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가볼만한 곳 ② 전북 남원시 요천로

▲ 춘향제

남원은 춘향의 고향이자 《춘향전》의 발상지다. 마을의 면면 역시 두 사람의 풋풋하고 애틋한 사랑을 닮았다. 봄날에는 ‘남원 춘향제’ ‘지리산 운봉 바래봉 철쭉제’ 등이 열려 한층 풍성하다. 한우와 추어탕, 흑돼지 등 먹거리도 다양해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첫 목적지는 역시 광한루원이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처음 만난 장소로, 광한루원은 광한루가 있는 정원을 부르는 말이다. 《춘향전》의 무대라 귀에 익지만, 눈으로 보기 전에는 그 매력을 알 수 없다. 계절마다 작심한 듯 표정을 바꾸니 한 번 봤다고 모두 아는 것도 아니다. 남문으로 들어서면 푸른 잔디와 완월정이 반긴다.

완월정은 팔작지붕을 인 2층 누각으로, 옛 남원의 남문인 완월루의 이름을 땄다. 춘향제의 주요 행사가 치러지는 무대다. 광한루는 옥황상제의 궁전 광한청허부를 지상에 재현했다. 완월정의 북쪽으로 둘 사이에는 저수지가 있고, 오작교와 방장정, 영주각 등이 삼신산을 이룬다. 물가로는 버드나무 고목이 줄지어 수면 위로 몸을 기울인다. 물에 어린 초록빛이 가히 환상이다. 영주각에서 방장정 남쪽을 바라볼 때 가장 화려하다. 광한루원을 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다.

▲ 광한루원 영주각

영주각을 지나서는 광한루와 방장정 갈림길이 아름답다. 짧은 구간이지만 그윽한 대숲의 짙은 녹음이 매혹한다. 다리 건너 광한루에는 춘향과 몽룡의 만남을 떠올리며 기념사진 찍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탐스런 장면이 나온다. 광한루를 배경으로 정면에는 삼신산의 방장정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홍예 네 개를 간직한 오작교가 한껏 멋을 뽐낸다. 오작교 위로 오가는 사람들마저 한 폭의 그림이다. 누구인들 그 길에서 5월의 춘향이 되고 싶지 않을까.

광한루원은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4~10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7월 셋째 주~8월 제외) 완월정에서 〈광한루원 음악회〉가 열린다. 국립민속국악원 국악연주단원의 풍류 콘서트가 흥겨움을 안긴다. 매주 토․일요일 오후 4시에는 광한루원 경내에서 신관 사또 부임 행차가 있다. 풍자와 해학의 한마당으로 주말 나들이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5월부터 10월까지 토요일 저녁에는 유료 야간 공연 〈광한루연가 열녀춘향〉이 이색 볼거리를 제공한다. 《춘향전》의 흥취에 깊이 젖어들고 싶다면 요천을 건너 춘향테마파크에 가보자. 걸어서 오갈 만한 거리로, 요천을 가로지르는 섶다리가 새로운 명물로 등장했다.

춘향테마파크는 《춘향전》이 오롯한 주인공이다. 만남, 맹약, 사랑과 이별, 시련, 축제 등 춘향의 일대기로 꾸몄다. 영화 〈춘향뎐〉의 촬영지도 자리한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동헌과 옥사정을 재현한 시련의 장에서 장난스럽게 곤장을 치며 논다. 축제의 장에서는 월요일과 수~금요일에 마당극, 판소리 상설 공연, 판소리 체험 등이 펼쳐진다. 사랑과 이별의 장에는 단심정이 있어 계단을 오른다. 춘향테마파크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라 남원 시내 전경을 조망하기 좋다.

올해 춘향제는 5월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개최한다. 〈세기의 사랑가〉 공연 예술제, ‘이판사판 춤판’ 경연 등을 눈여겨봄 직하다.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를 돌아본 뒤에는 점심을 먹고 쉬어 간다. 남원 시내는 추어탕거리가 유명하다. 남원추어탕이 유명한 건 섬진강 지류의 추어와 운봉 고랭지의 토란대나 시래기가 넉넉한 까닭이다. 시래기와 들깨 가루를 듬뿍 넣고 걸쭉하게 끓인 국물이 특징이다.

