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내부서도 비판론 솔솔…日은 6월 가입 유력

▲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예상치 못한 흥행을 거두자 미국과 일본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뉴시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예상치 못한 흥행을 거두자 미국과 일본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일 포르투갈과 아이슬란드가 추가로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립 회원국은 50여 곳을 넘어섰다. AIIB 참여국에 유럽경제 대국인 독일과 미국 최대 우방국인 영국이 포함돼 있어 창립 멤버가 화려하다는 평가다.

처음 중국이 AIIB 설립을 추진했을 당시만 해도 현재의 모습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AIIB 창립 총회 당시 인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제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가 참여하면서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에 주요국들이 하나둘 AIIB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영국의 가입을 신호탄으로 미국과 우방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이 대거 가입행렬에 동참했다.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시설 투자 수요가 2020년까지 매년 7300억달러, 우리 돈 800조원에 달해 경제적인 이익을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입지가 급격히 축소되는 모양새다. 미국은 그동안 AIIB 운영 방법과 대출 기준을 문제 삼으면서 우방국의 AIIB 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우방국들이 줄줄이 AIIB에 모여들면서 머쓱한 상황이 왔다.

이제는 미국 내부에서까지 부정적인 시각이 나온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AIIB 설립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AIIB 설립을 중국의 권력 장악 시도로 볼 것이 아니라 미국이 투명성과 규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기회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의회 관계자가 현재의 상황을 두고 “미국의 자살골”이라고 말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미국의 눈치를 보던 일본도 AIIB 흥행을 예상하지 못한 눈치다. AIIB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던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영국이 AIIB 참가를 선언하기 직전까지도, 일본 재무성이 총리 관저에 “G7 국가 중 AIIB에 참가하는 국가는 없다”라는 부적절한 보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은 AIIB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

일본은 AIIB에 대해 전향적인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테라 마사토(木寺昌人)중국주재 일본 대사는 AIIB 창립회원 신청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재계가 정부를 상대로 가입로비를 벌이고 있는 줄 안다”며 “일본정부가 이 같은 재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6월 정식으로 가입신청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시사포커스 / 박호민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