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독립운동, 통일국가 이루는 일로 완성될 것”

▲ 최근 광복회가 내부적으로 소란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재선 국회의원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강인섭 전 국회의원이 광복회 내부 갈등을 해소하고 광복회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살아 있는 모든 것에는 뿌리가 있기 마련이다. 뿌리 없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체성의 문제로 직결되고, 그것은 곧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의 삶도 그렇고, 개인의 삶과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국가 또한 마찬가지다.

현실을 안정적으로 영유하기 위해, 그리고 더 풍요로운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뿌리가 튼튼해야 하고 그런 뿌리의 소중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우리에게도 그런 소중한 뿌리가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선열들이 바로 그런 뿌리다.

일제로부터 국권을 침탈당했던 시기, 선조들은 목숨을 걸고 항일독립운동을 펼쳤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우리도 없었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또 얼마나 내 자신의 뿌리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을까? 되물을수록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복회’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단체다. 항일독립운동을 펼친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고, 민족정기 선양의 중심에 서 있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광복회가 내부적으로 소란을 겪고 있다. 박유철 현 광복회 회장의 자질 문제를 두고 일부 회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면서다. 이런 문제는 20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더 크게 부각되면서 광복회가 연일 시끌시끌한 상황이다.

광복회 내부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광복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그동안 광복회 회원으로서 지켜만 봐왔던 강인섭 전 국회의원이 광복회의 위상을 다시 정립하기 위해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14, 16대 재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역임했던 강인섭 전 의원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한 정무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더해 정치권에서는 원로로서 여야를 아울러 깊은 신망을 받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대 광복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다른 무엇보다 광복회 내부의 단합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의 풍부한 의회 경험 등을 토대로 광복회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광복회 위상 강화는 광복회 회원인 독립유공자 및 유족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단순히 명예의 문제가 아니다. 강인섭 전 의원은 독립유공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힘을 가지고 광복회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유공자 3세대까지로 축소된 보훈 혜택을 4세대까지로 다시 회복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더욱이 그는 이런 일들이 결국 국회를 상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의회 경험이 풍부한 자신이 역대 어느 누구보다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하고 있다. <시사포커스>가 강인섭 전 의원을 만나 광복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인섭 전 의원 일문일답 전문>

Q>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A>
요즘은 정치를 그만두고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근직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는 일이 많다. 회의도 나가고, 통일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워크숍도 하면서 지낸다. 그리고 강우규 의사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어서 관련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런 활동들을 소화할 정도로 건강도 괜찮다.

Q> 청년 시절부터 통일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다.
A>
저는 고향이 전북 고창이고, 북한에 특별한 연고가 있거나 그렇지는 않다. 그런데 분단시대를 살아온 작가로서, 언론인으로서, 남북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1958년 대학교 3학년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첫 시집이 ‘녹슨 경의선’이라는 제목이었는데, 남북통일을 갈망하는 내용이 담긴 시다. 이후로도 통일에 대한 문제를 줄곧 작품에서 다뤄왔다. 동아일보 기자 시절은 물론, 논설위원 시절에도 남북관계 통일문제를 다룰 때가 많았다. 살아오면서 계속해서 그 문제에 눈을 떼지 않아왔다. 이번에 통일준비위 위원으로 발탁된 것도 그런 배경들 때문이 아니었겠나 생각한다.

Q> 통일문제와 항일독립운동의 의미적 연결고리는 어떤 것인가?
A>
항일독립운동은 오늘날 통일문제와 직접 연결되는 문제다. 우리가 왜 분단이 됐는가? 왜 70년 동안 남북이 갈라져 있게 됐는가? 일제의 국권침탈 연장선상에서 현대사를 볼 수밖에 없다. 그 당시 애국지사들은 좌도 없고 우도 없었다. 공산주의나 무정부주의,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도 같이 항일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오늘날 분단 70년을 맞이하고 있는데, 진정한 독립은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국가를 이루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항일독립운동의 완성이다. 그것이 완성되지 않으면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반토막, 절반만의 광복을 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의미가 남다른 단체가 내부적 혼란을 겪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가?
A>
통일에 있어서도 광복회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북한은 김일성 정권 출범부터 독립운동가가 세운 정권이라는 점을 정통성의 가장 중요한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건국의 아버지인 이승만 박사가 항일투사이기는 하지만, 정권 창출 과정에서 친일파와 손잡았다는 논란 등이 있다. 따라서 우리 광복회가 그런 정권의 정통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광복회의 역할은 통일 과정에서도, 통일 이후에 있을 여러 가지 상황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광복회는 항일 독립운동의 맥을 이어가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될 그런 조직이다. 그래서 광복회가 바로 선다는 것은 말하자면, 나라가 바른 방향을 잡아가는데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Q> 광복회 활동 외에 애국지사들을 위해 활동해온 것들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강우규 의사 기념사업회 회장을 2007년부터 했다. 회장을 하면서 제가 크게 자부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강우규 의사 동상을 서울역 광장에 세웠다. 서울역이라는 위치가 동상을 세우기 워낙 어려운 곳이다. 그런데 그 곳에 동상을 건립했다. 또, 강우규 의사 학술세미나를 몇 차례 개최하며 행적을 알리는 일들도 많이 해왔다.

