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전망은 낙관적…걸림돌은 ‘일감 몰아주기’

 

▲ 송치호 LG상사 대표이사 ⓒLG상사

LG상사가 부진한 1분기 실적을 기록하자, 증권가에서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부진의 기조가 오래 갈 것이라 보는 시각은 없다. 범한판토스 인수라는 ‘호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감은 주가에서도 잘 나타난다. LG상사의 주가는 최근 1년 내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도 ‘회복세’에 접어들 타이밍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당장 2분기부터 반영될 것이라는 시각과, 하반기에 접어들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불안요소는 존재한다. 범한판토스의 인수로 인해 재차 불거진 ‘일감몰아주기’ 우려다.

LG상사는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1.2% 감소한 209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24일 공시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한 2조6448억원을 기록했으나 당기순이익은 31.9% 감소한 132억원에 그쳤다.

◆실망스러운 1분기 실적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LG상사의 실적을 두고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평하고 있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1.2% 줄어든 209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며 “산업재 부문은 IT 트레이딩 손익 개선, 프로젝트 수익 증가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지만, 자원·원자재 부문은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 이익 감소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상사가 매출액 2조 6,449억원, 영업이익 209억원으로 당사 추정치 및 시장 컨센서스에 하회하는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면서 “당 분기 영업이익은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 광구의 수익성 악화와 비철 가격 하락에 따른 트레이딩 부문의 손실, 그리고 IT 판매 물량 감소 및 프로젝트 매출 감소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상사의 1분기 영업 실적은 당초 시장 컨센서스와 당사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는 등 부진했다”며 “트루크메니스탄 석유화학 플랜트와 화공플랜트(내몽고 요소비료) 등 프로젝트 사업에서의 이익 증대에도 불구하고 상품가격 하락으로 기존 트레이딩 부문과 E&P 사업에서의 이익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1Q15 실적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유가급락에 따른 석유사업의 수익감소 때문이다. 자원/원자재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9억원으로서 전분기 +124억원 대비 큰 폭의 감소, 혹은 적자전환을 하였다. 또한 성장 요인으로 기대되는 프로젝트 사업의 수익도 감소되었고, IT trading 역시 물량 감소의 영향이 발생하여 산업재 사업부 또한 전분기 340억원 대비 감소한 218억원을 시현하는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 실망스러운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LG상사이지만, 증권가의 시선은 희망적이다. 범한판토스를 인수한 점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회복세에 접어들 시점은 상반기, 하반기로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회복할 것이라는 점 하나는 증권가에서도 부정하지 않는 모양새다. ⓒpixabay

◆실적 회복 타이밍은 상반기? 하반기?
그러나 증권가에서도 LG상사의 2분기 실적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바로 LG상사가 인수를 눈앞에 둔 ‘범한판토스’ 때문이다.

LG상사는 올해 초 범한판토스 지분 51%(102만주)를 3147억원에 인수했다. LG상사는 “상사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범한판토스의 물류 역량을 결합해 사업 경쟁력 강화 및 기업 가치 제고에 주력할 것”이라며 “기존 컨테이너 중심 물류사업 영역을 자원원자재 등 벌크 분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977년 출범한 물류전문기업 범한판토스는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동생 구정회씨의 셋째 아들인 고 구자헌 회장이 설립해 운영하다 1999년 별세하면서 부인인 조원희 회장과 아들 구본호 부사장이 97%의 지분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구본호씨가 구본무 회장과 친척간이라 범 LG가(家) 기업으로 불렸다.

범한판토스는 2013년 매출 2조400억원에 영업이익 592억원으로 물류업계의 ‘노른자위 기업’으로 통한다. 전자, 화학, 정유, 건설, 유통 분야의 2500여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매출의 60% 정도를 LG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얻고 있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도 있다.

