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비리에 ‘윤리경영’ 헛물…“근본 변화 없다” 지적도

 

▲ 포스코그룹 권오준 회장이 오는 14일이면 취임 1년을 맞는다. ‘위대한 포스코’의 재건이라는 기치를 걸고 체질개선과 윤리·정도경영에 사활을 다해온 권오준 회장이지만 현재까지는 크게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포스코

포스코그룹 권오준 회장이 오는 14일이면 취임 1년을 맞는다. 방만경영과 경쟁력 추락,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리던 포스코로서는 새로운 피가 필요했고 이는 권오준 회장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현재 포스코의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과연 포스코가 환골탈태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의문부호가 붙고 있는 실정이다. 대체적으로 업계는 포스코가 과거와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파격적으로 꺼내들었던 ‘권오준 카드’가 사실상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권오준 회장이 포스코그룹의 8번째 사령탑에 부임할 당시까지만 해도 신선하다는 평가와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기술 전문가 출신이라는 점은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여겨졌고 경영 경험이 부족한 데다 정치권이나 중우회 등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이 불안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를 의식한 듯 권오준 회장은 오히려 자신의 약점으로 치부되던 점들에 대한 우려를 포스코 개혁의 발판으로 삼고 포스코의 재건을 위해 윤리·정도 경영과 강도 높은 쇄신의 칼을 빼들었다. 특히 권오준 회장은 포스코에서 반복되던 비리의 악순환을 완전히 끊어 내고 깨끗한 포스코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비리 공화국’이었던 포스코
권오준 회장의 취임 이전의 포스코는 알려진 대로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공기업으로 포스코건설에서는 권오준 회장이 지난해 1월 내정되자마자 여직원의 30억원 횡령 사건이 알려져 불길한 징조를 보였다.

경기 안양 하수처리장에서 일개 경리 직원이 회사 간부가 편의상 알려준 결재시스템 접속권한을 악용해 공사장 근로자 숙소 임차보증금 등을 과다청구하는 방식으로 무려 30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횡령, 내부적으로 기강이 해이해져 있다는 비판을 한 몸에 받고 내부 감시망의 헛점도 드러냈다.

또한 포스코건설은 비호설이 끊이지 않던 이명박 정부에서 끊임없이 각종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박영준 전 차관이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에 깊숙이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포스코건설이 시공권을 단독 입찰해 가져간 것에 대한 의혹이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수천만원대 금품을 건넨 의혹을 받았던 황보건설에 무더기 하도급을 줬다는 의혹을 사는가 하면, 지난 2011년에는 천안시 하수관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천안시청 과장에게 4억8000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송도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자회사 포뉴텍은 원전 부품 시험 성적서 위조 혐의로 한수원으로부터 공급자 효력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윤리·정도경영’, 구호로 그치나
이 같은 상황에서 기술자 출신인 권오준 회장이 윤리 경영을 강조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권오준 회장은 내정 직후 “포스코를 국민의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모든 임직원에게 ‘윤리규범 준수서약’을 받고 “윤리 준수를 통해 원칙과 기준을 중시하는 일하는 방식을 확고히 함으로써 부정직한 업무수행이나 비윤리 행위를 예방하고 근절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윤리·정도 경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권오준 회장의 윤리·정도 경영 구호는 1년이 지난 현재까지는 실패로 귀결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오준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철강부문 자회사인 포스코P&S는 임직원 납품 비리와 제품가격 담합 혐의로 본사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며 비리 악순환의 서막을 열었다. 당시 포스코는 “그룹이 아닌 한 개인의 비리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내부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말에는 2013년 발생했던 페놀 유출 사고를 은폐해 온 흔적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013년 6월 불거졌던 포스코엠텍의 마그네슘 옥계 제련공장의 페놀 유출 의혹과 관련됐던 책임 공장장은 별다른 징계조치 없이 지난해 말까지 근무하고 있던 사실이 알려져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검찰과 강릉시는 자체 조사가 아닌 포스코의 조사에만 의존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등 유착 의혹으로 연결되기까지 했다.

