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운용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곤욕 토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사상 처음으로 16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외환보유액은 1625억9000만달러로 지난달 말의 1574억5000만달러에 비해 51억4000만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증가폭은 반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이며, 전달의 증가폭 13억8000만달러에 비해서는 3배를 웃도는 수준. 또 지난해 한달 평균 외환보유액 증가폭이 28억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속도가 매우 커진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번 달 들어 외환보유액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유로화가 1월 말에 비해 3%이상 절상되면서 한은이 갖고 있는 유로화의 달러화 환산 가격이 높아진데다 보유자산의 운용수익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 규모, 우리나라가 일본을 크게 앞서 그러나 외환 전문가들은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자 외환당국이 환율방어를 위해 달러를 사들여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당국은 상반월중 하루 이틀을 제외하고는 일일 7~8억달러에 달하는 달러매수 개입에 나섰다"며 "시장개입분이 보유액 증가분의 70~80%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유가 어찌됐든 외환보유액이 급증하면서 외환보유액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은 지금까지 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유가증권 투자로 외환보유액을 운용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매매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주 운용대상인 미국 국채수익률은 2년물이 1.6%, 5년물 3%, 10년물이 4% 남짓으로 하락한 상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세계경제 회복 등으로 최근 국제금융시장 금리가 바닥을 지나면서 외환보유액 운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급증으로 인한 해외부문의 통화증발압력을 막기 위해 원화부채인 통안채 발행이 올해 들어서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은 16일 현재 11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105조5000억원에 비해 6조6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통안채 발행 잔액은 21조2000억원이 증가했으며, 이자지급액은 4조9600억원에 달했다. 통안채 가중평균금리는 1월중에 4.48%를 기록했다. 즉 외환보유액 운용대상의 수익률보다 통안채 가중평균금리가 더 높아 역마진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 외환 전문가는 "외환당국의 지나친 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이 운용 가능한 수준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역마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 "외화자산과 원화부채 급증세가 이어질 경우 통화관리가 상당히 어려워질 뿐 아니라 역마진 등에 따른 손실로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경제규모에 대한 외환보유액 규모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현재 외환보유액 절대 규모는 일본이 6735억달러로 세계 1위이고 우리나라는 1554억달러로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은 우리가 32.6%로 일본의 16.9%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보유액 4033억달러로 세계 2위인 중국의 GDP 대비 비율도 32.6%로 우리와 같았다. 또 경제규모에 비해 외환보유액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싱가포르로 110.7%에 달했고 홍콩과 대만이 70%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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