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두 딸, 증여재산으로 주식산 뒤 시세차익 2배 챙겨

▲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에도 불구하고 미샤와 어퓨 등으로 대표되는 에이블씨엔씨는 몇 년 째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뉴시스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가 호황이다. 하지만 미샤와 어퓨 등으로 대표되는 서영필 회장의 에이블씨엔씨가 몇 년 째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 서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각이 많다.

14일 전자 공시된 에이블씨엔씨의 연결재무제표를 확인한 결과, 올해 1분기 매출액은 877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바로 전 분기 매출이 1317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몇 개월 새 매출이 33.47%나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직전 분기 실적과 비교해 모두 적자 전환했다.

매출이 줄어든 원인에 대해 에이블씨엔씨는 부실점포 50여곳을 포함해 총 60여곳의 부실점포를 폐쇄한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줄었지만, 영업이익의 경우는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수준이 소폭 개선됐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4억원, 지난해 동기 영업이익은 -39억원으로 적자폭이 14.73% 만큼 줄었다. 매출은 줄었지만 실속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부분이다. 여기에다 새롭게 출시한 제품의 시장반응도 좋은 만큼 올해 2분기 실적은 좀 더 개선될 것이라는 게 에이블씨엔씨 측 관측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내놓은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 12일 메리츠증권의 송광수 연구원은 “3월부터 시작한 프로모션과 신제품 효과가 2분기 매출에 나타날 지가 관건”이라면서도 “에이블씨엔씨는 비용절감에도 불구하고 국내매출이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동부증권의 박현진 연구원은 “에이블씨엔씨는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며 “특히 34억원의 영업손실의 경우 시장 기대치 영업이익 27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광고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아직 매출성장을 이끌 동력이 부족하다”면서 “부실점포와 제품군 조정에 따른 실적개선 기대감은 3분기 이후로 미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홍콩점 철수설…국내 실적 부진 연관성 없나

앞서 지난 1월에는 홍콩 내 일부 미샤 매장이 폐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샤의 홍콩 지점 철수설이 제기됐고, 이에 이미 미샤와 어퓨의 국내 실적 부진으로 체면을 구긴 서 회장의 위세가 이대로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월 2일 홍콩 영자 신문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샤의 홍콩 매장이 모두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날 홍콩섬 애드미럴티에 있는 쇼핑몰 퀸스웨이 플라자의 미샤 매장은 셔터를 내리고 “미샤는 영업하지 않습니다.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라는 글귀가 써진 종이를 붙였다. 또 홍콩신문인 빈과일보는 취엔완에 있는 미샤 매장 직원이 홍콩 본사 직원으로부터 “대표가 사라졌다”는 문자를 메신저로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에이블씨엔씨는 미샤가 2004년 홍콩 진출 이후 올해 초까지 문을 연 20개의 매장 중 3곳만이 영업을 일시 중단했지만 곧 정상화할 계획이고, 이외 17곳 매장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3곳 매장이 영업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홍콩 쪽 대행사의 모기업 경영악화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샤는 홍콩을 포함한 27개국에서 13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중 한국과 중국, 일본을 제외한 국가에서 운영되는 미샤 매장의 경우 대행사가 맡게 되는데 당시 홍콩 쪽 대행사가 모기업의 경영악화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미샤 매장 3곳의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추후 이 같은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할 경우 홍콩 현지 대행사를 바꿀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매각설’을 시작으로 ‘미샤 위기론’까지 제기된 점을 감안할 때 홍콩 매장의 영업 중지를 단순히 현지 대행사 측 문제라고만 설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2002년 국내 최초로 화장품 브랜드숍인 ‘미샤’를 만든 뒤 10여년 간 상승세를 타다가 에뛰드하우스, 네이처리퍼블릭,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등 잇따라 런칭 된 중저가 화장품과의 경쟁에서 뒤로 밀려났다. 2013년 미샤는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에 화장품 브랜드숍 1위 자리를 내놓았고, 지난해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에게 2위자리까지 뺏기며 3위로 떨어졌다.

