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1000가구 이상 미분양…중대형 고분양가 주원인

▲ 올해 들어 청약 열풍이 역대 최고의 열기를 뿜어내고 있지만,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많게는 60%에 가까운 미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청약 조건 완화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으로 사상 최고의 청약 열풍이 불고 있지만 실상 본 계약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일부 건설사들이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서울에서 미분양 물량이 10가구 이상인 아파트 단지는 총 12개 단지로 1000가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아파트 브랜드의 미분양 비율은 낮게는 9.5%에서 많게는 58.2%까지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미분양 속출로 큰 타격을 입었던 과거 사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분양 속출의 가장 큰 원인은 높은 분양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분양 사태는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면적의 가구의 분양가가 높은 경우가 주로 해당되고 있다.

경희궁자이는 미계약 150가구 모두가 8억원에 육박하는 85㎡에서 나왔다. 대형 아파트를 공급하는 용산푸르지오 써밋은 일반분양 106가구 중 절반 이상인 54가구가 비어 있고, 래미안 용산 역시 165가구 중 96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두 아파트 모두 3.3㎡당 3100만원 수준의 고분양가를 자랑하는 대형면적 아파트다.

특기할 만한 점은 청약 당시에는 이들 아파트들이 모두 순위내 마감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용산 푸르지오 써밋은 1.4대 1로, 래미안 용산은 1.8대 1로 마감했다. 경희궁이는 3.5대1,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1.5대 1 등이었다. 경희궁 자이는 지난해 11월 최고 49대 1의 경쟁률까지 치솟으며 견본주택에 2만명이 다녀가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특히 지난 4월부터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건설사들이 자율화된 분양가를 바탕으로 대거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은 향후 미분양 속출 사태에 따른 수요자와 건설사 양 측 모두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고분양가에 더해 청약 규제 완화로 청약 문턱이 한층 낮아진 점도 ‘허수 주의보’ 발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문가는 “청약 1순위 조건이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 탓에, 계약을 포기해도 1년만 지나면 다시 신청이 가능해지면서 포기 부담이 완화된 데 따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1000만명에 육박했던 청약통장 가입자는 3월 들어 1019만980명을 기록, 1977년 청약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민간분양가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4월 분양시장은 일주일에 1만가구에 육박하는 분양 물량을 쏟아냈다”며 “수요자들은 쏟아지는 물량과 높아진 청약경쟁률 속에서 거품이 형성된 것은 아닌지 청약통장을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한 선구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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