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우리 대중음악의 큰별들"

우리 대중음악사는 항상 '급변하는 구도'를 그려내며 움직여왔고,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진 '음악의 변화'란, 음악계 내부에서의 진보적 발상과 고전에 대한 집착 사이의 충돌로서 진행되는 '순수한' 변화가 아닌, 정치적 압력, 사회적 요구, 경제적 배경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온 상황의 종합체임이 사실이다. 이렇듯 복잡다단한 한국 대중음악사에 대해 여러 다양한 시각들을 한데 모아 구성한 '포괄적 대중음악사' 혹은 '귀납적 결론을 도출시키는 음악사' 사료가 전무했다는 점은 기이하다 여기지기까지 하는데, 가장 의문이 가는 점이라면 이토록 '이야기꺼리', '학술적 꺼리'의 재미와 가치가 있는 아이템을 왜 아직까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나 하는 의문일 것이다. 많은 부분이 대중문화 자체를 진지한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꺼려하는 한국의 '문화 엄숙주의' 탓이라 볼 수 있을 것이고, 또 이런 배경에서 비롯되어 '대중문화 탐구'를 전문적으로 시도하는 '대중문화 연구가'가 상당히 드물다는 기본적인 인프라의 부족을 그 원인으로 들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천대받고 있는 대중음악 연구계에서 나름의 길을 개척하며 매진해온 음악평론가 임진모가 새로 펴낸 책 "우리 대중음악의 큰별들"은, 이런 '대중음악 연구서적'이 전무한 상황에서 뒤늦게 찾아온 '단비'와 같은 존재로서 부각될 수 있을 법하다. 얼핏 '대중음악인 소개' 책자처럼 여겨지는 제목이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임진모가 기획한 대담한 야심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으며, 이런 방향성을 지닌 서적이 이제야 등장했다는, 기쁨과 아쉬움이 한데 얽힌 감흥이 일어나기도 한다. "우리 대중음악의 큰별들"은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 음악계에 등장했던 26명의 대표적 뮤지션들의 음악세계를 좇고 있다. 평론가가 써낸 서적이 으레 그러하듯 글쓴이 자신의 전지적 시점에서 뮤지션들을 평가하고 정의 내리는 형식이 아닌, 바로 해당 음악인들 자신이 밝히고, 주장하며, 펼쳐보이는 음악 세계를 '정리'해냈다는 입장이 강해 눈길을 끌며,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들과 연관된 여러 복합적 요소들이 함께 망라되어 있어 '소개서'라기 보다 '정리서'라는 느낌까지 든다. 신중현과 조용필, 신승훈에까지 이르는 수많은 뮤지션들에 대해 그 데뷔시점부터 음악적 방향성의 추이, 그리고 각 뮤지션들의 앨범을 차곡차곡 소개하면서 이들에에 대한 고찰과 평가가 더해지는 가운데, 이들이 직접 밝히는 '영향을 준 뮤지션'에 대한 언급은 특히 이 책의 백미로 작용하는데, 이들의 독자적 음악세계와 이들이 영향받았다 밝히는 뮤지션들에 대한 소개가 함께 독자들에게 전달되도록 구성되어 있어, 두 가지 정보가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한 뮤지션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경로를 거쳤나가 독자들에게 변증법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또한,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는 '주요 대중음악 연표' 역시 비슷한 작용을 돕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의 대중문화계는 단순히 문화계 내부에서의 움직임으로 진행되어 온 것이 아니라, 문화를 둘러싼 숱한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의 영향이 상당히 크게 작용해왔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우리 대중음악의 큰별들"은 크게 한국과 서구로 구도를 나누어, 연도별로 당 시대에 강한 영향력을 미쳤던 명곡들을 제시하면서 그 영향에 대해 돌아보게 할뿐더러, 당 시대의 주요 사건들을 함께 언급하여 하나의 '음악적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뮤지션은 어떠한 상황과 압박, 영향 속에서 자신의 길을 구축해 나갔는지에 대해 유추해 보는 유쾌한 경험을 마련해 주고 있다. "우리 대중음악의 큰별들"은, 이렇듯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사료적 성격'을 지닌 서적이다. 국내에서 거의 처음 시도되는 형식이기에 초보적 단계 정도는 뛰어넘은 '수작'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겠지만, 바로 그 '완전하지 못한 양상', 다소 대중적인 면을 심심찮게 고려한 듯한 집필 의도가 그대로 독자들에게는 '즐겁고 재미있는 책'으로서 다가오게끔 해주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향후 기대되는 '한국 대중음악사 탐구' 서적과 견주어서도 나름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법한, 이 책만이 지니고 있는 개성이자 중점적인 매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문원 기자 fletch@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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