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전패…텃밭 광주서도 천정배에 敗

▲ 4·29 재보궐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완승을 거뒀다. 새누리당은 오신환(서울 관악을)·신상진(경기 성남중원)·안상수(인천 서·강화을) 당선자를 배출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텃밭인 광주에서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패하는 등 참패했다. ⓒ뉴시스

4·29 재보궐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완승을 거뒀다.

총 4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 가운데 새누리당은 3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전패했다. 그야말로 새누리당의 완승, 새정치연합의 참패로 끝난 것이다.

유일하게 서울에서 치러진 서울 관악을 선거구의 경우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43.89%(33,913표)를 얻어 34.20%(26,427표)에 그친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무소속으로 나선 정동영 후보는 20.15%(15,569표)를 얻는데 그쳤다.

경기 성남 중원구의 경우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가 55.90%(36,859표)를 얻어 새정치연합 정환석 후보(35.62%, 23,490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인천 서·강화을에선 새누리당 안상수 후보가 54.11%(33,256표)를 얻어 새정치연합 신동근 후보(42.85%, 26,340표)를 제쳤다.

광주 서을에선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52.37%(26,256표)를 얻어 29.80%(14,939표)를 얻은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에 승리를 거뒀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서울 관악을 지역 등은 초박빙 구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당초 일(一)여다(多)야구도로 꾸려져 야권이 불리할 것으로 보였으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라는 새누리당에는 초대형 악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니 일방적인 결과가 나왔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우선, 새정치연합의 전략 미스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당 대표 경선에서 ‘이기는 정당’을 구호를 내세운 바 있다. 문 대표는 이후 새누리당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경제·안보 이슈에 대한 과감한 접근을 했지만 최근 발생한 ‘성완종 게이트’를 기점으로 새정치연합은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유능한 경제정당론’에서 ‘부정부패 정권심판론’으로 선거 프레임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되레 새정치연합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전반적인 불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성 전회장이 남긴 메모에 포함된 여당 정치인들의 금품 수수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의 84%가 ‘대부분 사실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성 전 회장이 야당 정치인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82%에 달했다. 즉, 국민들이 정치권을 향한 불신에는 여야가 따로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의 정권 심판론이 제대로 먹힐 여지가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에 맞서 ‘성완종 리스트’라는 최악의 악재를 ‘지역일꾼론’이라는 정공법으로 돌파했다. 새누리당은 최근 한 방송에서 인기몰이를 한 ‘차줌마’를 이용, ‘새줌마’(새누리당과 차줌마의 합성어) 슬로건을 앞세웠다. 김무성 대표는 선거 지역의 숙원 사업을 세심하게 챙기는 인상을 줬고 이 같은 전략이 야당의 ‘정권 심판론’보다 더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의 대승을 가져온 또 다른 요인은 야권의 분열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관악을이다. 정치권에선 서울 관악을에 대해 서울의 호남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야성이 강한 곳이다. 관악을은 27년간 야당이 독주를 해온 곳이다.

서울 관악을 선거 결과를 단순 계산해보면 오 후보는 33,913표를 얻었다.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는 26,427표를 얻고 무소속으로 나선 정동영 후보는 15,569표를 얻었는데 야권 후보들의 표를 합치면 무난한 야권 후보의 승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번 4·29 재보선은 비록 4곳밖에 안되지만 정치적인 의미와 파장이 상당하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새누리당은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반해 새정치연합은 지도부 책임론으로 거센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집권 3년 차에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또한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 현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이번 결과는 당청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일궈낸 승리이기 때문에 김 대표는 그간의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청와대와 차별화하면서 독자적인 행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망론’도 더욱 점화할 전망이다. 여야에서 각각 차기 대선주자 1위를 기록하는 김 대표와 문 대표의 첫 대결에서 압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문 대표보다 대선주자 지지율이 10%가량 뒤처지고 있으나 이날 완승으로 반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박근혜 마케팅’ 없이 오로지 자신이 전면에 나서 치른 선거에서 압승했기에 당내 입지 또한 한층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김 대표를 견제해왔던 친박계도 더 이상 김 대표를 흔들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그야말로 위기에 처했다. 특히, 텃밭인 광주에서 천정배 후보에게 압도적인 표차로 패배한 것은 호남정치권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천 후보는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호남정치 부활을 통한 야권의 전면쇄신’을 내세운 바 있다.

문재인 대표는 광주에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상당한 표차로 참패했다. 요동치는 호남민심을 반영한 선거 결과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신당 창당 움직임이 나오고 지역내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동요의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표 개인적으로는 큰 위기다. 문 대표 입장에선 이번 재보선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였다.

비록 미니 선거였지만 대표직에 오른 뒤 처음으로 맞는 선거인 만큼 결과물을 보여줘야 했던 것이다.

이번 패배는 문 대표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우선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나아가 대선 주자 입지는 고사하고 당장 문 대표 체제의 당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내 비노 세력들이 책임론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당내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계파별 이합집산이 본격화될 수 있다.

4곳에서 치러진 ‘미니선거’가 정치권 지형을 뒤흔들 것으로 보이기에 향후 정치권은 바람잘 날이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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