▲ 비리 공화국으로 불렸던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에도 각종 사건이 터져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건설현장에서 임원들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보도돼 이완구 국무총리까지 일갈하고 나섰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최근에는 포스코건설의 해외 임원이 수백억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100억여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보도돼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임원 2명이 현지 발주처의 뇌물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공사 금액을 부풀려 300억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중 100억여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이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포스코의 대응이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당초 이러한 혐의가 포스코건설 감사실에 감지된 것은 지난해였다. 포스코건설 감사실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황태현 사장과 권오준 회장에게 보고했으나 황태현 사장은 지난해 8월 이들에 대한 징계 없이 인사조치하는 데 그쳤고, 포스코건설은 인사위원회도 개최하지 않은 채 업무상 과실 책임만 물어 보직 해임했다. 해당 임원들은 현재까지 비상근 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초반 몇 몇 언론에 해당 보도를 전면 부인하던 포스코건설은 이완구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일벌백계할 뜻을 내비치자, 임원들의 행위가 관행이고 개인적인 횡령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하지만 늦장 해명이 오히려 더 화를 키운 셈이 돼 더 많은 비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스스로 사서 받게 됐다.

더군다나 포스코건설 감사실에 따르면 이러한 관행은 해외사업장 곳곳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향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 해외 사업장의 비리 사태가 더욱 확산될 조짐마저 감지된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왜 4년간 적발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그간 베트남 해외지역 감사가 없었다”는 답변을 내놓는 촌극을 연출했다. 권오준 회장의 윤리경영이 헛물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포스코가 해외사업장 감사를 4년간 하지 못했고, 다른 뒷돈 거래에 대해서도 감사를 하지 않아 파악하지 못햇다 답하는 등 안일한 답변을 내놓았다. 충분히 다른 해외사업장의 감사 역시 부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해할 수 없는 인사조치로 화를 더 키운 권오준 회장과 황태현 사장의 임시 방편 조치에 대한 비난마저 쏟아지는 가운데, “말로만 윤리경영을 외치고 정작 달라진 게 무엇이냐”며 권오준 회장과 황태현 사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권오준 회장이 황태현 사장에게 일이 커질 것을 염려해 사건을 덮으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위대한 포스코’, 절반의 성공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포스코 내부의 문화를 바꾸겠다는 포부와 더불어 권오준 회장이 내세운 것은 ‘위대한 포스코’, 즉 포스코의 체질 변화와 철강 본원 경쟁력의 확보였다. 물론 분명 어느 정도의 성과는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대체적으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 그치고 있다.

지난달 5일 열린 2015년 기업설명회에서 포스코가 밝힌 지난해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65조984억원, 영업이익 3조 2135억원이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5.2%, 7.3% 늘어난 수치라는 점에서 재무 구조 개선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계열사·부동산 매각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2조원의 현금을 확보했고 부채 비율을 전년 28.2%에서 지난해 23.8%까지 낮춰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권오준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곧장 체질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포스코특수강 지분을 세아그룹에 매각해 6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고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 등 계열사가 각각 마산과 베트남에서 갖고 있던 백화점도 팔아 치웠다. 포스코 계열 시설관리업체인 포스메이트 소유의 서울 역삼동 포스타워 건물과 부지도 처분했다.

이렇게 권 회장이 확보한 현금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1조원대의 포스코건설 지분매각작업도 완료를 앞두고 있고 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는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매각작업도 이달 중 재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이 5570억원으로 전년의 1조3550억원에 비해 무려 60%나 감소했다는 점은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다.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부산 센트럴스퀘어, 호주 구리광산 샌드파이어 지분 등 20여건이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포스코의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27조4280억원으로 2013년 말에 비해 1조원 이상 늘어났고, 7조원대였던 현금성 자산은 5조원대로 떨어졌다.

