보다 20~30% 저렴한 가격으로 온라인에 납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급가격은 2~3%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온라인 소비자가격이 오프라인의 80% 수준인 것은 시설 유지비용이 필요 없고 대량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이 저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유한킴벌리에 대해 협의회가 주장한 장려금 제도와 온‧오프라인 가격 상이 문제를 놓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유한킴벌리, 온라인대리점만 ‘편애’

유한킴벌리와 대리점협의회 측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협의회는 유한킴벌리가 온라인대리점의 실적을 위해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가격인상 전인 지난 2013년 6월 생리대 ‘수퍼롱오버나이트’를 5톤 트럭 약 15대 분량(견본 미포함)이자 유한킴벌리의 1회분 생산량에 해당하는 3700박스를 인터넷대리점에만 전량 공급했다.

또한 협의회는 유한킴벌리가 ‘후레쉬비데(마이비데)’ 제품을 신제품 홍보명목이라며 인터넷대리점에만 일반 대리점보다 훨씬 싼값에 판매했다고도 주장했다. 게다가 작년 7월 판매된 각티슈 ‘크리넥스 실크터치’의 경우 온라인대리점에 넘기면서 일반대리점에게는 지원하지 않는 견본을 끼워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 유한킴벌리가 쿠팡에 하기스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면서 대리점이 본사로부터 물품을 구입해가는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했다.ⓒ유한킴벌리

◆ 대리점 매입가, 쿠팡 판매가 보다 비싸

또한 유한킴벌리는 올해 초 기저귀 브랜드 하기스몰의 회사도메인을 인수 해 소셜커머스 사이트인 쿠팡 등에 직접 판매를 실시했는데, 이때 대리점이 본사로부터 물품을 구입해오는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에 상품을 판매했다. 이에 소비자들이 온라인몰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대리점 판매가가 아닌 ‘매입가’가 인터넷 판매가 보다 높다보니 대리점주들의 불만이 높다.

예를 들어 ‘하기스프리미어’의 경우 대리점 매입가가 5만1180원이지만, 쿠팡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3만8910원으로 매입가보다 24%나 저렴했다. ‘보송보송3팩’은 대리점 매입가가 4만7200원이지만 쿠팡 판매가가 3만1900원으로 매입가가 32.4% 나 비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판매점들 사이에서는 물품을 본사에서 납품받는 것 보다 쿠팡을 통해 매입하는 게 더 나았지만 ‘판매목표달성’에 따른 장려금제도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판매점이 본사가 정한 일정 분 이상의 판매치를 달성했을 경우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인데, 실적이 낮은 대리점의 경우 이 장려금을 받아야 적자를 면할 수 있어 본사로부터의 물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유한킴벌리는 ‘판매목표달성’부분에서도 일반대리점과 인터넷대리점 간 차별을 뒀다.

유한킴벌리는 일반대리점의 경우 목표달성율이 90%를 넘으면 매출의 2%를, 목표달성율이 100%이상이면 매출의 3%를 장려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인터넷대리점의 경우 판매목표를 충족시켰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품목별 매입금액의 최고 9%에 해당하는 장려금을 지급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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