▲ 한우촌웰빙가 육회비빔밥

한우도 좋다. 가족 여행이라면 춘향테마파크에서 가까운 ‘한우촌웰빙가’도 무난하다. 문을 연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남원 사람들 사이에 알음알음 소문이 났다. 점심 메뉴로는 돌솥밥과 함께 나오는 육회비빔밥이 알맞다. 갓 지은 밥이 입맛을 돋운다. 육회에 거부감이 있다면 익혀서 주문해도 된다.

한정식은 ‘가나안식당’이 지역에서 이름났다. 홍어삼합과 소갈비찜, 도토리묵무침, 가오리찜, 바지락국 등 한 상 넉넉하게 차려 낸다. 크게 치장하지 않아도 음식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남도 정식의 손맛을 느껴볼 수 있다.

남원 시내를 돌아보고 나면 동쪽 운봉읍으로 향한다. 지리산허브밸리와 바래봉은 자연 그대로 남원의 봄날이다. 바래봉 철쭉은 지리산허브밸리부터 피기 시작해 4월 말에 해발 500m, 5월 10일경에는 8부 능선까지 물들인다. 만개하면 바래봉과 세걸산을 잇는 산등성이가 장관이다. 연분홍 비단 치마가 산을 뒤덮은 듯하다. 지리산허브밸리에서 바래봉까지 왕복 세 시간 코스가 기본이다.

▲ 지리산허브벨리 압화전시관

철쭉제 기간에는 지리산허브밸리가 축제 행사장 역할을 한다. 남원은 2005년 9월 지리산 웰빙 허브산업특구로 지정되었다. 그 중심에 지리산허브밸리가 있다. 가족 방문객은 압화 전시관과 카페테리아, 풍차 포토 존을 갖춘 허브테마파크에서 주로 체험한다. 압화 전시관에는 지리산 자생식물 압화를 계절별로 전시한다. 평소 보기 힘든 들꽃을 관찰할 수 있어 유익하다.

조금 긴 산책을 원하면 자생식물생태공원을 이용한다. 지리산허브밸리에서 국악의 성지도 약 5.5km 거리로 지척이다. 남원은 판소리다섯마당 가운데 〈춘향가〉와 〈흥부가〉의 배경이고, 인근 비전마을은 동편제의 가왕 송흥록의 고향이다. 가히 국악의 성지다. 전시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전시․체험실은 1~2층에 자리한다. 우리네 소리 문화와 악기 등을 전시하고, 꽹과리나 소고 같은 전통 악기를 가볍게 연주해볼 수 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하루 두 차례 예약 접수자에 한해 직접 국악기를 만들어보고, 판소리나 풍물 등을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시관 뒤편 언덕에는 국악 선인 묘역이 있어 참배도 가능하다. 인적이 드문 산책로다.

운봉읍까지 왔다면 흑돼지도 빼놓을 수 없다. ‘지리산고원흑돈’에 가면 해발 400~600m 고랭지에서 기른 버크셔 순종 흑돼지를 낸다. 육질이 부드럽고 비계가 쫀득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우리나라 돼지 생산량의 1%가 조금 넘는 양이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삼겹살, 목전지,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 등을 고루 맛볼 수 있는 ‘흑돈 명품 한 마리’가 좋다. 생고기를 꽃처럼 장식해 내는데, 같이 나오는 곰취절임에 싸 먹어도 맛있다. 야외에서 바비큐로 먹을 수도 있다. 천혜의 환경을 발끝으로 확인하고 싶을 때는 지리산둘레길로 여행을 계속한다. 천고마비가 꼭 가을의 이야기일까. 남원은 봄날의 오감이 기꺼운 여행지다.


〈당일 여행 코스〉
전통 체험 코스 / 광한루원→춘향테마파크→국악의 성지
풍경 여행 코스 / 광한루원→지리산허브밸리→바래봉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광한루원→요천→춘향테마파크→남원항공우주천문대
둘째 날 / 바래봉→지리산허브밸리→국악의 성지

<주변 볼거리>
실상사, 만인의총, 황산대첩비, 가왕 송흥록․국창 박초월 생가, 혼불문학관

자료 / 한국관광공사
정리 / 진민경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