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금융업 철수? 하이투자증권 매각說 ‘솔솔’
현대重, 금융업 철수? 하이투자증권 매각說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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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 힘든 고강도 구조조정, 사실은 매각 사전 작업?
▲ 지난 2008년 현대중공업그룹이 8천억원을 들여 CJ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하이투자증권이 최근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지난 2008년 8000억원을 들여 CJ투자증권(현 하이투자증권)을 매입했던 현대중공업그룹이 실적 악화의 부진 속에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창사 이후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고 올해 1분기에도 영업적자폭이 확대된 현대중공업그룹이 자회사인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하이투자증권 매각 방침은 아직 공식화 단계는 아니지만 물밑에서 시장의 동향의 살피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새마을금고와 한국투자증권 등 5개 안팎의 금융사와 접촉한 상황이라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됐다. 비금융사와의 접촉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가는 적어도 지난 2008년 현대중공업이 지불한 8000억원보다 높은 1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최대 주주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3인방’ 중 하나인 현대미포조선으로 83.24%를 보유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희망퇴직, 全 직원의 15%가 대상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된 이유는 연초 하이투자증권이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된 후 처음으로 나섰던 고강도의 희망퇴직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희망퇴직 방침이 매각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8일 하이투자증권은 노조 측에 소매영업점 20여곳 통폐합과 함께 권고사직을 포함한 250명의 희망퇴직안을 전달하고 퇴직자 위로금으로 1년치의 임금을 지급할 것을 내세웠다. 20곳의 소매점 폐업 규모는 전체 49곳의 41%에 해당한다.

하이투자증권의 당시 직원수가 961명에 정규직이 835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50명의 구조조정 대상은 전체의 4분의 1인 26%에 해당한다.

즉시 반발한 노조 측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회사 측의 희망퇴직 관련 면담에 일절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지난 2월에는 서울 여의도 사옥 앞에서 조합원 및 사무금융노조 관계자 250여명이 거리집회를 벌이고 본점이 있는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서도 영남권 지점 조합원이 모두 참석해 결의대회를 갖고 회사의 구조조정을 규탄했다.

노사가 갈등 끝에 지난 3월 합의한 내용은 150명의 희망퇴직, 위로금 2년치의 임금, 소매점 15곳 통폐합이다. 또한 사측 제시안에 들어있던 권고사직은 배제되고 희망퇴직만 대상이 됐다. 규모가 100명이 줄어들었지만, 역시 150명이라는 숫자는 전체의 15%에 해당한다. 

▲ 하이투자증권(사장 서태환·사진)은 구조조정의 이유로 모기업의 실적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 우려, 지점 영업 수익성 악화 등을 들었지만, 노조는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했다. ⓒ뉴시스

◆사측 “모기업 어려워…신용등급도 하락”
회사 측이 내세웠던 희망퇴직의 이유는 모기업 실적 악화, 신용등급 하락 우려, 지점 영업 적자 등이다.

하이투자증권 사측은 지난해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실적 악화의 영향으로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조선업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 현대중공업은 3조2495억원이라는 천문한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법인세 납부 등을 제외한 당기순이익 역시 2조206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마저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의 위기는 올해도 현재진행형이다. 수주 잔량에서 경쟁사에 밀리며 단일 조선소 기준으로 세계 3위로까지 떨어졌다. 1분기 실적에서는 희망퇴직 비용 등의 영향으로 영업손실이 1924억원을 기록, 지난해 1분기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영업손실은 직전 분기에 비해서는 무려 762.8%나 폭증했다.

현대중공업은 당연히 실적 부진의 여파로 고강도의 구조조정에 착수, 연초부터 1500명에 달하는 과장급 이상 사무직들과 15년 이상 장기 근속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성과에 따른 연봉제 도입, 조직 개편, 보유 타법인 지분 매각 등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다른 계열사들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처럼 계열사들이 일제히 허리띠를 졸라 매는 상황에서 하이투자증권 역시 이에 동참하겠다는 얘기다.

