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농협출신 고위관료 내정, 사외이사 전원 관료 출신

▲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가 위원장에 오른다면 두번째 농협 출신 금융위원장이 된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가 위원장에 내정되면서 두번째로 농협 출신 금융위원장 임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잇따라 농협을 거친 인사가 고위관료 자리에 오르자 ‘고위공직자에 오르려면 농협을 거쳐라’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러한 반면에 농협금융지주는 출범 3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로 구성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3명으로 모두 관료 출신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관료 중 중앙 권력과 가까운 인사들로 알려졌다.

이는 KB·신한·하나금융지주가 학계·경쟁사 출신으로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고 관료출신 사외이사 비중을 줄이는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농협과 정부의 두터운 관계 속에서 관치금융 또는 정경유착이 되기 쉽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농협이 금융전문가, 농업전문가, 경영감시자 등 다양한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 출신 관료가 늘고 있다. 농협금융 회장을 역임한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가 임명에 오르면 김석동 전 위원장을 포함해 농협 출신 금융위원장이 두명이나 된다.

두 명의 장관급 배출 눈앞에 둔 농협

오는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가 인사청문회를 가진다. 이를 무사히 통과하면 농협은 두명째 장관급 공직자를 배출한 셈이 된다.

임종룡 후보는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농협금융 회장을 역임하던 중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다. 임 후보는 전남 보성 출신으로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행시 24회 동기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을 지내고,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 실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3년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다.

농협금융 측은 임 전 회장이 지난해 카드사태 유출에도 불구하고 전년과 비교해 올해 순이익을 162% 끌어올린 점, 우리투자증권의 인수 성공 등 농협금융 내에서 연임을 바라던 누치였다.

그러나 임 후보가 금융위원장을 오르는 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국회에서 그의 과거 행적을 두고 문제 제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가 종합소득세 신고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퇴직연금, 특강 수입 등 400여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누락했다는 것.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임 후보에 대해 지난해 5월 종합소득세 합산신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지난달 임 후보가 내정된 이후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에 앞서 지난 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가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2700만 원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6억7000만 원짜리를 사고 아파트를 2억 원에 신고해 이같이 절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로부터 제출받은 ‘후보자 및 직계 존비속의 부동산 매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임 후보자는 2004년 3월에 서울 여의도 K아파트를 매입하면서 6억7000억 원으로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신고는 2억 원으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2011년 금융위원장에 임명된 김석동 전 위원장도 농협 출신이다. ⓒ뉴시스

지난 2011년 금융위원장에 오른 김석동 전 위원장도 농협을 잠시 거쳤다.

행시 23회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공직에 임문했다. 금감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내고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재경부 차관보, 금감위 부위원장 등 경제부처 요직을 지냈다. 이후 2008년 농협경제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2011년 금융위원장에 올랐다.

사외이사 3명 전원 관료, 농협금융지주

농협 출신의 관료에 임명되는 것과 함께 농협은 관료 출신을 사외이사 두는 끈끈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출범 3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로 구성됐다.

기업경영·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3명으로 모두 관료 출신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관료 중 중앙 권력과 가까운 인사들로 알려졌다. 먼저 현정택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다. 그는 재정경제국 대외경제국 국장을 거쳐 여성부 차관을 지냈다.

김준규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는 서울지검 제37대 검찰총장 출신이다. 김 변호사는 서울지검에서 시작해 법무부 법무실장 등을 거쳤다.

마지막으로 금감원 출신인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그는 금감원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다.

지난 2013년 사외이사도 대부분이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4명 중 언론계 출신 허과현 한국금융신문 편집국장을 제외하면 3명 모두 관료 출신이다.

탈관료, KB·신한·하나금융지주

이러한 농협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선호와 달리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다양한 인사를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로 최영휘 전 신한은행장을 영입했다. 이는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으로 파격적 영입이었다.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목표를 가진 KB금융이 최영휘 전 신한은행장을 영입해 신한은행 DNA를 심고자하는 의도로 보인다.

이외에도 김영진 감사위원회 위원장은 서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황건호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서울대 경영대 초빙교수, 대우증권 부사장 등을 지냈다. 이종천 평가보상위원회 위원장 등 대부분 학계 인사로 구성돼 있다.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30%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는 학계·출신으로 알려졌다.

현재 관료 출신 3명 중 남궁훈(69) 전 생명보험협회 회장과 김석원(69) 전 신용정보협회 회장 2명은 관피아라 할 수 있다.

남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을 거쳐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을 지냈고, 김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총무과장, 금융감독위 기획행정실장 등을 지냈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절반을 하계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 최근 3년간 학계 출신 사외이사는 점점 늘어나는데 관료 출신은 줄이며 지난해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3년간 학계 출신 사외이사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012년 전체 사외이사 중 2명, 25%에 불과했던 학계 출신이 2013년에는 8명 중 3명, 37.5%, 지난해 42.9%까지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율은 점점 감소세를 나타냈다. 2012년 전체 8명 중 4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던 관료 출신은 2013년 37.%로 줄어든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체 7명 중 1명, 14.3%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 다양한 인사로 농업+금융 거듭나야

▲ 이러한 반면에 농협금융지주는 출범 3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로 구성됐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이와 같이 타금융사들의 탈관료화 바람에서도 볼 수 있듯, 농협도 탈관료화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러한 인사 행태는 농협이 관치금융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시사포커스>와 통화에서 “농협의 관료출신 사외이사 선임과 금융당국의 농협 출신 임명은 전문가라는 점에서 좋은 일일 수 있지만 너무 잦으면 적절치 않다”라며, “금융당국과 농협의 사외이사 자리는 상호견제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농협이 농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공성을 띤 특수기관이라는 측면에 대해서는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형구 금융국장은 “농협발전과 국내 시중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이중고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농협은 금융+농업 발전이라는 임무가 있기 때문에 금융권 전문가, 농업 전문가, 경영 감시자 등 다양한 방면의 인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시사포커스 / 박효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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