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협회 1인 릴레이 시위 나서…유통업계 밥그릇 싸움 지적도

▲ 한미약품이 지난 2013년 온라인팜을 통해 본격적으로 의약품 유통업에 뛰어든 가운데, 온라인팜의 매출 신장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비난의의 강도를 높이면서 양측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와 함께 제약업계 ‘빅3’인 한미약품의 온라인전자상거래몰 ‘온라인팜’이 골목상권 죽이기 논란에 휘말리면서 한미약품과 한국의약품유통협회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6일 한국의약품유통협회(이하 유통협회·회장 황치협)는 이날부터 한미약품 본사 앞에서 ‘온라인팜’의 의약품 판매 행태에 대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정부 등에 제출할 탄원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밝혀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이날 한상회 유통협회 부회장은 한미약품 본사앞에서 “한미는 의약품 유통에서 철수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내세우고 1인 시위를 실시했다. 의약품유통협회는 한상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보덕약품 임맹호 회장(7일), 원진약품 김원직 사장(8일) 남신팜 남상규 회장(12일), 성산약품 조찬휘 사장(13일)이 1인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한상회 부회장은 “한미와의 투쟁은 일시적인 조치가 아니며 장기전으로 가기 위한 다양한 계획을 생각하고 있다”며 “제약사의 도매업 진출이라는 점에서 종합도매와 병원도매 모두 같은 생각으로 뜻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미약품을 막지 못하면 도매업은 어차피 죽는다”며 “한미는 제약이라는 퇴로가 있지만 도매업은 물러설 길이 없다”고 강조하고 한미약품의 의약품 유통업 진출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로써 한미약품과 유통협회가 의약품 온라인몰 ‘온라인팜’을 두고 벌이는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유통협회는 지난달 28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가진 바 있다.

유통협회는 대화와 성명서, 신문광고 등으로 한미약품을 규탄해 왔지만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한국제약협회가 한미약품의 손을 드는 등 타 제약사들이 잇따라 온라인몰 도입을 검토하면서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점차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협회, 온라인팜 매출 신장에 긴장
문제가 된 ‘온라인팜’은 한미약품이 지난 2012년부터 준비해 2013년 약품영업부를 독립시켜 조직을 그대로 이어 만든 온라인전자상거래사이트다. 홈페이지의 사업개요에 따르면 온라인팜은 ‘약국 유통’, ‘전국 도매거래처 및 각 급 병의원, 요양기관’에 일반 및 전문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유통하고 HMP몰을 통해 전자상거래를 운영하며, 의약외품 및 건강식품도 유통하고 있다.

온라인팜은 한미약품의 제품을 도도매 형식으로 다른 도매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기존 약국영업부와 거래하던 약사들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온라인팜에 입점한 도매업체는 14개에 달한다.

초기에 온라인팜은 타 제약사 약품까지 취급해 유통협회와 ‘골목상권’ 논란과 관련해 1차 신경전을 벌였지만, 이후 한미약품이 타 제약사 약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약속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실제 온라인팜의 대부분의 매출은 한미약품의 유통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팜의 실적이 급신장하면서 재차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온라인팜의 지난해 매출액은 5078억4700만원으로, 유통업 진출 첫 해인 2013년의 1955억7800만원에 비해 2.5배 상승했다.

유통협회는 온라인팜이 공격적인 약국영업을 진행하면서 기존 유통업체의 거래처를 빼앗아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개최된 한국의약품유통협회 2014년도 최종이사회에서 제시된 자료에서는 낱알반품 등 약국 서비스 질 제고를 명분으로 상당수의 약국거래처를 신규로 확보했다는 증언이 경쟁업체들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현재 유통협회는 한미약품이 온라인팜에 이전한 도매업 허가를 반납하고 온라인팜의 전자상거래 시스템인 HMP몰에 입점한 도매업체들이 탈퇴해야 하며, HMP몰 역시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통협회는 “한미약품이 국내 대표적인 제약기업으로 연구개발에 전념해야 하는데도 의약품 유통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실제로 영업이익이 1% 내외인 영세한 의약품유통업체들에게 지난해 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온라인팜은 경계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후면 온라인팜의 매출이 1조~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유통업체들은 더욱 설자리가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다른 제약사들도 한미약품처럼 유통업체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통협회의 위기의식은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 6일 유통협회는 이날부터 한미약품 본사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선다고 밝혔다. 유통협회는 한미약품의 도매업 허가권 반납, HMP몰에 입점한 14개 업체의 탈퇴 및 사이트 폐쇄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한미약품 “도매업계가 약자라니 어불성설”
반면 한미약품 측은 유통협회의 주장을 일축하며 한 치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여러 차례 공언했다.

한미약품은 그간 도매업계가 집단행동으로 제약사들에게 높은 마진을 거둬 왔다며 유통협회에 역공을 취했다.