▲ 강인섭 전 의원은 현재 강우규 의사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강 전 의원은 강우규 의사 알리기에 적극적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그의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서울역에 강우규 의사 동상을 세우기도 했다. ⓒ뉴시스

그리고 14대, 16대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16대 국회의원 때는 노무현 정권이었는데, 국회에서 과거사 정리를 위해 친일행적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노력들이 있었다. 그때 과거사 특위를 만들었었고, 제가 특위 위원장을 했었다. 그때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지만, 국회 다수 의석은 한나라당이었다. 다수 당 입장에서 과거사특위 위원장을 맡아 나름대로 법안을 균형 있게 만들어 통과시켰었다.

Q> 그렇다면, 광복회의 시급히 해결할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내부의 단합된 힘이 중요하므로 화합과 단결의 중심에서 광복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 내부에 단합된 힘이 깨지고 있는 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일이다.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같은 중요행사에서 소동이 벌어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 원인을 찾아내서 다시 단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독립운동가의 후예들이 가난의 대물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분들이 많은데, 그들의 생활향상을 위해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Q> 독립운동 유공자 유족들이 어렵게 살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
A>
보훈 혜택이나 연금 혜택을 못 받는 경우들이 많다. 원래는 유공자의 증손인 4대까지 혜택을 받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원래대로 4세까지 지원하도록 입법조치가 필요하다. 법 개정이 돼야 하기 때문에 국회를 상대로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에서 활동한 경험에 비춰서 역대 어느 누구보다 그 문제는 제가 잘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이 점차 옅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을 높이 받들어주고, 후예들은 국가의 따뜻한 혜택이나 보호 속에서 3대가 망하는 것 같은 그런 일이 없도록 국가가 잘 예우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예로는 현재 광복회원들 중 노인들이 많은데 국공립 요양병원에 의료혜택을 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독립운동가 유가족들의 취업이나 창업을 국가가 도와줄 수 있도록 중소기업 단체 등과 연계해 추진 할 것이다. 광복회 회원 스스로 자족할 수 있도록, 정부도 많은 혜택을 베풀고 그렇게 해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자 봐라,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3대가 잘 산다.’ 이런 것을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현 집권여당 소속의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하나?
A>
집권여당과 가까운 편이지만, 야당과도 관계가 좋다. 호남 출신이기도 하고, 야당 부총재서부터 정치를 시작했기 때문에 여야를 아우르는 인맥이 있다. 이런 의회 경험을 살려서 광복회의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하셨는데, 현 정권이 잘못된 정책을 펼칠 때 쓴 소리를 할 수 있겠나?

▲ 강인섭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했었다. 따라서 정부여당과 소통이 잘 되는 힘 있는 광복회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강 전 의원은 정부여당이 잘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쓴 소리를 할 것이라며 광복회가 어용단체로 전락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사진 / 홍금표 기자
A> 광복회는 결코 여당을 편들거나 그래서는 안 된다.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는 데에 대해 확고부동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광복회는 어용단체가 아니다. 광복회장은 정부와 대통령에 대해 할 말을 해야 하는 자리다. 광복회장은 대통령이 결정적으로 잘못 간다고 생각하면 직언할 수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저는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한 사람이라고 해서 할 말을 못하고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할 말을 해야 하고 직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라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광복회장의 중요한 소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Q> 현 정권과 가까운 사이로서, 광복회장이 되면 유리한 점이 무엇일까?
A>
광복회장이 된다면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국민들한테 모범이 되는 그런 처신을 할 것이다. 청렴결백하고 언동도 진중해야하는 자리가 아니겠는가. 과거 역대 회장님들도 그래왔다. 오직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독립운동을 하셨고 그랬기 때문에 광복회가 지금껏 위상을 지켜왔는데, 후손들이 맡아 광복회를 이끌어 가더라도 조상님들 못지않게 바르게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현 대통령과는 오랫동안 정치적 행로를 같이 해왔고 따라서 현 정부 여당과도 소통이 잘 되는 편이다. 최근 헌정회 부회장을 맡아 국회와도 관계가 깊다. 광복회의 중요현안들을 정부와 국회 등을 통해 풀어가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유리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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