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광-SK C&C, 방산비리 커넥션 수사 향방은?

▲ 법원이 국가를 상대로 1000억원대 방산사업 사기를 쳐 구속기소된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의 ‘숨겨진 재산’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뉴시스

국가를 상대로 1000억원대 방산사업 사기를 쳐 구속기소된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의 ‘숨겨진 재산’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25일 서울북부지법은 서울지방국세청과 검찰이 지난달 27일 ‘이 회장의 서울 성복구 성북동 단독주택과 토지의 매매를 금지해달라’는 취지에서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국세청과 검찰이 지목한 이 회장의 성북동 부동산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단독주택을 가리키는 것으로 대지면적 1499㎡에 연면적 약 370㎡ 규모다. 시가는 80억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 부동산은 2004년 5월 미국 소재 회사인 ‘하발산 INC’에 매매된 후 현재까지 거래된 내역이 없다. 법원은 하발산 INC가 유령회사고, 실소유주는 이 회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 부동산을 통해 이 회장의 체납 세금 33억1000만원을 거둬들일 계획이다.

앞서 2009년 이 회장은 공군의 공군전자전훈련시스템(EWTS) 도입 과정에서, 국산 기술로 개발한 EWTS를 방위사업청에 공급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 기술 개발 없이 터키 하벨산 사의 EWTS를 2012년까지 공급해 납품가 9600여만 달러(한화 약 1000억원) 중 51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3월 구속기소됐다.

▲ 검찰이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도봉산 인근 컨테이너 야적장에 숨겨 놓은 방산 관련 서류를 토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일광공영 계열사가 군의 공식 행사에서 또 다른 해외 무기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져 논란을 빚었다.ⓒ뉴시스

◆ 일광-SK C&C, 방산비리 커넥션

한편,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지난 19일 이 회장의 방산사업비리에 가담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전직 SK C&C 전 전무 윤모씨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SK C&C가 실제 방위산업 납품 가격 부풀리기에 관여했느냐에 관심이 쏠렸다.

합수단 조사 결과, 윤씨는 SK C&C EWTS 사업담당으로 일하면서 이 회장이 부품단가를 부풀려 510억원의 사업료를 빼돌리는 것을 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SK C&C는 EWTS에 들어갈 일부 부품을 개발하기로 하벨산 사와 하청 계약을 맺었지만 제대로 연구개발을 수행하지 않았고, 사업 중 일부를 이 회장 아들이 운영하는 (주)솔브레인에 재하청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합수단은 지난 11일 윤씨 밑에서 일했던 SK C&C 직원 지모 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합수단은 경기 의정부 도봉산 자락 컨테이너 야적장에 있던 이 회장의 비밀 컨테이너 안에서 발견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만약 SK C&C 포함 방사청과 육해공군, 국군기무사령부 관계자 중 이 회장의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처벌 한다는 게 합수단 입장이다.

◆ 이 회장 구속에도 무기 홍보 타격 없어

이 회장이 방위사업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 됐음에도 그의 일광공영은 흔들림 없는 모습이다. 최근 일광공영 계열사가 군의 공식 행사에서 또 다른 해외 무기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기 때문이다.

일광공영 계열사 ‘일진하이테크’는 지난 14~15일 육군항공학교에서 개최된 ‘무기체계 소개회’에 참여했다. 이 행사는 합동참모본부와 육군본부의 실무자들이 대거 참석해 무기 도입을 검토하는 자리로 군‧산업‧학계가 무기 및 전력지원체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틀간 진행된 이 행사에서 첫째날인 14일 오후 1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5개 업체를 대상으로 각 20분씩 무기체계 장비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됐는데 이 때 일진하이테크가 참여했다.

이에 방산업계에서는 일광공영 계열사가 그룹 오너의 검찰 수사에도 아무런 제약 없이 영업행위를 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육군본부 측은 “다음번 무기체계 소개회를 개최할 때는 참가업체를 신중하게 정할 것”이라면서도 “장비설명회 자체는 직접적인 구매계약과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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