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함과 살벌함의 충돌, '짝패'

짝패친구의 복수를 위해 죽도(竹刀) 하나만을 들고 적진으로 들어가는 비장한 짝패. 그들의 입에서 툭 튀어져 나오는 대사는 바로… “이제부텀 전쟁이유~!” 서부극에나 나올 법한 멋진 대사 대신, 투박하면서도 느릿한 충청도 사투리가 난데없이 튀어나온다. 화려한 액션활극의 비주얼과 친근하면서도 투박한 사투리가 충돌을 일으키면서 신선한 재미를 주는 영화 '짝패'. 오는 25일 개봉을 앞두고 한창 시사회가 열리는 와중에,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짝패'의 충청도 사투리가 화제다. 영화 속에서 ‘사투리’의 사용은 영화의 톤&매너를 결정짓는데 큰 몫을 한다. '친구', '가문의 영광' 등 숱한 코믹물이나 조폭 영화에서의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 '선생 김봉두'와 '웰컴 투 동막골'등에서의 강원도 사투리 등 기존의 영화에서는 ‘사투리’를 사용하여 코믹함과 함께 지방색을 극대화해왔다. 최근 황정민, 류승범 주연의 '사생결단' 역시 부산 느와르 영화답게, 거칠면서도 짧은 부산 사투리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사투리는 대부분 코메디를 위한 장치로 활용되거나, 특정 지역(주로 부산과 광주)에 한정되어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번엔 충청도 사투리다! 느릿느릿한 말투로 인정 많은 사람만 살 것 같은 충청도지만, 악당 ‘이범수’의 입에 붙는 날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살벌해 진다. 충청도 사투리가 메인으로 등장한 영화는 '짝패'가 처음으로, 극 중 배우들의 억양은 느려서 더 섬뜩하고 살벌한 느낌을 준다. 류승완 감독은 충청도 온양 출신으로 본인이 가장 입에 잘 붙는 대사를 차용하기 위해서 충청도를 배경으로 정했고, 곧 부여 출신 정두홍, 청주 출신의 이범수까지 모두 ‘충청도 토박이 3인방’이 모이게 되었다. 덕분에 대사에 대한 구체적 아이디어까지 제시한 이범수와, 대사에 감정 연기까지 실어 풍성하게 연기하게 된 정두홍 감독 등 '짝패'는 어느 영화보다 리얼한 사투리 대사의 진수를 보여준다. 가장 자신있다는 것 외에도 류승완 감독이 충청도 사투리를 설정한 이유는 ‘살벌함과 느릿함이 충돌했을 때 오는 재미와 맛’ 때문. 게다가 지금까지 스크린에서 한번도 본 적 없다는 사실도 한 몫 했다. 이렇듯 액션 활극이라는 짜릿하고 빠른 쾌감과 어우러지는 은근한 사투리의 맛을 보여준 '짝패'는 5월 2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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