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전서 ‘포스코·대우인터내셔널’ 물량 유지 여부 관건

▲ CJ대한통운을 포함 삼라 마이더스(SM)그룹과 사모펀드 IMM PE등이 대우로지스틱스 인수전에 참여했다.ⓒ대우로지스틱스

CJ대한통운이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의사를 밝혔다. 애초 포스코가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끝내 포스코는 인수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포스코가 이번 인수전에 참가한 것은 아니더라도 CJ와의 신경전에서는 자존심을 구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20일 CJ대운통운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매각주관사에 대우로지스틱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며 “매각 주관사에서 진행하는 부분이라 정확한 일정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대우로지스틱스의 지분 73.3%를 보유한 최대주주 ‘블루오션 기업재무안정 제1호 사모펀드(PEF)’는 매각주관사인 CIMB증권을 통해 잠재 인수후보자들에게 투자안내서를 배포했다. 그 결과 현재 CJ대한통운을 포함 삼라 마이더스(SM)그룹과 사모펀드 IMM PE등이 인수전에 참여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대우로지스틱스가 일본과 중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10여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점을 인수 매력으로 꼽았을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해외 진출 전략 강화를 위한 M&A를 지속적으로 시도해오고 있다. 불과 2개월 전 글로벌 물류기업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SM그룹은 최근 계열 건설사들이 잇따라 호실적을 내놓고 있어 충분한 자금을 바탕으로 대우로지스틱스 인수전에 참가한 곳이다. 이미 지난 2013년 국내 4위 해운사 대한해운을 인수한 경험이 있다. IMM은 국내 사모펀드 가운데 해운업 투자 경험이 가장 많다. 지난해 현대상선으로부터 LNG사업부를 인수했고, 동시에 한진해운신항만과 현대부산신항만 등에도 투자했다.

CJ-SM-IMM PE 인수전 참여포스코, 물량 유지할까

대우로지스틱스는 현재까지의 실적과 향후 성장 가능성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인 만큼 인수전의 열기는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로지스틱스의 지난해 매출은 6055억원, 영업이익은 189억원이었다.

대우로지스틱스의 사업 영역은 해운업과 물류업으로 1999년 옛 대우그룹 물류팀에서 분사한 이후 중견회사로 성장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2009년부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2011년 블루오션 PEF가 1200억원에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했고, NH농협증권과 카무르인베스트먼트가 공동 운용사(GP)로 선정됐다. 이외 정책금융공사가 610억원, 포스코의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이 330억원, 행정공제회가 210억원을 투자하며 출자자로 나섰다.

포스코는 해운업 부분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은 물류 부분에서 대우로지스틱스의 주요 고객사다. 대우로지스틱스는 지난해 말 포스코와 철재 운송 계약을 체결했고 ‘삼성엔지니어링-볼리비아’와 ‘한화건설-알제리’ 등 대기업과 해외국가 사이에서 물류파트너 역할을 맡으며 실적을 올리고 있다.

대우로지스틱스 인수가격을 두고 업계에서는 2000억원에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우로지스틱스의 최대 고객인 포스코가 매각 후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 여부가 이번 인수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포스코가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CJ가 인수전에서 이길 경우 자존심을 구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 / 홍금표 기자

◆ 포스코, 대한통운 인수전 이어 또?

당초 대우로지스틱스의 유력 인수후보는 포스코그룹이었다. 2011년 블루오션 PEF 조성 당시 포스코그룹의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이 330억원을 투자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해운업계 반발을 우려해 자회사를 앞세워 해상운송업에 발을 들인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블루오션 PEF 만기 후에는 포스코가 자연스럽게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외에도 포스코그룹이 대우로지스틱스의 최대 고객인 점과 사업특성상 물류 사업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포스코 인수 참여설의 주장근거가 됐다.

하지만 포스코는 끝내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의사를 접었다.

그 이유로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이 대우로지스틱스에 330억원을 투자할 당시 포스코의 수장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었지만, 2014년 초 권오준 회장으로 수장이 교체되면서 경영방침의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는 점이 거론된다.

또 2013년 이후 철강산업의 경기 악화와 그룹내 재무구조 부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포스코그룹이 현재 그룹의 부동산 자산인 LNG터미널, 대우마산백화점 등을 내놓고, 계열사였던 포스코특수강과 포스화인 등을 매각한 상태임을 감안하면 현재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한편, 대우로지스틱스 인수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CJ의 경우 과거 대한통운 인수를 앞두고 포스코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적이 있는 곳이라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이번 인수 포기로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다는 말이 많다.

2011년 대한통운 매각 과정을 살펴보면 CJ와 포스코가 척을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먼저 CJ는 대한통운을 주당 21만5000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최종 가격협상 과정에서 주당 19만3500원에 사들였다.

포스코가 당초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맺고 주당 19만1500원을 제시했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2000원 차이다. 포스코는 CJ의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행위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지만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만약 CJ가 대우로지틱스까지 인수하게 된다면 포스코와의 신경전에서는 이기게 되는 것이지만, 대우로지스틱스 전체 매출 중 포스코 관계사 비중이 35%에 달하는 점은 CJ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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