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전국 조합장 동시 선거, 무투표·돈선거 등 부정선거 의혹 끊이지 않아

▲ 수협중앙회는 정부에게서 조달받은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2017년부터 변제해 나가야하는 상황임에도 노사협상 과정에서 임직원들에게 한 대당 60만원에 해당하는 휴대폰 또는 태블릿 PC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돈 잔치’ 논란을 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수산업협동조합의 방만한 경영과 비리가 도를 넘었다. 나랏돈을 흥청망청 쓰며 예산을 허비하면서도 임직원들은 억대 연봉을 받아가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비난 여론이 거세다.

특히 수협중앙회는 앞서 정부로부터 수혈 받은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2017년부터 변제해 나가야하는 상황임에도 노사협상 과정에서 임직원들에게 한 대당 60만원에 해당하는 휴대폰 또는 태블릿 PC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돈 잔치’ 논란을 샀다.

더불어 11일 사상 처음으로 농협‧수협‧산림조합 전국조합장동시선거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무투표 조합’과 ‘돈선거 의혹’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첫 선거 개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조합장 선거 자체에 부정선거의 낙인이 찍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 11일 사상최초 농협, 수협, 축협 등의 조합장을 뽑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개최된 가운데 ‘무투표 조합’과 ‘돈선거 의혹’으로 논란이 제기됐다. 사진 / 홍금표 기자

◆ 돈선거 등 부정선거 의혹 여전

11일 농협‧수협‧산림조합 전국조합장동시선거가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가운데 이번 선거가 각종 비리로 얼룩지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농협‧수협은 전국동시선거 이전에도 매 조합장 선거 때마다 금품 및 식사제공 등 후보자들의 각종 위법행위가 다수 적발돼 논란을 키워온 곳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11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해서 “전날인 10일 기준, 전국 조합장 동시 선거 관련 위법 행위 762건을 적발했다”면서 “이 중 149건을 고발했고, 44건을 수사의뢰했다. 569건은 경고(행정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범법행위를 저지르면서까지 후보자들이 조합장 자리에 필사적인 이유는 조합장의 권력이 그만큼 막강하기 때문이다. 조합장으로 선출되면 대출금리를 전결할 수 있고, 대출한도도 조정가능하다. 또 농산물 판매뿐만 아니라 직원 인사권까지 쥐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가히 ‘지역 실세’라 할 만한 조합장 자리를 두고 ‘돈선거’가 난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조합장들의 권한이 ‘무소불위’인 만큼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선거 방식을 동시선거로 전환했음에도 다수의 후보자들이 불법을 저지르다 적발되는 것이다.

한편, 9일 <한겨레>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살펴봤을 때 이번에 선거가 치러진 전국 1326곳 농·축협과 수협, 산림조합 가운데 15.4%인 204곳이 ‘무투표 조합’인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6·4 지방선거 때 전체 당선인 3952명 가운데 무투표인 경우가 229명으로 5.8%였던 것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무투표 조합의 경우 단독 후보자에게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투표 없이 당선인이 정해진다.

무투표 조합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광역시의 경우 부산이 24개 조합 가운데 8곳(33.3%)으로 가장 많았고 광주는 17곳 조합 중 1곳(5.9%)만 무투표 조합으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도 별로 따졌을 경우 전남이 179개 조합 가운데 35곳(19.6%)이 무투표 조합인 것으로 파악돼 가장 비율이 높았고 충북이 72곳 중 7곳(9.7%)으로 가장 낮았다.

이처럼 무투표 조합 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한겨례는 현행 ‘위탁선거법’이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운동을 후보자 본인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다가 예비후보 등록이 따로 없고, 선거운동 기간이 13일에 불과하다. 또한 후보자들의 정책 및 정견을 들어볼 수 있는 공개토론회와 합동연설회가 금지돼 있고, 선거벽보와 공보물, 명함, 어깨띠, 전화, 인터넷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만 허용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거의 판세는 당연히 현직 조합장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 조합장 동시 선거 관련 위법 행위 762건을 적발됐고, 이 중 149건을 고발조치했다. 이외 44건을 수사의뢰했으며 569건은 경고(행정조치)를 요구한 상태다.ⓒ뉴시스

◆ 빚더미에도 임원들은 억대연봉

작년 10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민수 국회의원이 수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협중앙회는 2001년 4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조1581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급받았으나 1원도 갚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적자금이 투입될 당시 9873억 원이라는 미처리 결손금을 정리한 후 16년 거치기간을 두고 11년 동안 분할상환을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미처리 결손금은 지난해 10월 기준 1446억 원이나 남아 있었다.

