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보험금 불지급률이 소비자와 관계 멀게 만들어

▲ AIA생명이 생명보험사 가운데 보험금을 타기 가장 어려운 기업으로 꼽히면서 소비자와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AIA생명

AIA생명이 생명보험사 가운데 보험금을 타기 가장 어려운 기업으로 꼽히면서 소비자와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금융소비자원이 생보협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22개 생보사 자료를 조사한 결과 보험금 부지급률이 가장 높은 생보사는 AIA생명(3.13%)으로 보험금 청구건수 5만9830건 중 1874건의 보험금을 부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업계 평균 부지급률이 0.94%인 점을 감안하면 3배를 넘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보험금 부지급률’은 보험금을 청구한 건 중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비율을 말 한다. 따라서 AIA생명은 보험금 지급에 가장 인색한 회사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보험금 지급 거부가 소비자와의 관계 악화시켜

보험금 부지급률이 높은 회사일수록 가입자가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보험 소비자의 불만족도도 같이 상승한다. AIA생명도 소비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고객들의 만족도는 크게 떨어졌다.

지난 9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AIA생명의 지난해 보험금 불만족도는 3.39%로 업계 평균인 0.67%를 크게 상회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를 차지한 하나생명(2.69%)이나 3위를 차지한 KB생명(2.12%)보다 1%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다.

AIA생명 소비자의 불만은 민원 급증으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AIA생명은 보유계약 10만건당 23.8건의 민원을 받았다. 전년보다 30.1% 증가한 수치로 상위 15개 생보사 가운데 2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AIA생명, 과거에는 어땠나…해결 방안은?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국장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TV홈쇼핑을 통한 보험 판매는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경우가 많아 분쟁 일어날 소지가 높다”며 “AIA생명은 다른 보험사보다 TV홈쇼핑을 통해 보험을 많이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부지급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AIA생명은 지난해 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TV에 나오는 보험 광고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부실 광고를 내보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방통위는 “‘낸 보험료를 모두 돌려받는다’거나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다’ 등의 내용으로 광고하면서 보험 가입이나 해지 관련 구체적 금액은 밝히지 않아 소비자를 헷갈리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과거 AIA생명은 소비자에게 보험료를 과다하게 받는 등 소비자와의 신뢰를 져버려 금융당국의 철퇴를 맞은 적도 있다.

AIA생명이 지난 2007~2011년까지 약 4년간 자동이체로 보험료를 납입하는 소비자에게 2%의 보험료를 깎아주기로 해놓고 실제로는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아 총 28억900만원의 부당이익을 편취다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것이다.

또, 이 기간 AIA생명 소속 보험설계사가 계약자의 가상계좌로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등의 방법으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보험설계사 6명이 모두 10억1200만원의 특별이익을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아울러 일부 임직원이 파생상품에 투자할 때 기본 절차와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2011년 9월 말 기준 6개 합성자산담보부증권에서 409억5000만원(손실률 -62.2%)의 평가손실을 기록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보이기도 했다.

오세헌 국장은 “보험약관에 명시되어 있듯이 보험사의 주된 의무는 ‘보험금 지급’ 이므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의무위반·계약위반”이라며, “보험사가 가입자의 보험금을 불공정하게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마땅히 근절돼야 하므로, 감독당국이 적극 나서서 보험사의 부당한 보험금 부지급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시사포커스 / 박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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