전 세계 40개국에 180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종합물류기업 중 최대 규모다. LG와의 거래에 힘입어 미국·중국·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에 진출해 있다.
범한판토스의 인수는 5월 중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LG상사의 실적 전망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2분기부터 범한판토스의 실적이 반영돼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것, 또 하나는 2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으며 하반기나 되어야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연 매출 2조원 규모인 범한판토스 실적은 2분기부터 LG상사의 연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며 “해외법인의 추가 성장과 LG그룹을 통한 추가적인 일감 확대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류·운송 업체인 범한판토스의 인수가 5월 중에 마무리되면 2개월 분의 실적이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될 전망”이라며 “범한판토스의 취급물량 확대를 위한 작업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2·4분기부터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실적이 불가피해 주가의 추가적인 조정 가능성이 높지만 하반기에는 범한판토스 실적 연결로 주가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며 "2분기에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하반기에는 증가세로 반전돼 연간으로는 전년보다 7.6% 증가한 185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즉, 그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범한판토스를 등에 없는 LG상사가 다시금 재도약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기대감은 주가에서도 잘 나타난다. LG상사가 실망스러운 실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LG상사의 주가는 최근 1년 내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LG상사 주가는 지난달 24일 실적을 발표한 이후 9.66% 올랐다. LG상사 주가는 올 들어 총 44.43% 올랐다. 지난달 28일엔 전날보다 100원(0.24%) 오른 4만1450원에 마감해 최근 1년 내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편, 범한판토스 인수뿐만이 아니더라도 LG상사의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대비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원유(Dubai) 가격이 3Q14 $101.6/bbl → 4Q14 $74.7/bbl → 1Q15 $52.1/bbl 로서 지속적인 감소가 있었지만, 4월 들어서는 누적평균 $56.3/bbl 로서 소폭 상승하며 추가 손실의 우려를 덜어내고 있기 때문”이라 밝혔다.

아울러 “장기 저유가 시대가 불가피한 만큼 자원/원자재 부분의 이익 개선의 여지는 제한적이지만, 동사는 프로젝트 수익을 기반으로 산업재의 성장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부분이 매력적”이라며 “다만 지난 해 4분기 이후 빠른 주가 상승으로 인해 평가가치 대비 추가 상승여력은 크게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 걸림돌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다. 그러나 LG그룹 총수일가가 보유한 LG상사 지분이 30%가 안되는 점, LG 직계기업 오너들은 비상장사인 범한판토스의 지분을 19%만 인수한 점 등 예외규정이 적용돼 규제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pixabay

◆불안요소, ‘일감 몰아주기’
범한판토스의 인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으로 완료될 계획이다. 그러나 범한판토스의 인수를 위해서 남은 걸림돌이 있다. 바로 범한판토스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검증이다.

범한판토스의 대주주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 범한판토스 부사장(46.1%)과 그의 어머니인 조원희 범한판토스 회장(50.9%)이다. LG상사가 조 회장 기분 전체를 포함해 51%를 인수하는 것과 동시에 LG의 우호주주들도 지분 31.1%를 사들이기로 했다. 총수 일가(31.1%)와 LG상사(51%)가 82.1%를 인수하고, 이중 총수 일가 51%중 구본호 부사장과 조원희 회장(기존 대주주)은 14.9%의 지분을 유지하게 된다.

기존 대주주 지분이 14.9%로 설정된 이유는 지분을 15%이상으로 남길 경우 공정위의 기업결합신고 기준에 해당돼, 구본호 범한판토스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레드캡투어가 LG상사의 계열사로 편입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구본호 부사장의 레드캡투어의 지배권은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범한판토스 주주엔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지주사 상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상무의 지분은 7%으로, 총수일가 31.1% 중 구광모 상무 등 LG 직계기업 오너들은 비상장사인 범한판토스의 지분을 19%만 인수(비상장사 20%상한)해 공정거래법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비껴갔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LG상사의 올해 영업이익과 지배주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1%와 33%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벗어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 그룹 중 대주주 일가 지분이 상장 30%(비상장 20%)를 초과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로 일감몰아주기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의 30%를 넘는 계열사의 지배주주(지분 3% 초과 보유자)에 증여세를 물리는 내용이다. 내부거래액의 12.5~100%의 과징금을 징수한다.

범한판토스가 내부거래액이 60%이상임에도 LG상사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이하(2014.9 월기준 27.88%)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과징금 대상이 아니다.

또한, 총수 일가 개개인의 지분율이 3% 이상이 없어 일감몰아주기 관련 증여세 부담도 없다. 범한판토스는 친족기업이자 비상장기업으로 그동안 내부거래 공개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번 인수 이후 LG상사의 51% 지분을 가진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범한판토스는 내부거래의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범한판토스 일감몰아주기가 있다해도 LG 총수 일가에 부담은 전혀 없는 상황으로 구광모 상무를 중심으로 한 LG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다”며 “범한판토스가 경쟁력이 강한 해운·항공 포워딩 회사로 효율성과 보완성 측면에서 예외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어 직접적인 타격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그룹 관계자는 “LG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한 LG상사 지분은 30%(지난해 9월 말 기준 27.88%)가 안 된다”며 “범한판토스는 기존에도 정당한 입찰을 통해 LG그룹과 계약해 왔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시사포커스 / 정주민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