온라인팜은 지난달 27일 “그동안 다수의 제약사들이 유통마진 인하를 시도했지만 번번히 도매업계의 집단압력에 무릎을 꿇었다”면서 “1조원 매출 시대를 제약업계보다 먼저 연 도매업계가 언제까지 약자 운운하며 집단의 힘을 과시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도매업계가 집단행동으로 높은 마진을 고수해 온 상황에서 약자인 척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그간 쌓인 감정을 분풀이하듯 “도매업계는 그 동안 외국계 제약회사들의 낮은 유통마진을 국내 제약회사들을 통해 벌충해오지 않았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의약품의 1차 소비자인 약사들의 선택권과 중소 도매업체의 이익을 확충할 수 있다는 이점도 내세웠다. 온라인팜은 “온라인팜은 HMP몰에 입점해 있는 14개의 도매업체와 함께 상생 발전 하고 있으며, 전국 규모의 판매망이 없었던 도매업체가 HMP몰을 통해 사업확장의 기회를 얻기도 했다”면서 “일선 약국도 편리하고 효율적인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의약품 유통의 1차 소비자인 약사님들의 선택권도 존중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또한 도매업계의 ‘도매업 허가권 반납’은 말도 되지 않는 얘기라며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자사 제품의 유통을 위해 도매업 허가를 보유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그간 유통협회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을 제기하며 신문광고까지 진행하는 등의 행위로 정당한 기업활동이 침해받았다며 맞섰다.

◆제약협회도 참전…약사들도 대체로 환영
한미약품과 유통협회와의 갈등 사태는 제약사들로 이뤄진 한국제약협회(이하 제약협회)가 한미약품의 손을 들어주면서 업계의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제약협회는 “제약사들의 인터넷몰 폐쇄 등을 주장하는 유통협회의 요구는 한미약품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약협회는 “사업영역의 확장, 유통마진의 문제는 개별 기업 간 대화를 통한 계약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인터넷몰의 도매업 허가 반납과 폐쇄를 주장하고, 온라인팜에 입점한 14개 도매업체에 대해 탈퇴를 요구하는 것은 사업자단체의 역할과 권한을 넘어선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온라인팜의 유통마진, 제약사의 사업영역 확장 등은 업체간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이지, 업계 차원에서 공동대응에 나서 압박을 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얘기다.

제약협회는 이어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역행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사용자 중심의 인터넷 상거래 솔루션을 개발, 확산한 회원사의 인터넷몰 운영을 중단하라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억지가 아닐 수 없다”고 유통협회의 주장을 꼬집었다.

1차 소비자인 약사들도 대체로 온라인팜의 시도를 반기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약사회는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많은 약사들은 그간 도매업체들의 횡포가 심했다며 온라인팜이 기존 도매업체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약사는 ”가격과 주문 편의성 그리고 약국영업의 골칫거리인 낱알반품 처리까지 한미약품이 운영하는 온라인팜이 기존 도매업체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또 다른 약사는 ”지금껏 도매업계의 폐쇄적인 영업활동으로 약사와 최종소비자인 환자가 손실을 본 적이 많다“고 지적하고 ”온라인팜이 기존 도매업체를 자극해 긍정적인 경쟁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온라인팜의 전자상거래사이트인 HMP몰은 약사들을 위해 낱알반품, 제휴카드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기존 도매업체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5000억원을 넘어 2013년보다 세 배 가까이 신장했다. ⓒ온라인팜

◆유통협회, 사실 문제는 온라인팜 아니다?
온라인팜의 5000억원 매출도 실상 대단한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온라인팜의 설명에 따르면 5078억원의 매출 중 90%에 해당하는 4577억원은 한미약품 제품을 통한 것이었으며, 이중 70%가 일선 도매업체 거래를 통해 약국에 유통됐다. 전체 공급 매출의 70%에 가까운 비중으로 도매 업체에 마진을 제공해 유통했다는 주장으로, 도매업체의 골목상권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온라인팜이 영업을 통해 만든 매출은 360억 정도로, 270여명의 영업사원을 움직여 얻은 매출이라 하기엔 많다고 할 수 없는 규모다. 온라인팜의 매출이 대부분 한미약품의 의약품을 유통한 것이란 통계수치가 나오면서 도매업계를 위협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 곁들여지고 있다. 해당 업체에서는 “솔직히 실질적인 매출은 불쌍할 정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지오영의 2013년과 지난해 매출은 1조원이 넘는다. 2위인 백제약품도 2013년 6281억원, 지난해 745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오영의 병원도매업체 지오영네트웍스가 2013년 5934억원, 지난해 611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지오영이 200억원대를 기록한 데 비해 온라인팜의 영업이익은 27억원에 불과하다. 2위인 백제약품의 영업이익은 온라인팜에 조금 못 미치는 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이익 감소를 우려한 지오영이 유통협회의 강경 대응을 이끌고 있는 ‘흑막’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온라인팜의 입장문에 언급된 “매출 1조원 시대를 먼저 연 유통업계가 약자가 아니다”라는 부분이 사실상 지오영을 겨냥했다는 얘기다.

지오영은 지난해 1조원의 매출과 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하락세를 보였다. 2위인 백제약품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0.25%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25개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전체 매출액은 2013년에 비해 8%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소폭 성장했지만, 실제 유통업체들의 체감 경기가 개선됐다고 보기는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업계에서 유통업체들은 유통파워를 발휘하지 못한다”며 “대부분 헤게모니를 제약사들이 장악하고 있어 마진 압박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대규모 약가 인하 이후 제약사들이 유통업체 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제약사의 수익성을 보전하고 있어, 중견급 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가 계속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바 다국적 제약사들의 저마진 정책, 병원의 회전기일 문제도 문제로 꼽힌다.

이처럼 의약품 유통업계의 어려움이 개선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약품에 집중포화를 퍼붓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실 한미약품의 행위가 유통업계에 큰 타격을 준 탓이 아니라 향후 제약사들이 너도나도 유통업계에 뛰어들어 제살 깎아먹기식 ‘치킨게임’을 펼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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