빚더미에 앉은 수협이지만, 임원들의 임금지급에는 씀씀이가 컸다. 2013년도 수협 임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37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도경제사업 대표이사와 감사위원장, 신용사업부문 대표이사의 연봉은 평균을 웃도는 1억6800만원에 달했다.

이어 경제사업 회장이 1억3200만원, 경제사업 상임이사가 1억2000만원, 신용사업 상임이사가 1억2000만원을 받았다. 2013년 수협 임원의 연봉은 2012년 대비 300~400만원 증액된 수준이다.

이외에도 임원 바로 아래 직급인 별급의 경우 연봉 총액이 51억8600만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총 44명임을 감안하면 평균 연봉은 약 1억1780만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그 아래 직급인 1급의 경우 연봉 총액이 251억9900만원이었는데, 인원수가 257명임을 고려할 때 평균적으로 연간 9800만원의 임금을 받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퇴직금으로 지급된 돈도 만만치 않았다. 2013년도 기준 일반퇴직금과 희망퇴직금을 합쳐 총 78명에 57억9700만원이 들어갔는데, 1인당 평균으로 따지면 1억2587만원의 돈이 지급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공적자금을 받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데다 어민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수협중앙회가 억대의 연봉을 책정하고 있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어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지 의문이고 지속적으로 연봉 감액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법인카드로 유흥비 지출 흥청망청

<시사포커스>가 입수한 해양수산부의 ‘2014년 수협 정기종합감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수협중앙회 및 8개 회원조합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결과 일선 조합의 방만한 운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카드의 경우 업무와 관련해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하고 특히 불건전한 업소를 이용하면서 무분별하게 이용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그런데 감사결과 A수협은 법인카드를 이용해 노래방과 단란주점, 유흥주점 등에서 총 8회에 걸쳐 176만원을 B수협의 경우 48회에 걸쳐 870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협중앙회의 경우 내후년 공적자금을 상환을 앞두고 불필요한 예산 집행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2011년 노사협상 과정에서 2781명의 임직원들에게 대당 60만원 꼴에 해당하는 휴대폰 또는 태블릿 PC 등을 지급해 총 17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차량비 지원은 조합장 및 상임이사의 관내 업무협의를 위한 경비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수협의 차량비 지원내역을 보면 공무가 아닌 사적사용이 명백한 개인차량 수리비 지출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면접도 안보는 ‘깜깜이 채용’ 난무

수협에서는 채용비리 또한 끊이지 않고 자행돼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수협의 인사규정에서 조합장은 조합에서 계속근무연수 1년을 초과해 근무 중인 계약직 직원이 지도 경제 사업 대표이사가 정한 고시과목에서 70점 이상을 획득한 경우 4급 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D수협은 당초 4급 정규직 채용고시에 합격한 계약직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의결했다가, 갑자기 여러 차례 채용고시에서 낙방한 바 있는 계약직 직원 모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그런가 하면 E수협의 경우 경력직 직원채용 시 만 37세 이하, 수협 및 타 금융기관 정규직 3년 이상 유경험자여야 한다는 제한 사항에도 불구하고 37세 이상인 응시자격 부적격자 6명과 경력 확인을 위한 경력증명서 미제출자 2명을 서류전형 시 합격자로 결정한 후 면접을 통해 이 중 1명을 최종합격자로 결정했다.

또 F수협은 기술기능계 신규 직원 채용 시 채용계획수립 절차와 서류심사, 면접도 없이 인사위원회 의결만을 통해 계약직 직원 6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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