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넘는 자리에 비공개 채용 의혹…한수원 “절차 따른 것”

▲ 성추행 문제로 지난 2013년 SBS를 사직했던 SBS 김형민 전 앵커(사진)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언론홍보 자문위원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자격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SBS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성추행 문제로 지난 2013년 SBS를 사직한 김형민 전 앵커를 언론홍보 자문위원으로 채용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자격 시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9일 한수원은 지난 27일 김형민 전 SBS 앵커를 신임 언론홍보 상근 자문위원으로 선임하고 기존에 언론홍보 자문위원이었던 황호형 전 SBS 스포츠국장을 비상근직으로 6개월 재계약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김형민 전 앵커는 서울을 맡고, 황호형 전 국장은 부산과 경주 등 원자력발전소 운영지역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특히 1억2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언론홍보 자문위원에 김형민 전 앵커를 선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김형민 전 앵커는 과거 2004년부터 SBS 프로그램 ‘시사토론’의 사회를 맡았고 같은 해 보도국 정치부 국장을 거쳐 2008년부터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의 활동을 겸하다 보도제작국 국장을 맡았던 방송인이다. ‘SBS 8시 뉴스’의 진행도 맡은 바 있다.

하지만 2012년 연말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추문에 휩싸였다. 피해 여직원은 사과를 요구하며 문제를 제기했고 김형민 전 앵커는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며 2013년 1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시사토론’도 함께 폐지됐다.

SBS 측은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성추행 발생시 진상조사위원회와 인사위원회를 개최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SBS는 김 전 국장이 사직서를 제출하자 이를 수리하는 선에서 처리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형민 전 앵커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했고 잘 마무리돼 피차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한수원의 자문위원 선임으로 성추행 문제가 재조명되는 동시에 한수원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한수원의 조석 사장이 김형민 전 앵커의 서울대 외교학과 1년 후배라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수원 측은 자격 시비가 일자 “서울과 원전 운영 지역 언론에 대한 홍보활동 강화 차원에서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면서 “오랜 언론 경험과 업무능력을 고려해 김형민 전 앵커를 뽑았다”고 해명했지만,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상근직을 뽑는데 공개 절차 한 번 없이 과거 성추행 문제로 사직했던 인사를 암암리에 채용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 한수원 조석 사장(사진)이 김형민 전 앵커의 서울대 외교학과 1년 후배이고, 비공개로 채용을 완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상태다. 한수원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성추행 전력을 이미 검토했으며 비공개 채용 절차에도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악재 시달리는 조석 사장, 홍보 위한 무리수?
일각에서는 최근 한수원과 조석 사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언론의 ‘악성 기사’ 및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무리한 인사를 감행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조석 사장은 지난해 9월 구원투수로 영입된 이후 숱한 고비를 맞고 있다. 사이버 공격 등의 원전 내부자료 유출, 가동 중단 등 다양한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물론 한수원의 쇄신론까지 제기된 상태다.

특히 한수원이 잇딴 비리와 사고에 휘말리자 업계에서는 ‘낙하산 논란’을 빚은 바 있는 조석 사장이 애초에 한수원의 적임자가 아니었다는 ‘자질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위조부품 등 총체적 비리로 얼룩진 한수원을 개혁할 사장 자리에 상위부처인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이 앉은 것이 잘못됐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조석 사장은 최근에는 정치권과 재보선까지 흔든 ‘성완종 파문’에도 거론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조석 사장은 과거 지식경제부 2차관 시절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의 연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태다.

특히 업계에서는 조석 사장이 차관 시절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조기에 개막하기 위해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로 에너지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만큼, 경남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한 특혜에도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처럼 가뜩이나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성추행 전력이 있는 사장의 대학 1년 선배가 연봉 1억2천만원의 상근직에 비공개로 채용된 것은 조석 사장의 조직 쇄신 의지가 실상 허울뿐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이날 한수원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성추행 전력은 모두 감안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임 과정에서 우리 측에서 먼저 김형민 자문위원에게 채용 요청을 드렸고, 성추행 전력에 대한 검토도 마쳤다”면서 “그 과정에서 이미 피해자에 사과하고 민·형사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2년이상 경과된 일이라 결격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상근직 자리를 비공개로 채용한 이유에 대해 “별정직 채용관리 규정에 따라 적합하게 진행된 것이며 원래 공개로 채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정상 운영부서장의 요청에 따라 상임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사장이 채용하는 절차를 따르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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