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블루밸리 산단 이주민들 “LH, 부익부 빈익빈 조장”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에서 이주민들과 잇단 마찰을 일으키며 눈총을 받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무주택 서민 주거 안정과 국토의 효율적 개발을 목적으로 출범한 거대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블루밸리 산업단지 조성과정에서 저소득층 차별 논란, 땅장사 논란 등에 연달아 휘말리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19일 포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LH는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과 동해면·장기면 일원에 첨단부품소재 산업단지인 ‘포항블루밸리’를 조성하면서 세운 이주자들에 택지 분양 순위 결정 방침으로 저소득층 차별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아울러 서민들에게 싼 값으로 토지를 매입해 수백억 원의 이익을 올렸거나 올릴 예정이라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LH측은 효율성 면에서 당연하다는 입장을 취하거나 크게 폭리를 취한 것이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으며 맞서고 있다.

◆‘장밋빛 전망’ 포항블루밸리, 우여곡절 끝에 사업 개시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은 2019년까지 총 736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철강부품과 에너지, 기계부품 등의 사업장과 함께 주거지와 공공시설 등이 들어선다.

시행사인 LH는 총 611만9465㎡의 조성 면적 중 지난해 10월 238만5199㎡의 1단계 공사에 착공해 현재 기초공사가 진행 중이며, 2단계 공사를 통해 오는 2019년 9월 완공을 목표로 373만 4266㎡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산업단지는 3.3㎡당 분양가 72만원으로 하루 2만8718㎥ 용수공급 및 1만5259㎥의 오·폐수처리와 연간 269만 5722MWh 전기공급이 가능한 포항시 최대규모 산업단지다.

특히, 뛰어난 접근성으로 경쟁력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개통돼 수도권과의 거리가 2시간대로 좁혀진 KTX 포항역사와는 25분, 대구·경북 유일의 국제물류항만인 영일만항과의 거리는 30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또 내년 말 포항~울산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울산과의 거리도 30분에 불과해 자동차 부품업체 유치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LH가 이주민들과 잇딴 마찰을 겪으면서 현재까지의 사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는 2008년 5월 국가산업단지로 지정·고시됐지만, 이주민들이 낮은 보상가에 반발해 그간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 왔다.

그간 소액보상에 불만을 품은 이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장 진입로에서 중장비 진입을 차단하는 등 집단 농상을 벌였고, 이에 시행사인 LH공사와 시공사인 화성산업, 강산건설 등이 공사방해 혐의로 비상대책위원회 간부 10여명을 고소하고 76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다툼까지 발생했다.

당시에도 LH공사는 평당 27만원의 보상가로 평당 54만원의 국가산업단지 내 이주지역으로 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 법적 소송으로 이주민들을 옭아매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주민들은 60여일 간 현실성 있는 이주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천막농성까지 벌였다.

장기간의 대치 끝에 결국 비상대책위원회와 LH공사가 극적으로 합의를 마쳐 지난해 10월 1단계 사업에 착수했다.

◆이주자 택지 공급 순위 결정 방식 도마 위
하지만 이번에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야 할 거대 공기업 LH가 서민들을 오히려 차별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일 LH는 ‘포항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이주자 택지 분양설명회’를 열고 이주대책 대상자의 이주자 택지 공급 순위 결정 방침을 밝혔다.

LH는 가장 목이 좋고 향후 지가 상승이 유리한 땅을 1순위에 배치하고, 상대적으로 구석으로 내몰려 향후 지가상승 여력이 적은 땅은 3순위에 배치했다. LH는 이에 따라 총 216가구 중 1순위에 65가구, 2순위에 89가구, 3순위에 62가구를 배치했다.

얼핏 보기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 방침은 순위 결정 기준이 알려지면서 3순위 대상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각 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제시한 기준 내에 빨리 철거·이전을 완료한 순서’였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순위 결정 기준을 살펴보면 1순위에는 ‘토지 및 지장물 전부를 협의·양도하고 공사가 제시한 기한인 지난 1월 31일 이내에 자진철거·이전한 가구’가 선정됐다. 기한 내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 가구를 말한다.

2순위에는 ‘토지와 지장물 전부의 협의·양도’는 끝냈지만 ‘기한 내에 자진 철거나 이전을 하지 못했거나, 수용절차를 거쳐 기한 내에 자진 철거·이전한 가구’가 선정됐다. 3순위에는 ‘토지와 지장물 전부의 협의·양도를 하지 못하고 기한내 자진 철거·이전을 하지 못한 가구’가 선정됐다. 즉, 양도와 철거의 수준에 따라 순위를 결정해 가장 미진한 가구들이 3순위로 선정됐다는 얘기다. 

