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TS 수주 후 국산화 대신 외국 프로그램 납품…들킬까봐 불법복제 시도

▲ 일광공영의 이규태 회장과 실무진들이 지난해 4월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에 장착된 영상분석 프로그램(TOSS)을 불법 복제한 혐의로 검찰에 추가 기소됐다.ⓒ뉴시스

일광공영의 이규태 회장과 실무진들이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에 장착된 영상분석 프로그램(TOSS)을 불법 복제한 혐의로 검찰에 추가 기소됐다.

27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방산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과 실무진 고모 부장 등 총 3명을 저작권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추가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과 일광공영 실무진들은 지난해 4월 EWTS에 장착된 TOSS를 불법 복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불법복제를 비밀리에 시도하면서 ‘X 프로젝트’라는 작전명을 부여했다. 또 일광공영 실무진에게서 이메일 보고를 받을 때도 비밀 유지를 위해 암호를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TOSS는 싱가포르 IT업체 S사가 개발한 것으로 일광공영은 당초 공군과 EWTS 납품 계약을 하면서 해당 프로그램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기로 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S사의 프로그램을 대신 납품했다.

그러나 일광공영이 지불하기로 한 계약금 405만 달러(한화 48억원)를 전부 지불하지 않자 S사는 일정 시간이 경과되면 프로그램 가동이 멈추는 ‘타임록(Time lock)’이 걸린 제품을 납품했다. 이에 이 회장과 실무진들이 타임록을 해제하기 위해 S사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훔치는 ‘X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검찰이 확보한 이 회장과 고 부장 사이 주고받은 지난해 4월16일자 메일에는 ‘X, (금요일), 우천 예상되어 진행 추진, 동해 투어 중 실시, 본사 인력 지원 요청(2명)’ 등 두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이틀 뒤인 금요일에 작전을 실행할 테니 인원을 지원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에 같은 해 4월18일 이 회장은 일광그룹 계열의 W초등학교 직원 2명을 파견했다.

고 부장은 ‘D-데이’에 강원도 태백에 머무르던 S사 직원들을 삼척으로 불러내 주점에서 접대를 했고, 일광공영 측 직원 2명은 그 사이 S사 직원들의 숙소에 몰래 잠입해 프로그램을 무단 복사했다.

하지만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복제한 프로그램과 공군부대에 설치된 프로그램의 버전이 달라 타임록을 풀 수 없었다. 결국 일광공영은 타임록이라는 ‘시한폭탄’을 장착한 EWTS를 최종 납품할 수밖에 없었다.

합수단 관계자는 “S사 직원들의 컴퓨터에 있던 프로그램은 일광공영이 공군에 납품한 프로그램과 버전이 다른 것이어서 타임록은 해제할 수 없었다”면서 “부실한 EWTS가 그대로 공군에 납품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5일 서울북부지법은 서울지방국세청과 검찰이 지난달 27일 ‘이 회장의 서울 성복구 성북동 단독주택과 토지의 매매를 금지해달라’는 취지에서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국세청과 검찰이 지목한 이 회장의 성북동 부동산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단독주택을 가리키는 것으로 대지면적 1499㎡에 연면적 약 370㎡ 규모다. 시가는 80억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 부동산은 2004년 5월 미국 소재 회사인 ‘하발산 INC’에 매매된 후 현재까지 거래된 내역이 없다. 법원은 하발산 INC가 유령회사고, 실소유주는 이 회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 부동산을 통해 이 회장의 체납 세금 33억1000만원을 거둬들일 계획이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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