더구나 하이투자증권은 모기업 경영상황 악화의 영향으로 신용등급마저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1월 한국기업평가는 하이투자증권의 후순위금융채 신용등급(A0)를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그룹의 비경상적 지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8000억원 어치를 상환하기 위해 회사채를 다시 발행해야 하는데, 신용 하락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하이투자증권 실적은 호조…“어불성설”
노조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모기업의 부진에도 하이투자증권의 실적은 상승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이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331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3년(4월~12월) 8억35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64억원 적자에서 227억원의 흑자로 크게 늘었다. 수수료 수익도 953억원에서 150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3년 말 877억7017만 원에서 지난해 말 1020억4009만 원으로 16.3% 늘었다.

즉, 노조 측은 직원들이 노력을 기울인 결과 회사 측의 수익성과 실적이 크게 좋아졌는데 모기업의 영향 때문에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같은 취지에서 노조 측은 신용등급 하락 우려도 리스크를 근로자들에게 떠넘기는 책임 전가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대중공업과 함께 허리띠를 졸라맨 계열사들은 마찬가지로 실적 악화로 시름을 앓던 상태였다.

특히 하이투자증권의 지난해 선전은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돋보이는 수준이다. 노조는 지난해 모기업의 경영 악화 속에서도 하이투자증권의 영업이익 등은 오히려 흑자로 전환됐다며 사측의 결정은 모기업의 경영 실패를 직원에게 전가하려는 행위라고 맞섰다.

사측이 “전체 실적은 향상됐지만 리테일(지점) 영업 부분이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서도 노조 측은 “올해 들어 이마저도 호전되고 있다”고 맞섰다. 

▲ 하이투자증권 노조는 사측에 강력히 반발한 끝에 구조조정 규모를 축소하는 선에서 사측과 합의했다. 하지만 여전히 구조조정의 취지 자체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아 매각설은 당분간 쉽게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투자증권 노동조합

◆매각설 겪은 현대오일뱅크와는 달라
이처럼 납득하기 쉽지 않은 구조조정 방침 때문에 사실은 하이투자증권의 희망퇴직이 매각을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증권업계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한파 흐름의 일환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증권은 470여명을 줄였고 유안타증권도 740명을 감원했다. 대신증권은 407명, HMC투자증권은 212명을 줄였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2008년 이후 한 번도 구조조정이 진행된 적이 없고 주요 증권사 21개 중 직원들 평균 연봉이 9300만원으로 최고에 올랐다. 평균 근속연수 역시 11년으로 현대증권의 13.4년, SK증권의 11.5년에 이어 3번째에 올랐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 차원에서의 흐름을 보면 실적 악화를 탈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계열사 매각이 종종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만큼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설 역시 증권업의 흐름보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하이투자증권의 구조조정 방안이 처음으로 나온 지 한 달여 만에 불거진 지난 2월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설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조선 계열사들이 유동성 확보 및 구조조정 차원에서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와중에 현대오일뱅크의 지분도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그룹 내 조선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포스코 주식과 KCC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했다. 현대미포조선은 포스코 주식 87만2000주를 매각해 2600억원을 확보, 현대삼호중공업은 KCC 주식 80만3000주를 팔아 4151억원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현대삼호중공업도 포스코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이 범 현대가 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는 그룹 매출에서 1/3 정도를 차지하는 주력 회사이고, 회사가 어렵지만 유동성 문제는 없어 매각할 이유가 없다”며 “매각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손사레를 쳤지만, 워낙 그룹의 사정이 어렵다 보니 쉽게 진화되지 않았다.

현대오일뱅크와 하이투자증권은 나란히 지난해 실적 면에서 선방한 계열사로 꼽힌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현대중공업 권오준 사장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고, 지난 1999년 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IPIC에 지분 50%를, 2003년 지분 20%를 매각했다가 2010년 2조5700억원에 경영권을 되찾아 온 스토리를 갖고 있다.

매각설 당시에도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에 어쩔 수 없이 매각된 곳이고, 다시 찾아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회사를 다시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이투자증권은 이런 상징성이 없고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위상이 현대오일뱅크에는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현재 현대중공업이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일축하고 있음에도 납득하기 힘든 구조조정으로부터 촉발된 매각설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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