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장비만 2억 상회…잇단 논란에 사퇴 압박 거세져

▲ 잇단 논란에 사퇴 압박을 꾸준히 받고 있는 한국투자공사 안홍철 사장이 이번엔 1년간 2억원이 넘는 세금을 출장비로 썼다는 호화출장 논란에 휘말렸다. ⓒ한국투자공사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의혹을 받던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LA다저스 투자 논란,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논란 등에 연달아 휘말리며 사퇴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호화 출장’ 논란에 휘말리며 바람 잘 날 없는 2015년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투자공사가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안홍철 사장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4개월간 24차례 걸쳐 115일간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출장비로 총 2억1681만원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1일 평균으로 환산하면 무려 188만원 꼴이다.

이중 항공료가 절반이 넘는 1억4193만원(65%)를 차지해 비중이 가장 컸고, 총 72일의 숙박비용이 4159만원에 달해 하루 약 58만원 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무원 여비구정상 장관 등 국무위원급에 허용되는 1일 숙박비 상한 471달러(약 51만3000원)보다 7만원 가량 많은 수치다. 안홍철 사장이 임기의 4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내면서 국무위원보다도 더 많은 숙박비를 지출한 셈이다.

특히 안홍철 사장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사흘 밤을 머무르면서 225만원을 내 1일당 75만원을 지불했고, 올해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하얏트 호텔, 뉴욕 그랜드하얏트 호텔, 런던 사보이호텔 등에서 3박씩 머무르면서 각 호텔당 140만~200만원을 지출했다.

고급 렌터카 이용비도 총 1722만원이 별도로 들어갔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했을 당시에서는 5박 6일간 다보스에 머물면서 아우디 차량에 332만원, 지난해 7월 중순 미국 워싱턴DC에서는 캐딜락 차량에 97만원이 지출됐다.

◆박원석 의원 “안홍철 사장 즉각 사퇴하라”
또한 한국투자공사는 기존에 임원 출장비용을 사전 심사하도록 돼 있던 규정을 안홍철 사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사후심사로 고쳤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안홍철 사장은 2013년 12월 취임했다.

한국투자공사는 여비 세칙을 개정하면서 국회 여행에 대한 심사를 위해 설치할 수 있는 별도의 위원회를 사후 심의 위원회로 고치고, 사전에 출장 부적합 사항이 예측가능하도록 객관화돼야 한다는 조항도 삭제했다. 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집행지침에서는 사전 심사를 강화하도록 명시돼 있어 한국투자공사의 개정은 정부의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자료를 제출받은 박원석 의원은 “국가재정이 어려운 시기에 무리한 출장으로 방만경영까지 하고 있다”면서 “한국투자가 본인의 것인 양 황제식 출장을 다니며 기관을 사유화해 국민세금을 탕진하는 안홍철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일자 한국투자공사 측은 같은 날 “해외 투자라는 업무 특성과 현장 중심의 투자 프로세스 확립 차원에서 임직원들의 해외 출장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출장업무 효율화를 목표로 여비세칙을 개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안홍철 사장의 ‘호화출장’ 논란에 대해서도 “취임 후 출장일수는 115일이지만 숙박일이 72일에 불과하다는 것은 기내 숙박 등 출장비 절감을 위해 노력한 것”이라며 호화출장 논란을 부인했다.

특히 한국투자공사 측은 특정 호화 호텔의 숙박에 대해서도 “행사가 열린 장소거나, 투자 검토 대상이었기 때문에 숙박이 불가피했고, 여비 세칙이 개정된 것도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이 아니라 지난해 11월”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한국투자공사는 “안홍철 사장은 취임 후 현장 중심의 해외투자 업무체계 확립과 지난해 출범한 글로벌 공공펀드 공동투자 협의체(CROSAPF)의 안정적 출범, 동 협의체 및 공동투자 활성화를 위해 직접 해외 현장을 방문하고 해외 인사들과 미팅을 가져 왔다”고 밝혔다. 

▲ 안홍철 사장은 이미 취임 초기부터 박근혜 대통령 후보 대선캠프 시절의 트윗 때문에 야권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친 바 있다. 안홍철 사장 때문에 기재위는 1년 넘게 파행을 거듭했고, 여야는 결국 사퇴 촉구에 합의했지만 본인이 버티고 있어 별 다른 수가 없는 상황이다. ⓒ트위터

◆여야 압박에도 안홍철 사장 ‘버티기’
한국투자공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잇단 논란 속에 사퇴의혹을 받아오던 안홍철 사장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안홍철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고, 7년여 간 친박계를 후원해왔다는 점 때문에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다. 가뜩이나 안홍철 사장은 관료 출신으로 2001년 당시 재정경제부 부이사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퇴직한 이후 15년 간 공공기관 및 정부 지분 보유 기업의 요직을 옮겨다녀 낙하산 행보라는 비난을 들어오던 상태였다.

