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순식간에 1000억원 순매도…코스피까지 휘청

▲ 7년여 만에 700선을 회복하고 좋은 흐름을 보이던 코스닥이 한 업체의 의혹에서 촉발된 불안 심리의 연쇄적 파급 효과로 장중 한 때 5%가 넘게 빠지는 기록적인 변동폭을 보이는 소동이 일어났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최근 7년여 만에 700선을 회복한 코스닥에서 한 업체의 의혹으로부터 촉발된 불안감이 연쇄적으로 퍼지며 장중 5% 이상의 기록적인 변동폭을 보이는 소동이 벌어졌다.

22일 코스닥지수는 장중 720선을 돌파하며 최근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다 갑자기 오후 들어 5% 넘게 폭락하는 충격적인 사태를 맞았다. 이날 코스닥은 오후 1시 19분을 기점으로 하락 반전, 오후 2시 7분경에는 전날보다 38.54p 하락한 최저 675.95를 기록했다가 9분 뒤 700선을 회복했다. 특히 외국인이 순식간에 1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전문가들은 코스닥지수의 장중 급락이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의혹으로부터 촉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내츄럴엔도텍이 가짜 백수오를 판매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른 바이오 업체들에 대한 투자심리까지 함께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토종 약초인 백수오는 최근 갱년기 여성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제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한국소비자원이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및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과 함께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32개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실제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3개(9.4%)에 불과했다고 밝혀 논란이 촉발됐다.

나머지 제품들은 백수오와 비슷하면서도 가격이 3분의 1에 불과한 이엽우피소를 원료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국소비자원은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6개 업체에 공급하는 ㈜내츄럴엔도텍의 이천 공장의 가공 전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밝혀 내츄럴엔도텍이 즉시 하한가를 기록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내츄럴엔도텍은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원의 검사 방식은 식약처의 공인된 검사 방식을 무시한 것”이라면서 “소비자원이 분석한 백수오 샘플은 지난 2월 식약처가 유전자검사를 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던 샘플”이라고 반박하며 한국소비자원의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츄럴엔도텍은 지난 13일 법원에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에 대한 ‘공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오는 29일 심리가 예정돼 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내츄럴엔도텍의 하한가 직행으로부터 촉발된 매도세는 즉시 전 종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헬스케어 등 기대감으로 상승하던 일부 종목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갑자기 불안감이 확산하는 양상"이라며 "과열 부담이 터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도 “내츄럴엔도텍이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바이오 섹터를 비롯해 코스닥시장 전반이 고점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스닥의 급락세에 코스피까지 급락하는 이상현상이 감지되기까지 해 국내 주식시장의 펀더멘탈이 취약함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편 이날 순식간에 천국과 지옥을 경험한 누리꾼들은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외국인들이 갑자기 매도물량을 쏟아낸 것에 대해 “순간 전쟁난 줄 알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고, 다른 누리꾼도 “(코스피 지수) 2160을 보면서 행복했다가 순간 지옥을 보았다”며 허탈해 했다.

한 누리꾼은 “코스닥이 빠진다고 코스피가 같이 급락한다는 것은 우리의 증시가 얼마나 나약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자조했고, 다른 누리꾼은 “도박장이 따로 없다”며 5% 이상 떨어진 코스닥 지수에 놀라워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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