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거래 관련 손실 370억원 논란 불씨되나

▲ 우리은행의 화푸빌딩 관련 손실 규모가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2007년 중국 화푸빌딩 투자에 대한 융자금을 대부분 회수하지 못하면서 국부유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사진 / 홍금표 기자

<시사포커스>의 취재결과 우리은행의 화푸빌딩 관련 손실 규모가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2007년 당시 화푸빌딩을 매입하려던 백익인베스트먼트에 대출해 주면서 생긴 38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외에도 파생거래로 발생한 370억원의 손실이 더 있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화푸빌딩 융자로 인한 손실은 ▲건물 융자금 3800억원 ▲빌딩 임대료 1000억원 ▲파생거래 손실 370억원 등 총 5170억원으로 5000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이에 따라 한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우리은행의 화푸빌딩發 국부유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잎서 우리은행은 2007년 중국 화푸빌딩 투자에 대한 융자금을 대부분 회수하지 못하면서 국부유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우리은행이 중국 화푸센터 지급보증을 섰다가 모두 날리고 감가상각 처리해 장부상 0원만 남았고 3년간 매각하려다 실패했다”며 “정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3800억원이라는 은행 역사상 가장 큰 돈을 투자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순우 행장은 “현재 상각해서 없어진 것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손해를 만회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국부유출 논란의 발단이 됐다.

◆우리은행과 화푸빌딩의 악연

우리은행은 2007년 12월20일 중국에 소재한 화푸빌딩에 투자를 하면서 백익인베스트먼트(이하 백익)에 3800억원 규모의 융자를 해준 이후 대규모 부실 채권 악몽이 시작됐다.

화푸빌딩은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 소재한 12만5104㎡ 규모의 건물로 지상 25층의 오피스빌딩 2개동과 지상9층의 포디엄 형식의 건물 등 모두 3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은행은 이 빌딩이 70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화푸빌딩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이정배·민봉진 대표가 있는 백익에 융자를 해줬다. 현지 사정에 밝은 조선족 민 씨와 빌딩 투자경험이 많은 파이시티 이정배 전 대표와 손잡고 투자에 참여한 것이다. 이 전 대표와 민 씨는 우리은행의 지급보증으로 대한생명에 1500억원, KB국민은행 2300억원 등 총 3800억원 규모의 융자를 받았다.

그러나 은행이 백익에게 대출해 줄 당시 부동산을 담보로 한 것이 아니라 화푸빌딩을 소유하고 있던 중천굉업의 지분을 담보로 삼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부동산이 담보로 설정돼 있어야 빌딩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채권단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중천굉업의 지분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건물주 행세는 민 씨의 부인인 김 씨가 하면서 임대료 등을 챙기게 됐고, 채권 부실 위험이 높아지자 백익에 대출을 해준 대한생명과 KB국민은행은 지급보증을 선 우리은행에 채권인수를 요구하면서 부실위험이 있는 대출채권을 2009년 모두 양수하게 됐다.

현재 화푸빌딩에 들어가 있는 투자금의 회수는 700억원정도 되지만 전체 융자금에 대한 회수 여부는 불투명하다. ‘실제 소유주’ 행세를 하고 있는 김씨와 우리은행 사이의 소유권 소송에서 우리은행이 연이어 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감 이후 부실대출에 따른 국부유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우리은행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었다.

◆화푸빌딩 부실대출 논란 시즌2…악몽 재현되나?

이런 상황에서 부실대출 유발자라고 할 수 있는 민 씨에게 또다시 대출을 해준 사실이 지난주 보도되면서 우리은행의 입장이 다시 불편해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부실 채권 가운데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인 중국 화푸빌딩 3800억원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관련해 은행 측이 420억원을 추가로 시행 사업자 개인에게 신용대출을 해준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대한생명과 KB국민은행이 부실 위험으로 채권 인수를 요구한 시점에 민 씨에게 개인보증으로 2억4000만위안(420억원)을 개인보증으로 대출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 부실 대출을 일으킨 장본인에게 담보없이 개인 신용으로 한 번 더 대출을 해준 것이다.

우리은행 북경분행은 민 씨에 대출 조건으로 “북경중천굉업방지산자문유한회사 법정대표자 민 씨 이사 김 씨 전액 연대책임보증을 제공한다”고 내걸었다. 대출받는 사람이 보증을 선다는 신용계약인 셈이다.

당시 언론은 우리은행이 가지고 있는 38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외에도 민씨에게 추가로 대출해 준 420억원이 채권 상태로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추가 부실대출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은행이 지난 2013년 7월 부실 채권 매각을 위해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삼정회계법인 등을 통해 낸 매각 공고 자료에 보면 민씨에게 나간 2억4000만 위안(420억원)의 채권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 매각 공고 자료를 보면 우리은행이 내놓은 매각 대상 자산 개요에 ‘북경은행이 민 아무개씨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대출 채권 원금과 연체 이자 등 총 2억8000만 위안’이 포함돼 있다.

◆부실 유발 민씨에 420억 추가대출…이유는?

우리은행은 민 씨에게 추가로 대출을 해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대출건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민씨에게 420억원의 대출을 해 준 것은 맞지만 채권이 부실화되는 것을 막기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은행은 “민 씨에게 추가 대출을 해줬을 당시가 대한생명과 KB국민은행에게 채권을 양수했을 때이긴 하지만 은행 측은 추가대출로 전체 부채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실질적으로 부실 채권 규모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측이 밝힌 ‘실질적으로 손실 규모를 줄였다’는 표현을 애매했다. 전체 융자금 3800억원과 민 씨 대출금 420억원이 장부상에는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우리은행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시간을 되돌려 우리은행은 2007년 백익에게 3800억원을 융자해줄 당시 환차손 방지를 위해 370억원 규모의 환헷지 파생상품을 만들어 계약했다. 그러나 이 헷지 상품은 2011년 파생거래 청산 시 부실화 돼 370억원 규모가 ‘미수금’ 상태로 남아 있었다. 쉽게 말해 거래가 끝나 정산을 해야하는데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안 돼 정산해야할 370억원이 부실 채권 상태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은행 측의 설명한 ‘실질적 손실규모 감소’는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파생거래 관련 손실을 포함한 전체 손실규모가 감소했다는 것이 요지인 셈이다.

우리은행은 “민씨 추가 대출에 담보를 잡아 파생거래 미수금에 대한 환수 작업 이뤄졌고 이 외에도 이자 등의 명목으로 총 5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회수했다”며 “420억원을 대출해줘 5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회수했으면 실질적으로 부채규모가 준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파생거래 손실 370억원 존재 부각

한편, 우리은행의 해명에 파생거래 손실 370억원의 존재가 새삼스레 부각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파생거래 관련 손실 370억원의 존재가 갑자기 나온 점에 대해 우리은행 측의 의도적인 부실 규모 줄이기 아니었냐는 의혹이 있다.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지난해 피감기관 국감자료 요청을 받았을 때 파생거래 부분에 대한 자료를 보냈다”며 “손실 규모를 축소하려 했다면 국감자료에 보낼 이유가 없지 않냐”고 해명했다.

김기식 의원 측은 이와 관련 “국감자료는 구두 형태와 문서 형태 두 가지 형태로 받는데 당시 우리은행이 구두로 파생거래 관련 내용을 설명했으면 관련 자료가 없을 수도 있다”며 “국감자료가 워낙 방대해 해당 자료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시사포커스 / 박호민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