특히 안홍철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당시 대선캠프에서 활동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선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게재한 사실이 알려져 야권의 큰 반발을 샀다.

안홍철 사장이 2012년 1월부터 ‘독다방DJ’(DokdabangDJ)라는 아이디로 트위터상에서 활동하며 적은 글에는 “노무현은 종북 하수인, 전부 빨갱이”, “이완용보다 더 나쁜 사람이 노무현과 문재인 일당” 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포함돼 있다. 안홍철 사장은 이밖에도 야권을 비방하는 수많은 글을 직접 작성하거나 퍼 날랐다.

하지만 안홍철 사장은 야권의 잇단 사퇴 요구와 여권의 합의에도 끝내 ‘버티기’에 성공했다. 선후배 사이로 알려진 최경환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연말까지 (안홍철 사장의 진퇴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2월 최경환 부총리는 “국회 요청이 실천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안홍철 사장 본인이 사퇴하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한국투자공사법에는 사장 신분보장 규정이 있어 경영상 이유 외에는 해임이 불가능하다.

◆LA다저스 투자건, 다시 발목 잡아
‘버티기’가 먹히는가 했지만, 이번에는 ‘경영상 이유’라고 할 수 있는 메릴린치투자손실, 부동산펀드투자 문제에 이어 LA다저스 투자 건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21일 박원석 의원은 안홍철 사장이 정식 절차를 위반한 채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 야구단 LA다저스의 투자건을 진행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박원석 의원에 따르면 안홍철 사장은 지난 1월 중순 LA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구단주인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임원진 및 다저스 관계자들과 만났다. 이어 한 달여 뒤인 지난 2월 투자실무위원회 예비심사가 처음 개최됐다. 한국투자공사는 LA다저스 지분 19%를 4000억원에 사들일 예정이며 최소 3%의 수익률을 보장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규정상 예비심사 전에는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전면에 나설 수 없고, 마지막 절차인 ‘투자위원회’ 단계에서야 최종 투자 여부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는 사장의 입김에 부당한 투자 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논란이 제기되자 한국투자공사는 안홍철 사장이 투자대상들을 만난 사실을 숨긴 채 국회에 허위자료를 제출했다가 박원석 의원이 지속된 요구에 결국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출장기록을 다시 제출하는 웃지 못할 일을 감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안홍철 사장이 인터뷰에서 구겐하임 파트너스와 체결한 비밀유지계약(NDA)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안홍철 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투자공사가 LA다저스에 대한 투자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계약 과정에서 지분을 ‘누적 우선주’ 형태로 확보해 최소수익을 보장받겠다”고 밝혀 구체적인 계약방향을 노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투자공사 측이 “방문 전에 비밀유지계약이 체결된 만큼 정식투자 절차가 시작된 후에 안홍철 사장이 움직인 것이고, 언론 인터뷰도 구겐하임 측의 동의를 얻어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적자 상태인 LA다저스에 투자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를 두고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LA다저스 투자시 4000억원 이상의 원금과 보장수익을 수 년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매매가 어려운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외환위기 대응 능력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투자공사는 영국의 세계적인 프로축구단 맨체스터 시티의 지분 투자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한국투자공사는 LA다저스 투자실무위원회 예비심의에 참여한 직원 30여명에게 지난 6개월간의 휴대전화 기록내역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이메일까지 발송해, 사찰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 한국투자공사는 최근 류현진, 박찬호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국민 야구단으로 여겨지는 미국 프로야구단 LA다저스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홍철 사장은 내부 규정 위반, 계약비밀유지 조항 위반 등의 의혹을 받으며 최근 기재위에서 감사원 감사 청구까지 결의되기도 했다. ⓒLA다저스

◆정치권은 KIC 폐지까지 추진…사퇴 압박 거세져
이처럼 가뜩이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안홍철 사장이 호화 출장 논란에까지 휘말리자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안홍철 사장의 퇴진 요구에 합의했던 정치권은 지난 달 21일 한국투자공사의 LA다저스 지분 인수 과정 등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기재위에서 통과시켰다. 기재위는 한국투자공사가 추진해 온 각종 투자 사업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해외 출장시 비용을 낭비했다는 의혹과 투자심의 과정에서의 검증 부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퇴진건 처리를 다짐했음에도 한 달여가 지난 현재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안홍철 사장은 사퇴를 거부하며 요지부동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경환 부총리 뿐 아니라 금융위 고위간부까지 안홍철 사장을 설득햇지만, 본인 스스로 물러날 수는 없다며 설득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국회 기재위가 감사원 감사 결과 이후 안홍철 사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한국투자공사의 업무를 한국은행에 넘기고 한국투자공사를 폐지하는 폐지법안을 처리하는 초강수까지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 지난 2월 정희수 기재위원장(새누리당)과 기재위 야당 간사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 한국투자공사 폐지법안을 추진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각종 논란이 가중될수록 향후 안홍철 사장이 선택할 수 있는 입지가 자꾸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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