▲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이 재산증여를 통해 지분을 매입한 두 딸 진경씨와 진하씨가 지난해 주식매각을 통해 시세차익 4억을 챙겨 이목이 집중됐다.ⓒ에이블씨엔씨

◆ 두 딸, 8년 새 주식 시세차익 4억

한편, 서영필 회장의 두 딸인 진경씨와 진하씨가 각각 중학생과 초등학생이던 시절에 매입한 에이블씨엔씨의 주식을 지난해 처분하면서 약 9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차녀인 진하씨의 경우 아직 고등학생이다.

다른 재벌가에서도 오너가 재산증여를 통해 자녀의 회사 주식 매입을 돕고, 이후 주가가 올랐을 때 매각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불리는 식의 ‘부의 대물림’은 이미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다만 에이블씨엔씨가 몇 년째 실적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 회장의 두 딸이 주식을 매입하고 매각한 시점이 눈총을 받고 있다. 두 딸들은 총 두 번 에이블 씨엔씨의 지분을 매입했는데, 한 번은 기업의 성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이고 나머지 한 번은 주가가 바닥을 치던 시기다. 이후 두 자매는 주가가 최고조를 찍던 시기에 지분을 매각했다.

두 딸이 처음으로 지분을 매입한 시기는 2008년 11월이었다. 장녀 진경씨가 11월 3일 주당 1953원에 총 1598만원을 들여 8180주를 취득했고, 차녀인 진하씨가 11월 3일 주당 1953원에 총 584만원을 들여 2992주를, 이후 10일에 주당 2392원에 총 1240만원을 들여 5188주를 매입했다. 당시 진경씨와 진하씨의 나이가 어렸던 점을 감안하면 매입자금은 서 회장의 증여를 통해 마련됐을 가능성이 높다.

두 딸이 처음으로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린 2008년은 에이블씨엔씨의 성장세가 최고점을 찍던 때다. 당시 에이블씨엔씨의 영업이익은 2007년 3억316만원에 비해 24배나 오른 72억3538만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한해 전 -1억6302에서 불과 일년만에 79억7621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또 당해 에이블씨엔씨는 서울메트로에서 60곳,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18곳의 화장품 전문매장 운영권을 획득했다.

미심쩍은 점은 에이블씨엔씨가 돌연 2008년부터 주당 0.1주(10%)의 주식배당을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12년 말 기준 두 딸의 주식 수는 각각 1만1974주까지 불었고, 2013년 11월 13일 추가로 각각 1만4840주씩을 장내매수하면서 보유 주식 수는 2013년 말 기준 2만8011주까지 늘었다.

두 번째로 주식을 매입한 2013년은 에이블씨엔씨의 성장세가 다른 저가 화장품 브랜드와의 경쟁으로 인해 다소 둔화돼 주가가 바닥을 치던 때다. 당시 매입자금으로 들어간 4억300만원 역시 모두 증여로 마련됐다. 배당을 제외하고 증여를 통해 주식확보에 들어간 돈은 총 4억2000만원이다.

이후 주식을 매각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주가가 반등해 다시 상승곡선으로 접어들 던 때이다. 작년 2월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는 3만1000원대까지 올라갔다가 4개월만에 1만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두 딸이 주식을 매각한 시점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는 3만원대를 회복했다. 두 딸이 주식을 매각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인 9월 중순께 주가는 2만6000원대 후반~2만7000원대 후반이었다.

2013년 말 기준 보유주식 2만8011주에 매각 당시까지 배당 받은 주식수를 더한 값인 3만812주에 9월 중순께 주가를 곱하면 두 자녀가 각각 챙긴 매각대금은 8억3000만원~8억5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4억 2000만원을 들여 8년 새 100%가 넘는 수익을 챙겼다.

이와 관련해 에이블씨엔씨는 8년 전 매입한 주식에서 시세차익이 나는 것은 당연하고 법적으로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한 때 에이블씨엔씨의 주가가 7만원대 까지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2만원대로 떨어진 시기에 주식을 판 것을 고점매도로 해석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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