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하늘이다.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일 중 하나가 밥으로 사람을 차별하고 상처 주는 것이다. 4월 1일부터 경상남도의 학교급식이 유상으로 전환되었다. 학교 급식비 지원중단에 따라 의무급식(무상급식)이 중단된 경남지역에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무상급식 중단이 현실화된 1일 진주 지수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가마솥을 내걸고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도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도 예산이 넉넉하지 않으니 형편이 좋은 애들까지 무상급식을 할 필요가 없다. 그 예산을 서민 자녀 교육비로 돌리는 것이 더 올바른 서민 정책이다”,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고 한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자 밥도 먹는 곳이다. 학생들이 밥 먹는 일은, 특히 모두 둘러앉아 같은 밥을 먹을 때에 좋은 공부가 된다. 그런데 왜 밥과 공부 둘 중 하나만 하라고 강요하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평등과 자비를 가르치는 것은 교육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교육이다.

한 고등학생이 홍준표 지사에게 보낸 편지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학생은 “학생들에게 학교는 그냥 공부하러 가는 곳이 아닌, 삶 전부가 담긴 작은 우주”라며 “점심시간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대단한 시간인지 잘 모르시는 지사님께 그 시간의 의미를 설명해드리고 싶다.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돌아보면, 학교 안에서 가장 뜨겁게 살아있는 공간은 급식소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이 공간에서만큼은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똑같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편지를 썼다.

학생은 이어, “지사님에게는 우습게 들리시겠지만 밥 먹는 것도 공부다. 저는 그동안 친구관계에서 적어도 가난 때문에 문제가 생겼던 적은 없다. 함께 노는 데 그런 것은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라며 “다 같이 같은 밥을 먹는데 좀 못살면 어떻고 잘살면 어떤가요. 하지만 무상급식이 사라지면 그것은 더 이상 상관없는 일이 아니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누구는 가난해서 공짜 밥 먹고 누군 형편이 좋아서 돈 내고 밥 먹고, 이렇게 되면 학교 분위기는 확 바뀔지도 모른다. 자신의 가난을 식사 때마다 느껴야 하는 아이가 과연 복지 혜택에 감사할까요?”라며 “모두가 같은 밥을 먹는 동안에는 가난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선별복지가 시행되는 순간 대상자는 진짜 가난한 아이가 되어버린다”고 말했다.

학생은 “지사님은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복지라고 하시지만, ‘괴롭고 불편한 복지’가 될 게 뻔하다.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평등해야 할 급식소에서 ‘누구 밥은 3200원, 누구 밥은 공짜’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사님. 무상급식을 돌려주세요”라고 거듭 호소했다.

홍 지사는 예산 타령을 하며 아이들의 밥그릇(무상급식 예산)을 빼앗아 서민 자녀 교육 지원 사업하려 하지 말고, 부정부패와 낭비성 예산만 줄여도 무상복지 정책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산이 부족해서 무상급식을 못한다면 그건 핑계일 뿐이다. 문제는 예산이 아니고 의지다. 최소한 ‘밥’만큼은 그 어떤 차별도 없어야 한다.

헌법 제31조 제3항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의무교육’은 ‘의무급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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