▲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2019년까지 총 7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소요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경북도청

◆“1순위 6~8배 예상…3순위는 2배도 힘들어”
아파트 추첨에도 없는 독특한 공급방식에 대해 지역 사회와 대상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력이 좋을수록 이주할 곳을 찾기 쉽고, 이에 따라 자진 철거·이전이 빨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경제력이 나쁠수록 땅을 팔더라도 한정된 금액으로 수 년 간 거주해야 할 거처를 구하고 이사해야 하는 만큼 이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1순위에 포함된 65개 가구는 대부분 경제력이 넉넉하고, 3순위에 포함된 62개 가구는 대부분 저소득층과 노인들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3순위 대상자들 대부분은 순위 결정 전인 지난 겨울 혹한 속에서도 LH와 포항시를 상대로 “수 천만원의 소액보상으로는 이주대책이 막막하다”며 실질적인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기도 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가구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순위에 따라 배정되는 택지의 격차가 꽤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만큼 결국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공기업 LH가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 부자들의 배만 불려주는 ‘부익부 빈익빈’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순위 가구들이 입주하는 지역은 학교 등 상업 지구를 끼고 있어 집값과 땅값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2·3순위 가구들이 입주하는 지역은 시세차익 전망 면에서 큰 메리트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택지에 대해 “1순위의 경우 공급가의 6~8배, 2순위의 경우 4~5배 까지의 차익도 예상이 되지만, 3순위 지역은 2배도 쉽지 않아 거의 차익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루밸리 이주민 비상대책위원회 김익태 위원장은 LH공사의 행태를 비판하며 저소득층들이 이전을 미루고 있는 것이 불가항력임을 강조했다. 김익태 위원장은 “소액보상주민들이 이주할 방법이 있었으면 왜 작은 땅 떼기와 집을 협의·양도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발했다.

한 주민은 “옮길 곳을 구할 수 없어 이주를 미루게 된 것인데 역차별을 당하니 억울할 따름”이라면서 공기업이라는 LH의 사업 취지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서민 땅 저렴하게 사 폭리” 의혹도
가뜩이나 LH는 포항블루밸리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땅장사’를 했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블루밸리 내 전답과 임야 등의 개발을 대행한 업체 2곳에 전체 공사비 가운데 30% 가량을 7만여㎡의 토지로 지급했는데, 이 토지들은 LH가 주민들로부터 3.3㎡당 1만7000~7만원에 사들였다. 하청업체들은 이 토지를 받아 적게는 2배 가량에서 많게는 10배에 가까운 3.3㎡당 13만8000원으로 처리했다. 이에 따라 지급한 토지를 공사비로 환산하면 320억원에 육박한다.

더구나 이 토지들은 부지 조성 후 팔게 되면 땅 가격의 5~6배 가까운 수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H는 싸게 매입해 공사대금 200억원 가량을 앉아서 벌었고, 하청업체 역시 큰 수익이 예상된다.

아울러 3.3㎡당 1만여원에 불과한 임야를 매입해 산을 깎아내고 아파트를 분양해 수백 배에 달하는 3.3㎡당 500~600만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돼 헐값에 땅을 사들여 개발사업을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익태 위원장은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인 LH가 서민들을 상대로 땅장사로 돈을 벌고 있는 것 아니냐”며 “서민들에게 땅을 싸게 매입해 비싸게 되팔아 큰 수익을 내는 LH의 사업 행태는 공기업으로서의 존립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LH “사업 속행 위해 당연한 것…이미 공지”
LH측은 이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H는 사업 속행을 위해 빨리 이주해주고 협조한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LH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순위 결정 방식은 사업 계획을 공고할 때 이주대책 관련해서 이주민들에게도 공지가 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조치가 아니고 설명회에서도 대부분의 3순위 해당자분들은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았다”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그는 또한 “토지·지장물의 협의·양도와 자진 철거·이전 순서에 따른 순위 배정 방식은 LH 전 사업장에서 취하고 있는 방식”이라며 원칙대로 시행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주로 저소득층이 포함돼 있는 3순위 가구에 대한 지원 계획에 대한 질문에 “보조 대책을 별도로 내놓을 거면 순위를 결정하는 것에 대한 의미가 없지 않느냐”며 “별도의 보조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LH는 땅장사 의혹에 대해서도 “산업단지 조성 공사로 생기는 도로, 공원 등 상당 부분이 기부채납 형태로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공익 목적의 땅을 빼면 블루밸리 조성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많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아울러 LH는 “이주민 보상비와 분양가 등은 철저한 원가 계산 아래 이뤄진 것이며 폭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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