포스코플랜텍에서 벌이고 있는 고강도 인력감축도 논란이다. 지난달 25일 포스코플랜텍에 따르면 플랜트 부품 제조 계열사 포스코플랜텍은 포항 본사와 울산사업장 등에서 전 직원 105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포스코플랜텍 직원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실이 우려됐던 성진지오텍을 포스코가 인수한 후 경영이 어려워지자 포스코플랜텍과 직원들에게 떠 넘기는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 2010년 성진지오텍을 1593억원에 인수한 뒤, 사업 효율화를 이유로 비슷한 분야가 많은 포스코플랜텍과 묶어 흑자였던 포스코플랜텍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포스코와 계열사들은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유상증자했지만 사업 수주가 바닥을 치면서 결국 안하느니만 못한 꼴이 됐다. 이처럼 경영난이 지속되자 권 회장이 구조조정을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어 더욱 비난은 거세질 전망이다.

잇따른 주식 투자 실패도 비난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에만 현대중공업 등 주식투자 실패로 인해 4년간 1조원을 허공에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해 매도가능증권 3697억원을 손상차손 처리했다. 매도가능증권을 손상차손 처리하는 것은 그만큼 주가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현대중공업 주식 역할이 컸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주식의 손상차손만 1736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불황의 직격을 맞으면서 이 불똥이 포스코로 번진 것이다.

이렇다보니 겉으로 드러난 지표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던 권 회장의 재무구조 정상화 방안은 완벽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에 대해 돈은 안에서 줄줄이 새고 있는데 토지·건물 매각, 인원감축 등만 해대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면서 “권 회장이 가장 중요한 취임 원년에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모습”이라며 “재무건전성 확보와 윤리성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있는 상황에 포스코의 권오준 카드가 과연 올바른 것이었는지 의문만 번지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 올해 포스코는 비주력 계열사·자산의 매각,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쇄신안을 지속해가면서 파이넥스 공법 등 신공법 수출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다만 반복되는 비리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은 윤리·정도경영을 강화할 묘수는 딱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주어진 시간 2년, 올해는?
이제 시장은 임기 1년을 보낸 권오준 회장이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말로만 외치던 윤리·정도경영은 언제쯤 실현될 것인지, 희생을 떠넘기며 쇄신 작업을 펼치던 것에서 본격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포스코는 향후 방향에 대해 이와 관련해 파이넥스 공법같은 신 공법의 수출과 신소재사업이 회사 수익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 쪽에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파이넥스 공법은 저품질 철광석으로 쇳물을 뽑아내면서 환경오염물질을 크게 절감시키는 기술로 조만간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먼저 포스코건설의 경우, 올 상반기 프리IPO를 실시한 뒤 하반기 상장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 상장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포스코에너지 역시 최근 정부 연료전지사업에 참여하며 성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 분위기에 따라 조만간 IPO 계획이 수립될 것으로 진단된다. 부실 계열사들의 정리와 구조조정도 올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계열사는 안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권 회장 취임 초 대우인터내셔널을 완전히 매각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포스코는 당분간 매각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덩치가 커 현실적으로 매각이 쉽지 않고 미얀마 가스전 등에서 현금창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플랜텍도 권 회장이 애초 매물로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결국 떠안고 가기로 했다. 포스코는 4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포스코플랜텍에 6천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지원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플랜텍이 매물로서 가치도 낮고 이미 많은 자금이 투입된 만큼 떠안고 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권 회장은 포스코플랜텍의 적자사업인 해양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쪽을 선택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글로벌 철강시황 역시 권 회장이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전반적인 공급 과잉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철강업체들이 저가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서다. 포스코는 이와 관련해 고객의 수요에 맞춤 대응하는 '솔루션 마케팅'으로 위기를 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비리 근절에 대해서는 딱히 묘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민영화된 포스코에 끝없이 쏟아지는 정권과의 유착에 대한 의혹과 내부 기강 해이와 더불어 반복되고 있는 임직원 비리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에도 딱히 윤리·정도 경영이 실현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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