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발생시 재계약 안해, 하청업체 부실 보상, 보험료 감면 3년간 583억

▲ 한국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현대중공업 조선/해양 3사의 기능직 사내하청 노동자는 전체 기능직 노동자의 약 80%에 이른다.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지난해만 13명이 사망했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위험한 일을 사내하청업체에 맡기고 하청업체에서 산재가 발생할 경우,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침 때문에 하청업체는 사고가 발생해도 산재처리하지 않고 사고 당한 노동자에게 부실 보상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하청업체서 일어나는 사고도 현대중공업의 안전체계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러한 산재은폐로 인해 얻은 현대중공업의 산재보험료 감면 이익은 3년간 58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희망을만드는법에 따르면, 기업인권네트워크, 노동건강연대,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공동으로 ‘현대중공업 산재발생에 관한 의견서’를 발표했다.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는 계열사 61개중 이 보고서에서는 조선해양플랜트 사업 부분 내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주), (주)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주) 등 3개 사의 국내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노동안전시민단체인 울산 산업재해추방운동연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에서 지난해 13명이 사망했다. 특히 지난 2012년에서 2014년까지 최근 3년간 사망자수는 각각 2명, 8명, 13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는 본청의 사망자는 없는 반면 하청 사망자는 13명으로 전체

사망자가 모두 하청업체에서 나왔다.

전체 기능직 하청에 80% 집중, 높은 노동강도 강요

▲ 은수미 의원, 장하나 의원실에 따르면, 1999년 현대중공업 내 10건의 산재은폐문제가 제기되면서 ‘안전경영대상’의 수상이 취소됐고, 2004년 4건의 노동자 사망사건이 은폐됐다. 39건의 산재가 은폐됐다는 이유로 고발되는 등 문제가 발생해 현대중공업 대표이사가 국외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희망을만드는법

문제는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에 기능직 노동자가 집중돼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하고 있다는데 있다.

한국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현대중공업 조선/해양 3사의 기능직 사내하청 노동자는 전체 기능직 노동자의 약 80%에 이른다.

이 의견서는 “이는 현대중공업이 건조하는 선박과 해양플랜트가 실질적으로 현대중공업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노동자들에 의해 만들어짐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특히 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보다 더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 산학협력단에서 지난해 수행한 ‘산업재해 위험직종 실태조사’에서 한 하청노동자는 “일하는 조건에서 불편한 사항이 별로 없는 곳은 직영(노동자)이 하고, 직영이 배 내부로 들어가서 일하는 경우는 없다. 거의 배 바깥쪽은 직영이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위험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하청사업주가 하려고해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보고서는 “하청사업주의 입장에서 볼 때 하도급된 업무가 수행되는 원청의 사업장은 하청 업체 자신의 사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하청업체 독자적으로 작업환경을 개선할 여지가 많지 않다”라며 “또한 대체로 영세한 하청업체가 높은 이윤을 얻기 위해 적은 인원으로 짧은 시기에 해당작업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통제를 벗어나 높은 노동강도로 일해야 하고 이로 인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구조적으로 높은 산재사망사고 환경에 노출된다”고 했다.

게다가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해 발생한 ‘물량팀’ 관행은 사고 발생을 증폭시킨다.

물량팀이란 하도급이 분화한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 일정한 일감을 주고 일을 시킨뒤 일이 끝나면 즉시 해고 되는 비정규직 그룹이다. 이 물량팀은 정해진 분량의 작업을 하기 위해 외부에서 팀을 만든 후 현장에 들어와 해당 작업을 완성하고 해체됐다가 다른 작업장아 생기면 다시 팀이 구성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내하청업체가 자신들이 도급받은 일의 완성을 위해 그 일부를 재하도급하는 것.

이 물량팀은 구조적으로 높은 산재사망사고 발생위험에 노출돼 있다.

