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기준 남부발전의 금리 국고채 보다 낮아

▲ 남부발전이 지난 7일 2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5년 만기와 7년 만기 공사채 입찰 공고에서 전액 유찰을 통보했다. 이번 입찰에는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증권등이 참여해 총 1400억원 수준의 투자 수요가 만들어졌지만 당초 남부발전이 원했던 2000억원 보다 600억원이 모자라자 결국 남부발전이 공사채 발행을 철회했다.ⓒ한국남부발전

발전자회사들(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남동발전 등)은 그동안 높은 신용등급 덕에 국고채 수준 또는 그 보다 낮은 수수료로 채권 발행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남부발전의 공사채 발행이 증권가 큰 손인 KB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 등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입찰수요를 채우지 못하고 유찰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일반적으로 국고채는 위험이 없는 채권(Risk-free)으로 분류되지만 이외 발전자회사 등의 채권들은 국고 금리에 가산금리를 붙여 금리가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발전자회사들은 채권을 발행하면서 국고채 수준 혹은 그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를 붙여 증권사들의 불만이 많았다. 이에 ‘남부발전 사태’를 두고 ‘터질게 터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수수료 녹이기 감시 확대’와 대형 증권사들의 발전회사 채권 인수 능력 고갈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 남부발전 사태, 예고된 수순이었나

20일 IB업계에 따르면 모회사인 한국전력공사 덕분에 신용등급 ‘AAA’를 지켜온 남부발전이 지난 7일 2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5년 만기와 7년 만기 공사채 입찰 공고에서 전액 유찰을 통보했다. 이번 입찰에는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증권등이 참여해 총 1400억원 수준의 투자 수요가 만들어졌지만 당초 남부발전이 원했던 2000억원 보다 600억원이 모자라자 결국 남부발전이 공사채 발행을 철회했다.

발전자회사들의 경우 그간 국고채 수준의 낮은 금리가 용인될 정도로 증권사들 사이에서 신용도가 높은 투자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계열 발전사끼리 국고채 보다도 낮은 수준의 금리로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면서 증권사들이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부발전이 유찰을 통보하기 전날인 지난 6일 기준 한국남부발전의 금리는 5년물 2.352%, 7년물 2.514%였다. 국고채 대비 각각 11.9bp, 12.2bp가 낮았다.

이미 지난 2월 남부발전이 발행한 3년 만기 사모사채의 금리만 하더라도 모회사 한국전력의 특수채 금리 2.126% 보다 16.5bp 낮은 1.961% 수준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국채 3년물 기준 금리였던 2.050%과 비교해도 8.9bp 낮다.

◆ 수수료 녹이기, 꼬리 밟힐까

남부발전 사태에 대해 그 동안 발전자회사채 채권 발행시 공공연하게 이뤄졌던 ‘수수료 녹이기’가 드디어 민낯을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수료 녹이기란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채권을 대신 팔아주는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발행금리에 얹어서 투자자에게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년물 회사채의 발행금리를 2%로 정하면서 증권사가 기업으로 부터 수수료로 15dp(0.15%p)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하면, 이때 증권사는 수수료를 3년으로 나누어 매년 5dp씩(만기 3년)을 보태 결과적으로 2.05%의 발행금리를 투자자에게 주는 것이다.

발전자회사들은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싶어 하는데, 그러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 이때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정해진 발행금리 외에 자기들이 발전자회사로부터 받을 수수료를 얹어주면서 회사채를 팔아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는 남는 게 없지만 기업으로부터 ‘우호적인 증권사’로 인식될 수 있고 향후 인수‧합병 같은 빅딜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발전자회사 채권의 경우 일괄신고제를 통해 수요예측 없이 발행돼 왔기 때문에 증권사와 투자자간 사전 협약을 통해 대부분의 투자가 결정된다. 이에 금리 결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많았다. 채권발행 직후 수수료 녹이기가 주로 발생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수수료 녹이기는 시장금리를 왜곡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30일 ‘일괄신고서를 통한 채권발행시 유의사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 증권사와 일괄신고 발행기업에 전달했다. 인수회사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채권 인수시 수수료 녹이기가 계속될 경우 수요예측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다.

◆ KB·대우證, 남부발전 외면 이유는?

한편, IB업계는 KB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이 남부발전 채권발행에 불참의사를 밝힌 이유에 대해 두 곳 증권회사가 더 이상 발전회사의 채권을 인수할 만큼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KB투자증권의 경우 현재 주택저당증권 매각이 불발돼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이와 관련해 KB투자증권 관계자는 “주택저당증권미매각이 있지만 헤지(위험분산‧금리고정)를 해놔서 금리 상승에도 별다른 타격이 없고, 3월 중부발전 이후 발전자회사 채권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은 시장 금리 상승 영향으로 기존 발전자회사 미매각 채권에서 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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