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하며 복지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복지논쟁의 판을 더 키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지사는 무상급식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에 대해 ‘진보좌파의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주장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쟁을 확산시키더니, 28일 해외 출장에서 귀국하면서는 무상급식에 이어 보육정책까지 문제제기 하고 나섰다.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정부의 강력한 의지이기도 해 사실상 홍준표 지사의 복지 전쟁은 야당과 만이 아닌, 무차별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홍 지사의 해외 출장 중 골프 논란도 무상급식 중단 이슈를 이어가는데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노이즈마케팅과 같은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홍 지사는 골프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이에 따라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자연스럽게 무상급식 논쟁으로 이어가고 있다.

무상급식 이슈가 단순히 정치인 한 사람 개인의 이슈가 아니고, 경남지역 한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닌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이념 전선이라는 점에서 홍준표 지사와 야당 간 다툼은 오래갈 가능성이 크다. 굵고 길게 오래가면 갈수록 홍 지사 입장에서는 살아 있는 이슈메이커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무상급식을 둘러싼 야당의 이 같은 비난이나 논쟁은 홍 지사의 차기 대권가도에 긍정적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완전히 꺾어놓지 못한다면, 홍 지사 좋은 일만 시켜주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홍 지사가 무리해 이슈 불붙이기를 이어간다면 화가 될 수도 있다.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보육 문제까지 지적하고 나선 자체가 발화점이 될 수 있다. 야당과의 싸움만이 아닌, 정권과도 붙어야 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홍 지사를 측면에서라도 지원해주던 새누리당도 더 이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측면지원이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핵심 정책에 반기를 든 홍 지사를 가만 놔두기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이런 구도적 문제도 있지만, 나아가서는 홍 지사의 시대정신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복지에 대한 국가 역할론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는 시대라는 사실은 진보 뿐 아니라 보수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 재원을 어떻게 조달해야 하는가 문제를 놓고 논쟁을 펼칠 일이었다.

지금 시행하고 있던 복지를 후퇴시키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복지를 확충시켜 나가야 하는데, 그 재원을 어떻게 감당하느냐에 대해서 치열한 논쟁을 펼쳤어야 한다는 얘기다. 복지논쟁을 펼치더라도 어게인 2010년 후퇴한 논쟁이 아닌, 2020년 미래지향적 논쟁이었어야 했다. 그러니 홍준표 지사가 키우고 있는 지금 이러한 이슈 논쟁은 결코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정책을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치열한 논쟁은 그 자체만으로도 발전적일 수 있다. 다만, 후퇴한 과거 지향적 논쟁이 아닌 미래지향적 논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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