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측 “일방적 계약 해지”…삼성카드 “정당한 절차”

▲ 은행권이 대출모집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잇따라 분쟁에 휘말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카드가 대출모집법인 대표와 겪고 있는 갈등이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 / 맹철영 기자

삼성카드가 대출상품 취급 대리점 격인 대출모집법인과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태블릿PC를 강매했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삼성카드 측이 구체적인 해명에 나서 팽팽한 대치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정위는 삼성카드와 지난 2012년 대출상품 취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이 해지된 대출모집법인 대표 김모 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사건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삼성카드 측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태블릿PC를 강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카드 측은 ‘계약 해지’가 아니라 사규·계약서 등에 따라 ‘재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것’이고, 강매 의혹 등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 씨 “일방적 계약 해지에 수 억원 피해”
김 씨에 따르면 해당 대출모집법인은 지난 2012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2년 후인 지난해 계약이 해지됐다. 이에 김 씨가 “삼성카드가 2년간 360억원의 대출 실적을 챙기고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그간 들인 수 억원의 투자비, 사무실 임차료, 대출 모집인 퇴직금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반발해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김 씨는 삼성카드가 삼성전자의 태블릿PC만 사용할 것을 강요했음에도 지원을 해 주지 않아 전액 자비로 구매한 것은 물론이고 통신비용까지 직접 부담했다고 주장해 삼성카드의 강매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김 씨는 삼성카드 측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인해 태블릿PC들의 약정(24~30개월) 해지에 따른 위약금도 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카드는 사업전환지원금 명목으로 1억7000만원을 제시했지만, 김 씨는 사무실 임차료, 관리비, 대출모집인 퇴직급여, 인테리어 비용 정산분 등의 보상으로 9억원을 요구했다. 삼성카드가 이를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여기에 김 씨는 삼성카드가 논의 없이 대출모집인 웹사이트를 만든 뒤 광고비를 내라고 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결국 대리점이 삼성카드 본사를 공정위에 제소하면서 공은 공정위로 넘어갔다. 공정위는 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이번 사건의 합의를 유도했지만, 올해 초 결국 결렬됐다. 이 사건은 공정위 서울사무소가 지난 3월부터 조사에 들어가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금융권, 대출모집인 구조조정에 ‘몸살’
이처럼 삼성카드가 겪고 있는 대출모집법인과의 분쟁은 금융권에서 갑작스럽게 대출모집인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

그간 금융사들은 대출모집법인과 위탁계약을 맺고, 업체로부터 대출모집인들을 공급받아 대출모집인 제도를 운영해왔다. 대출모집인들은 1년 계약직으로 별도의 월급 없이 자신이 모집한 대출금액의 0.2~1.2% 남짓한 수수료를 받는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고정비용 없이 저비용으로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 개선의 효자로 꼽혀 왔다.

하지만 한때 금융회사들의 대출영업 일선에서 활동해오던 대출모집인들은 현재 갑작스러운 계약해지 등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수 년간 연달아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고객 정보 유출 우려에 대형 금융사들이 한 때 경쟁적으로 수를 늘렸던 대출모집인들을 크게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대출모집인들과 대출모집인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은행권과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울러 대출모집인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지침도 강화되고 있어 이중고를 겪는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금융사에서 활동중인 대출모집인은 7580명에 이르며 2010년에는 역대 최고인 2만3336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카드 뿐 아니라 SC제일은행, 전북은행 등도 유사한 갈등을 겪었다. 특히 2013년까지만 해도 업계 최고의 수수료를 안겨주며 대출모집인 제도를 적극 활용했던 SC제일은행은 현재 대출모집인 수가 0명이다.

2013년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중심에 섰던 SC제일은행은 같은 해 말 세 곳의 대출모집법인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등 관련 사업에서 일제히 발을 뗐다. 이 과정에서 한 곳과의 협상은 결국 결렬돼 공정위로 넘어갔고, SC제일은행 측이 제시했다고 알려진 100만달러 상당의 합의금을 놓고 대출모집인들과 SC제일은행 양자간의 진실게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북은행 역시 지난해 대출모집법인과 1년여 만에 계약 해지를 통보해 공정위에 제소됐다. 해당 업체는 사무실 임대료 등 투자비 2억7000여만원의 보상을 요구했지만 전북은행 측은 정당한 절차에 따른 계약 해지라며 손해배상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카드 “일방적 해지, 강매 의혹 사실 아니다”

▲ 금융권은 대출모집인들이 불완전 판매를 유발하고 고객 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된다는 이유로 대출모집인들의 수를 줄이고 있어, 곳곳에서 계약 해지를 놓고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연합회

한편 지난 18일 삼성카드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언론에 일방적인 주장이 주로 보도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일방적인 계약 해지라는 부분부터가 말이 맞지 않으며, 우리는 애초에 사규에 따라 1년 단위로 계약을 진행한다”면서 “이는 1년 마다 대출모집인의 불법영업 여부 확인, 의무사항 준수 여부에 대한 관리감독 여부에 따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계약 만료 1개월 전 통보 방침에 따라 지난해 1월 직접 방문해 구두로 설명하고 서면으로 미리 통보도 끝냈다”며 해당 대리점과의 계약 해지가 일방적인 계약 해지가 아닌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것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해 2월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 “2013년 말 금융권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위원회의 규제가 심화되는 등 환경이 급격히 변화했다”면서 “이에 따라 회사 차원에서 대출 모집인을 통한 사업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에 들어가면서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모집인 측이 대출 관련 내용을 개인 수첩에 적는 등의 행태를 여러 차례 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대표는 고객정보 관리 부실 등으로 삼성카드로부터 2년간 총 5점의 벌점(20점 이상이면 계약 해지)을 받은 바 있다.

이 관계자는 태블릿PC 강매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출 모집인이 총 140여명에 달하는데 이중 갤럭시탭 10.1 등의 이용 등록을 한 모집인은 50여 명 정도”라면서 “강매를 했다면 대부분이 갤럭시탭 10.1을 사용하고 있을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업전환지원금으로 1억7000만원을 제시한 것이 사실 합의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다른 대리점 2곳에도 비슷한 규모의 지원을 해 드렸다”면서 “내부 사정으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사업을 축소하게 돼 상생 차원에서 주겠다고 한 것이지 합의금 명목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측에서는 개발비용으로 2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는데 범용성 차원에서 안드로이드 체제를 선택한 것을 가지고 대리점 측에서 왜 애플 체제를 하지 않았냐고 하고 주장하는가 하면, 본인이 오래할 생각으로 개인적으로 투자한 비용들을 거론하며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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