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세례 봉변에도 묵묵부답…반사적 이익 얻을 듯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최근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권을 노린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4.29 재보선 이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호남, 영호남을 폭넓게 넘나들고 있는 움직임에 눈길을 끌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광주 5·18 전야제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면서 연이어 물세례를 맞는 등 봉변을 당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5·18 기념식에서 정부가 반대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렇듯 김 대표의 ‘야권세력 껴안기’ 광폭 행보가 차기 대권으로 한걸음 나아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호남 민심 적극 공략

김 대표는 여당 지지자들과 거리가 먼 호남 민심에 다가가는 광폭 행보를 폈다. 지난 4·29 재·보궐선거 기간에는 6차례 광주를 방문했고, 지난 17일에는 5·18 기념식 참석과 재보선 낙선 인사를 겸해 다시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했다.

김 대표는 5.18 전야제를 참석했지만 일부 시민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물세례를 맞는 등 소란이 벌어지자 자리를 피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논란은 3년째 정부와 유가족 및 시민단체들이 따로 기념식을 갖는 ‘반쪽짜리’ 행사가 이어지게 하고 있다.

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은 가능하지만 제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제작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점을 지적하면서 정부는 나아가 국가지정곡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및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승춘 보훈처장은 임을 굳게 다문 반면, 김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나란히 노래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20일 5·18 민주항쟁 기념행사위원회 대표들은 국회에서 김 대표를 찾아 물세례 등 봉변을 당한 것과 관련해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접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에 김 대표는 “광주의 아픔을 함께 하려고 좋은 마음으로 갔는데 그런 일이 발생해 마음이 아프다. 전남방직의 아들로써 앞으로도 동서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전혀 미안해하실 필요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을 위해서 만들어진 아주 좋은 노래로 북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노 전 대통령의 추모 6주기에 앞서 올 2월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특히나 노 전 대통령과 극심한 대립관계로 알려진 만큼 김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진정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방명록에 “망국병인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타파를 위해 온몸을 던지셨던 서민 대통령께 경의를 표합니다. 참 멋있는 인생이셨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앞서 김 대표는 2003년 9월 당 의원총회에서 “나는 노무현을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노무현이가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해임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보수진영에서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포기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를 총괄했던 김무성 대표는 대선 정국에서 이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족과 친노 진영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 23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6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방문했다. 김 대표는 추모식에 처음으로 참석한 여당 대표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씨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제발 나라 생각 좀 하시라”라고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노건호씨는 추도식에서 유족 인사말을 통해 김 대표를 겨냥, “기밀문서 뜯어내고 그러고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댓글 달아 종북몰이 해대다가 아무 말 없이 (추도식 참석 사실을) 언론에 뿌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 풍모를 보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혹시 내년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안 하시려나 기대가 생기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고, 본인도 그 동안의 사건에 처벌받고 반성한 적도 없으니 그저 헛꿈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해하지 마시라”면서 “사과, 반성 그런 것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국가의 최고 기밀인 정상회담록까지 선거용으로 뿌리고, 권력으로 소수파를 말살했다”며 “국민을 지역과 이념으로 나누고, 권력과 사익만 챙기면 이 엄중한 시기에 강대국 사이에 한국의 미래는 어찌 하시려 하느냐”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중국이 30년 만에 저리 올라왔다. 힘 있고 돈 있는 집이야 갑(甲)질하기 더 좋을 수 있겠죠”라며 “어찌 하시려 국가의 기본 질서를 흔드십니까. 국체를 소중히 여겨 달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이 30년 만에 침몰할지 말라는 법 있나. 힘없는 백성의 피눈물은 어찌하려고 국가의 기본 질서를 흔드나”라며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파격 발언에 김 대표는 다소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의연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후 추도식장을 나서는 길에서도 물세례를 받았지만 예상한 듯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朴 ‘서진(西進) 전략’과 비슷

김 대표는 거듭된 물세례와 봉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야권 지지층이 많은 지역을 찾으려는 노력을 쏟고 있다.

결과적으로 통합과 화합 행보를 통한 포용의 리더십을 갖춘 듯한 모습이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봉변을 당하는 김 대표를 향한 동정표도 더해져 반사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물세례를 맞은 김 대표가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국 교수는 2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김무성에 대한 물병 던지기: 던진 이의 심정, 이해는 간다. 그러나 김무성은 속으로 미소 지을 것이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내년 추도식 및 그 전후에도 계속 올 것인데 비주얼이 선명한 달걀이나 페인트 세례를 원할 것”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최근 행보를 두고 차기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여야 구별없이 지지층을 넘나들며 불편한 자리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은 과거 대선에서 ‘서진(西進) 전략’을 펼쳤던 박근혜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여권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를 꼽히고 있는 것에 대해 자격이 없다며 겸손한 자세를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대한민국헌정회 정책포럼’ 특강에서 “나 스스로 대권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70살 넘어 새로 진입하는 정치인은 절대 할 생각이 없다. 대권은 하늘이 주시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4.29 재보선 승리에 힘입은 김 대표의 리더십은 현재로선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아가 차기 대권 지지율은 새정치연합의 깊은 내홍으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문재인 대표를 넘어서면서 더욱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에서 뚜렷한 차기 주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김 대표의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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