종합안전보건진단보고서에 따르면, ▲물량팀원은 안전보건교육이 미흡하게 이뤄진다. ▲실질적으로 물량팀의 팀장이 사업주라는 점에서 안전보건교육과 관련한 사업주의 책임 추구에서 법적 공백이 발생한다. ▲물량팀원에 대해서 체계적 직무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물량팀원에 재해가 발생한 경우 대부분 노동자 스스로 산재처리를 하도록 요구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산재 은폐와 그로 인해 현대중공업의 이익

산재사망사고는 신고가 되기 때문에 현황이 파악되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발생하는 일반적인 산업재해는 현황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산재를 입어도 이를 산재처리하지 않거나 처리하지 못하게 은폐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도 이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은수미 의원, 장하나 의원실에 따르면, 1999년 현대중공업 내 10건의 산재은폐문제가 제기되면서 ‘안전경영대상’의 수상이 취소됐고, 2004년 4건의 노동자 사망사건이 은폐됐다. 39건의 산재가 은폐됐다는 이유로 고발되는 등 문제가 발생해 현대중공업 대표이사가 국외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 현대중공업에서 지난해 사망한 노동자 리스트 ⓒ‘현대중공업 산재발생에 관한 의견서’

이러한 산재은폐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최근 울산지역 노조가 지난해 3월 실시한 ‘2014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노동자 중 지난 3년간 업무상 재해나 질병을 산재로 처리한 사람은 응답자의 3.7%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50%는 개인처리를 43%는 공상으로 처리했다고 응답했다. 산재처리를 하지 못한 응답자의 50%가 해고, 업체폐업, 블랙리스트 등 불이익을 당할까봐 산재처리를 못했다고 답했고, 원청회사의 압력으로 업체에서 공상을 요구한다는 답변이 22%로 그 뒤를 이었다.

사내하청 사업주의 입장에서 원청회사가 사내하청업체에게 산재를 은폐하도록 강제하는 구조적 압력을 받는다. 즉, 산업재해가 3회 발생하게 되면 사내하청업체 계약이 해지되는 이른바 산재 삼진 혹은 투아웃제도를 현대중공업 등 원청업체에서 운영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이 산재은폐를 통해 얻는 이익이 존재한다.

산재처리 건수가 적으면 산재보험료를 감면받는 직접 이익이 있다. 은수미 의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09년 152억 원, 2011년 247억 원, 2013년 184억 원 등에 이르는 산재보험료를 덜 내는 등 3년 동안 총 583억 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 받았다.

사내노동자 산재사망에 현대중공업 ‘모르쇠’ 대응

보고서는 현대중공업은 최근까지 사내하청노동자의 높은 사망자 수와 산재 은폐에 대해 명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고 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업인권네트워크와 노동건강연대는 지난해 9월과 12월 질의서를 2차례 현대중공업에 발송했으나 현대중공업은 이에 대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故 정범식 사건을 보면 현대중공업이 이에 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정범식 씨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인 (주)서문의 이른바 ‘물량팀’ 소속 노동자였다. 정범식 씨는 지난해 4월26일 11시45분경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 13번 셀장에서 블라스팅 작업을 하던 중 에어호스에 목이 감기게 되면서 사망했다. 해방 선박은 Enesel S.A사가 발주한 LNG선이었다. 사건 당일 함께 근무한 노동자에 따르면, 사고 발생 전 휴식시간에 정범식 씨는 “작업에 사용하는 리모콘 작동이 잘 안된다고 했고, 한 타임 더 작업해보고 통째로 바꾸든지 해보겠다”고 했다. 이후 이 리모콘이 작동하지 않아 결국 사고에 이르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정범식 씨의 사망을 은폐하려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 발생시 지체없이 관할 노동지청에 사고사실을 보고해야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고의 원인이 작업중 사고가 아니라 자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및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직후 정범식 씨가 울산대 병원에 응급실에 후송된 후 현대중공업 관리자가 “정범식은 사고로 죽은게 아니라 자살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목격자가 없는 사건이라 사인조사를 위해 협조해야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정범식 씨가 사망한 직후 사고 현장을 찍은 사진을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울산동부경찰서는 정범식 씨가 자살한 것으로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국회 국정감사에서 부실수사 의혹으로 재수사를 통해 사고를 통한 사망이라는 증거가 밝혀졌다.

현대중공업은 정범식 씨의 사망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작업장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사내하청노동자라는 이유였다.

기업인권네트워크, 노동건강연대, 사내하청지회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사내하청에 위험한 업무를 맡기는 것은 현대중공업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함이다. 현대중공업은 자신의 작업장 내 발생하는 모든 재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예방과 피해자 구제에 대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작업장 내 발생하는 산재 은폐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안전경영 쇄신을 위한 종합개선대책’이 문제해결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시사포커스 / 박효길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