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가는 신경전에 원내 파트너십 어디로?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개혁을 비롯한 여러 법안에 대해 충돌하면서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취임 후 처음 열린 본회의에서부터 새 협상 파트너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여야 대치 정국의 최대 현안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등을 두고 두 원내대표를 날선 공방을 주고 받으며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직권상정하고 여당의 단독 표결로 처리, 국회선진화법 개정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이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종걸 원내대표는 양당 원내대표 간 주례회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향후 여야협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새누리당 이완구·유승민, 새정치연합 박영선·우윤근 원내대표 체제로 1년간 유지돼 온 양당 원내 최고수뇌부간 정기모임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대화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두 원내대표간 장외공방도 설상가상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어 당분간 냉각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간 대화채널 ‘이상설’

19대 국회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여야 협상라인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간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어 5월 국회 본회의부터 여야 의원들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새누리당은 3개 법안 외에 법사위를 통과한,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들은 본회의에 상정하자고 요구했지만 새정치연합은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대구 동구을)는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제사법위를 통과한 60여 개 법안이 있지만, 야당 원내대표와 법사위원장이 발목을 잡고 본회의에 넘기지 않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우리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한 크라우드펀딩법, 하도급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의료법 등이 지금 상임위나 법사위에서 발목 잡혀 있다”면서 “민생법안과 공무원연금법은 당연히 분리해 ‘투 트랙’으로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점에 대해 야당을 설득하고 오늘 본회의에서도 더 많은 법안을 통과시키자고 설득했지만, 현재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과 관련해 “당분간 합의가 쉽지 않은 소강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며 “새로운 협상의 길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본회의에 오르지 못한 54개 법안은 대부분 민생‧경제 살리기 법안으로 또다시 여야 이견 충돌로 처리가 무산되자 새누리당에서는 야당이 법안처리의 발목을 잡았다고 공격했다.

3개 법안만 처리하고 본회의가 끝난 직후 유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본회의를 열어놓고 법안을 3개만 처리하고 더 이상 처리하지 못했다는 건 국민 앞에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야당 법사위원장이 다 처리된 법안을 본회의에 넘기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종걸 원내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합의한 내용을 밥 먹듯 걷어차는 행태를 계속하면 서로 약속을 할 수 없다. 깨질 약속을 어떻게 하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본회의를 여는 날 세 가지 민생입법 처리 약속을 깨고 나머지 법도 처리하자는 제안을 했다. 갑자기 법사위원장을 찾아가서 행패를 부리고 법사위 권한남용을 운운했다”고 질타했다.

이 원내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전향적 태도변화를 촉구한다”며 “그래야 합의할 수 있고 약속할 수 있다. (처리) 못한 민생개혁, 민생입법, 공무원연금개혁을 진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6일 국회 본회의 파행에 대해서는 “우리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제시했고 새누리당도 합의했다”며 “새누리당이 합의문서를 위반하고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동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향후 여야 간 협상에서의 난항을 예고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협상도 안 된 추가 법안들을 갑자기 들고 와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황당한데, 원내대표가 거절하자 법사위원장을 찾아갔고 그마저 거부되자 마치 법사위원장이 합의를 깬 것처럼 덮어씌우기에 나섰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동쪽에서 뺨 맞고 서쪽에서 화풀이하는 격이다. 새누리당은 법사위원장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 측은 명시적으로 합의한 법안이 3개뿐이었는데 뒤늦게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 원내대표 측은 법사위에서 처리된 이견 없는 법안들의 본회의 처리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유 원내대표는 1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합의한 것은 일단 3가지 법을 처리하고 얼마나 더 많이 처리할지는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끼리 얘기하자고 한 것”이라며 “우리는 더 처리하자고 계속 요구했는데 그게 안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야당 측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또 “법사위에서 의결된 법안은 본회의에 무조건 넘어와야 하는데 법사위원장이 잡고 있는 것은 안된다고 항의한 것”이라며 “그런 요구에 대해 거친 표현으로 하신 것에 대해서는 대꾸를 안 하는게 맞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단 원내수석부대표간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공무원연금 개혁 부분은 특위 위원장과 간사간 라인을 유지해 계속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서로 장외 공방전을 벌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당분간 원내 협상이 냉각기에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국회선진화법 ‘갑론을박’

여권 내에서는 공무원연금개혁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공무원연금법안 처리 무산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국회선진화법을 꼽으면서 개정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 5월 제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 직권 상정과 다수당의 날치기를 통한 법안 처리를 금지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유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의 문제점에 대해 여야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라며 개정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어 “다수결로 표결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 방해되는 국회선진화법이라면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당장 개정안을 내서 통과될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내년 총선 전에 개정해 20대 국회 출발 때부터 적용하도록 하자고 제안한다면 명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무성 대표도 13일 국회에서 열린 ‘퓨처라이프 포럼’ 토론회에서 “국회 선진화법이 어떤 법인가 하는 게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 과정에서 여실히 증명됐다”며 “야당의 합의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갈 수 없게 돼 있다”고 유 원내대표의 의견에 공감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 추진 움직임에 당내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인 김세연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선진화법의 틀 안에서 현재 국회법의 틀 안에서 좀 더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법안을 찾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14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선진화법의 틀 안에서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요소를 찾아가는 노력은 충분히 대안을 제시할 수 있지만, 이 틀 자체를 부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잘못된 법으로 치부하고 이 자체를 흔들기를 시도했던 이전 원내 지도부의 입장과는 다르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또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운영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기 보다 폭력을 근원적으로 추방할 수 있는 시대적 소명을 가지고 만들어진 법”이라며 “국회선진화법 자체에 국회 비효율성의 원인을 돌리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종걸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된 이후 새누리당이 직권상정을 제한하는 국회 선진화법 개정을 주장하는데 대해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질타했다.

이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또 문제도 있다고 지적되지만 국회선진화법도 합의 타결”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을 향해 “문제 제기에 앞서 서로 지키기로 한 약속을 입맛에 맞게 바꾸고 깨려는 새누리당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은 약속과 합의를 꼭 지켰다. 저는 이것이 불신을 넘어 신뢰의 정치로 가는 길이자 민생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기에 눌리지 말고 손아귀에서 벗어나서 국회를 같이 지켜야 한다는 공동의 책임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기초노령연금 약속을 파기해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40%로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초연금 공적연금의 상향 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향후 여야 관계 불투명

여야 협상을 이끌 최고책임자로 나란히 나서야 하는 두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로 당초 표류된 법안을 처리해 국회에 숨통을 터 나갈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실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시국회 만료일이 꼭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간 입장차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협상이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내부 조율을 마치고, 새정치연합도 내홍을 수습하게 되면 여야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초 당‧정‧청은 17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주재로 정책조정협의를 열고 공무원연금 개혁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요청으로 연기되면서 내부 조율의 시간은 더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5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28일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여야는 일단 조원진 새누리당·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 간 채널을 재가동키로 했다. 18일에는 조해진 새누리당·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 간 채널을 재가동해 협상 창구 복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합의도출을 이끌었던 김무성, 문재인 대표가 모두 5·18 기념행사에 나란히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대표간의 협상 돌파구 마련을 위한 대화가 오가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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