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가볼만한 곳 ③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 훈민정음을 보고 있는 꼬마

세계의 언어학자들에게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문자라는 찬사를 받는 한글. 날마다 듣고 쓰는 우리말과 글이지만, 과연 우리는 한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글이 언제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한글의 변천사와 그 원리는 무엇인지, 현 시대에 한글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국립한글박물관에 가보자. 한글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해 10월 9일 문을 열었다. 모음 글자의 배경이 된 하늘, 사람, 땅을 형상화한 3층 건물에 전시실과 한글놀이터, 기념품점, 카페, 도서관이 고루 자리한다. 박물관 주 전시실은 2층에 있는 상설전시실이다. ‘한글이 걸어온 길’을 주제로 한글 창제 원리를 설명하고, 그에 따라 나타난 변화와 한글이 국어로 정착되기까지 과정을 다양한 자료와 전시물을 이용해 흥미롭게 꾸며놓았다.

▲ 한글박물관

전시실에 들어서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1443년부터 우리말과 글을 빼앗긴 일제강점기까지 차례로 표현한 디오라마가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이 밖에 정조가 직접 쓴 한글 편지첩, 금속제 한글 활자, 최초의 국어 교과서 등 귀한 자료가 많다.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면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이 더욱 자랑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개관 기념 특별전 〈세종대왕, 한글문화 시대를 열다〉가 열리고 있다. 세종대왕의 업적을 현대미술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실 맞은편에 있는 한글놀이터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한글과 놀이를 결합한 재미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한글놀이터는 회당 이용 인원이 제한되어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가면 편하다. 같은 층에 자리한 한글배움터는 외국인이나 다문화 주민을 위해 마련한 체험 학습 공간으로, 보다 쉽고 즐겁게 한글을 배워볼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운영하는 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훨씬 더 알차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전문 해설사가 동행해 한글의 역사를 자세히 들려주며, 전시된 유물과 자료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덕분에 어렵게 느껴지던 전시도 재밌고 뜻깊게 다가온다. 어린이들도 눈높이에 맞춰 해석해주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해설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매시간 정각마다(점심시간 제외) 2층 안내 데스크 앞에서 출발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을 방문한다면 시간을 넉넉히 잡아 국립중앙박물관에도 다녀오자. 두 박물관이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어 편리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은 반만년 넘게 이어 내려온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 생활상이 집대성되었다. 구석기시대, 삼국시대, 고려와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선조들이 지켜온 모든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워낙 볼거리가 방대해 한 번에 모두 돌아보려고 하면 수박 겉핥기가 되기 쉽다.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좀더 깊이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 해설 코스도 다양해 대표 소장품만 보거나, 전시관별로 나눠 둘러볼 수 있다. 푸드코트와 기념품점, 휴식 공간이 잘 갖춰져 국립한글박물관과 함께 하루 코스로 잡아도 충분하다.

▲ 이태원 거리

박물관 관람을 마치면 이태원 거리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길 건너편에서 이태원행 버스나 택시를 타면 10~20분 걸린다.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태원은 서울에서도 전통과 현재, 다국적 문화가 융합된 지역으로 꼽힌다. 영어와 외국어 간판이 즐비한 거리 풍경에 이곳이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태원에서 놓치지 말고 가봐야 할 곳이 서울중앙성원이다. 1976년 5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문을 연 모스크로, 건물 생김부터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새하얀 건물 외벽과 아치형 기둥, 이슬람 문자가 새겨진 벽면 등이 우리와 다른 문화를 엿보게 한다.

이곳은 열린 공간이지만 이슬람 문화 특성상 복장에 신경 써야 한다.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면 출입이 제한될 수 있으며, 경비실 옆 착의실에 구비된 치마나 히잡 등을 착용하고 입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예배 공간인 만큼 다른 종교와 문화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관람하자. 예배당은 신자 외에 내부 출입을 금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미리 방문 신청하면 담당자가 성원 내부를 안내해주며 이슬람 문화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준다.

박물관 나들이와 함께 엮으면 좋은 또 다른 코스는 서울시립미술관이다. 서소문본관은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부근에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찾아가기 쉽다. 정동길로 이어진 덕수궁 돌담을 따라 짧은 산책을 즐기고 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산책로 뒤편으로 르네상스 식 건물인 옛 대법원을 활용한 미술관 건물이 나타난다.

21세기형 ‘글로컬’ 미술관을 지향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은 흔히 접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작품을 보여준다. 2월 중순까지 계속되는 〈아프리카 나우 : Political Patterns〉 전시에서는 종전의 아프리카 이미지를 깨는 새로운 시도를 접할 수 있다.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나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도 쉽게 다가온다. 천경자 작가의 내면세계가 잘 나타난 천경자실도 꼭 들러야 할 코스다.

〈당일 여행 코스〉
국립한글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이태원(서울중앙성원)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국립한글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이태원(서울중앙성원)
둘째 날 / 서울시립미술관→정동제일교회→덕수궁

<주변 볼거리>
삼성미술관 리움, 전쟁기념관, N서울타워, 정동제일교회, 덕수궁, 경복궁 등

자료 / 한국관광공사
정리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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