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노후화 심각한데 방문객 늘린다고 살아나나”

▲ 24일 서울시가 세운상가 재생 종합계획을 내놓고 공중보행교 부활과 보행데크 연결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놨으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서울시가 과거 ‘미사일과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까지 돌 정도로 영광을 누렸던 세운상가를 살리기 위해 종합 계획을 내놨으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서울시는 ‘세운상가 활성화(재생)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를 대상으로 국제 공모전을 연다고 밝혔다.

종합계획에는 2005년 청계천 복원 당시 철거됐던 세운상가 가동과 청계상가 간의 공중보행교를 다시 부활시키고, 종묘앞 세운초록띠공원부터 퇴계로 진양상가까지 보행데크를 연결하는 등 일대에 건널목, 보행데크,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종묘와 남산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밖에 세운상가군 내 발생하는 공실 등을 활용해 도심산업 체험 공간 및 전시실 운영, 창업지원 거점 공간 등을 마련하고, 세운재정비촉진 지구 개발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건물, 또는 토지를 확보해 도심산업 지원센터, 중소규모 공방 등을 만들어 관련 업체들에게 싸게 공급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보행데크를 다양하게 꾸려 여러 프로그램을 담으면 사람들이 몰리게 될 것”이라며 “사람들이 모이면 죽어있는 점포들도 활력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통행 접근성 증대? 시설 노후화 어쩌나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세운상가 일대를 재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통행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과연 세운상가를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서울시의 사업 계획은 기존 상가 건물들을 그대로 둔 채 방문객 확대를 도모해 문화·관광·도시산업 거점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즉, 방문객이 늘어나면 현재 온라인 시장으로 대세가 변해 침체중인 전자제품 상점들이 사라지고 카페, 음식점, 스튜디오 등 새로운 상점이 생겨 활력이 생길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세운상가 건물들이 심하게 노후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계획이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건물로도 유명한 세운상가는 지난 1968년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하고 서울시의 지원으로 조성돼 5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 왔다. 세운(世運)이라는 이름은 ‘온 세상의 기운이 모여라’라는 의미로 지어졌다.

8~17층 높이 건물 8개 ‘현대상가(현재 세운초록띠공원)-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삼풍상가-풍전호텔-신성상가-진양상가’가 세운상가 활성화 계획의 대상으로 종로~퇴계로까지 남북으로 약 1㎞에 걸쳐 형성돼 있다.

조성됐을 당시에는 도심 중심상권이자 전기·전자사업 메카로 부흥했지만, 용산, 강남 등으로 상권이 이동하고 온라인 거래 위주의 트렌드가 정착되면서 2000년대부터 깊은 침체기에 빠졌다.

시설도 크게 노후돼 현재 건물 외부는 곳곳이 부식투성이고 건물의 축대를 담당하는 철골들 역시 녹슬어 위태한 상황이다. 빈민가와 상점이 빽빽히 들어찬 주변부는 슬럼화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보행교를 설치하고 통행 접근성을 증대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보행교를 설치해 봐야 심각하게 노후화된 건물이 철거돼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온다. 무조건적인 재개발을 지양하고 재생을 돕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취지가 반영될 만한 정도를 넘어선 상태라는 것이다.

이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재개발 정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다시 제기된다. 오세훈 전 시장은 노후 상가를 모두 철거하고 일대에 공원을 조성하고 오피스, 주상복합 빌딩을 지어 사업비를 부동산 개발로 메꾼다는 ‘통합 개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높은 지가와 부동산 경기 침체, 종묘 주변의 고도 제한 등 문제로 난항을 겪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세운상가 존치 결정을 내리고 철거 계획을 백지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원 조성과 주상복합 빌딩 등의 개발이 한 번 엎어진 상태에서 그대로 재추진하기 쉽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이번 계획이 큰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어 보인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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