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온라인 공간을 뜨겁게 달군 가구 대기업 한샘 대리점의 인테리어 날림공사 논란을 계기로 한샘의 인테리어 사업 전략이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샘 최양하 회장은 “가구가 아닌 공간을 팔겠다”고 선언하며 인테리어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침대가 아닌 침실을 팔라”, “가구만 판매하는 회사는 지속성장을 하기 어렵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욕실 사업의 진출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초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여러 곳에서 한 주부가 “한샘의 인테리어 대리점에 공사를 맡겼지만 시공 상태가 엉망이었고 공기도 어겼으며, 하자 보수를 요구했지만 오히려 잔금 미납으로 고소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여기저기서 한샘과 대리점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고, 이 과정에서 “대리점을 관리하지만, 책임은 없다”는 식의 한샘 측의 어정쩡한 태도가 논란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주부의 주장이 대리점 측의 주장과 일부 엇갈리는 부분도 있지만, 어찌됐든 대부분의 공사 마감 상태에 대한 사실과 계약서 등에 비춰볼 때 논란의 1차적인 원인 제공자는 물론 해당 공사를 시공한 대리점 측이다. 대리점 측은 계약을 했음에도 이사 예정일까지 공기를 맞추지 못했고, 마감 상태 역시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과연 이 인테리어 대리점이 한샘의 대리점으로 불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한샘 측은 전체 인테리어 중 “한샘의 제품이 쓰인 곳만 시공을 책임지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이 주부와 대리점 간의 다툼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자세를 취해 한샘이라는 대기업을 믿고 공사를 맡기거나 맡길 예정이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결국 분쟁은 ‘디자인한샘’이라는 간판을 내건 대리점에 대한 관리가 느슨하기 짝이 없다는 부분에서 출발한다. 이 주부는 대기업의 간판을 믿고 짧은 공기와 사후 서비스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브랜드를 택했지만, 많은 한샘 대리점들은 한샘의 제품 이외의 부분은 스스로 책임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한샘 본사 측은 초기에 “본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은 한계가 있고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닌) 중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취해 큰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크게 확산되자 “최종적인 책임을 질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피해자와 만나 얘기를 나눌 것”이라던 한샘 측의 중재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알 수 없는 경로로 주부 측이 터무니없는 금액을 한샘 측에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주부는 명예훼손까지 거론하며 크게 격분했고, 대리점 측은 한샘 본사 측이 강압적인 태도로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오히려 한샘 측이 화를 키운 셈이다.

모든 것은 한샘의 인테리어 대리점이 사실은 대리점이 아닌 것이나 다름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한샘 대리점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당연히 한샘의 브랜드를 믿고 계약하지만, 실제 시공하는 인테리어 대리점들은 한샘 제품이 아닌 제품을 섞어서 사용한다. 취급하지 않는 부분이 많고 한샘 측이 자사 제품에 대해서만 시공해주기 때문이다.

사실상 본사부터가 인테리어 전반을 다루고 있지 않는 셈이며, 한샘 직영점인 목동 등의 플래그샵에서 인테리어 공사계약을 한 소비자도 결국 직영점에 입점한 대리점과 계약을 한 것일 뿐 본사 차원에서는 인테리어를 맡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한샘의 인테리어 사업이 아직은 허울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러니 대리점의 부실시공 문제가 생기면 대리점 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우선이 되기 마련이다. 한샘 측은 보상을 약속하면서도 “최종적으로 우리가 책임을 지고 대리점 측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일관하고 있다. 구상권을 전액 청구할 경우 결국 한샘 본사가 한 일은 이 주부와 대리점 간을 중재한 것뿐이다.

이 주부는 대리점 측과 함께 한샘 본사도 고소했다. 하지만 판례상으로 한샘 측의 명의대여자로서의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결국 수 천만원으로 한샘이라는 브랜드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법적인 책임을 묻기도 힘들고 이번 사건처럼 논란이 커지기 전에는 제대로 보상받을 길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인테리어 시장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결혼을 시작하는 신혼부부들에게 “집과 혼수를 제외한 부분에서 어떤 분야에 가장 많은 비용을 쓸 용의가 있는가”라고 물었는데 신부 측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것이 바로 ‘인테리어’였다.

당연히 가구 브랜드 중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한샘이 인테리어 시장 성장의 수혜주로 꼽히고 있지만, 지금처럼 책임을 지지 않아도 그만인 어설픈 시스템으로 인테리어 대리점에 자사 브랜드를 달게 해준다면 소비자들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샘 관계자는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자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면서 최종 책임을 약속했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도의적 책임이 아닌 법적인 책임이다. 인테리어 기업을 표방하고 많은 곳에서 대리점 계약을 맺기 이전에 ‘도의적 책임’이 아닌 ‘법적인 책임’을 당당하게 져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닐까.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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