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삼 제 14회 개인전 - "BEYOND FOREST"

수많은 미술가들이 자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혹은 자기 가슴 속의 심상에 근거하여 화폭에 옮기려 수천, 수만년에 걸쳐 노력해온 일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자연이야말로 인간에게 최초로 경이를 가져다 준 대상물이자, 결국 극복해야할 - 생존의 의미를 넘어선 예술의 차원에서마저도 -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폭에 옮겨진 자연은 어딘지 인공적 - 이런 단어를 쓰는 것은 우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인간이 창조해낸 것은 모두 인공적인 것이니 - 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자연 그대로의 텁텁함과 거친 성격이 배어나오지 못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이런 점을 간파한 작품들이 바로 '자연 그대로의 소재'를 이용한 그림들이었다. 어느 것이건, 색과 모양새가 그려져 나오는 자연물이라면 모두 차용하여 화폭 자체를 '자연'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바로 이들 '자연 그대로의 소재'를 이용한 그림들인데, 목탄을 입힌 오브제 작업에서 면 천 위에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는 형식에 눈을 돌린 서양화가 이재삼화백의 미술세계 또한 이 독특한 영역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드로잉이나 밑그림을 그릴 시에 자주 사용되는 것이 바로 목탄이라는 소재이지만, 이화백의 경우, 이 목탄을 회화의 '중심적' 재료로서 이용하여 표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는데, 이번 "BEYOND FOREST"전에서 전시되고 있는 이화백의 작품들은 목탄의 거친 성격을 이용해 천 위에 풀과 가지들이 어지러이 들어서있는 자연 그대로의 '숲'을 묘사하고 있다. 얼핏 '자연'에 대한 일률적인 투영적 묘사라고 오해되기 쉽지만, 이화백의 작품들은 개인적 심상을 투영시킨 종류의 '자연'으로서, 숲과 같은 큰 축의 심상을 압축하는 정경은 물론, 개구리, 개나리, 포도 등 자연 속에서 '빛나는', 흔히 '자연'이라는 큰 틀 안에 일반적으로 뭉뚱그려지지 않는 생명체들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서양화가'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서양화의 기본인 '원근감'에 의존하지 않고 동양적 '평면성'에 기대고 있는 이화백의 작품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화가 지닌 특유의 공간감에 서양화에서 볼 수 있는 소재의 대담성, 표현의 무한성이 더해져 독특한 향취를 풍기고 있으며,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독보적인 예술 작업으로서 한번쯤 관심을 기울여 관찰해 볼 법한 세계를 표현해내고 있다. (장소: 갤러리 도올, 일시: ∼200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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