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언론관 집중 파상 공세 與 “적극 옹호”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언론외압 의혹과 관련한 녹취록에 대해 즉각 사과했지만 청문에서의 녹취록 공방은 거세게 이어졌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인사청문회가 시작하면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발언이 담긴 녹취록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녹취록 문제와 관련한 언론관과 병역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계속됐다.

특히 녹취록을 두고 청문회 초반부터 공개여부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다가 공개 합의가 실패하자 야당이 따로 언론에 공개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불쾌감을 표하며 녹취록에 대한 짜깁기,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해 여당 의원들과의 논쟁이 격화됐다.

이에 따른 파장으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정책검증은 온데간데 없고 논쟁만이 남아있는 청문회가 돼버렸다.

◆<한국일보>와의 진실게임 예고

최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언론외압과 김영란법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한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빚어졌다. 10일 한국일보는 이완구 후보자의 언론관련 발언을 담은 녹취록 공개파문과 관련해 경위를 밝혔다.

한국일보는 “이완구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본보 기자를 포함, 일간지 기자 4명과 점심식사를 나누던 중 일부 언론사 간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인사에도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당시 본보 기자를 포함해 일부 기자들은 이완구 후보자의 발언을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당시 이완구 후보자가 병역면제 의혹에 대해 매우 흥분된 상태였고 비공식석상에서 나온 즉흥적 발언이었다고 판단해 보도를 보류했다”며 “본보 기자는 국회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를 만나 취재하던 중 이완구 후보자의 해당 발언에 대해 얘기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한국일보는 또 “김경협 의원실에서 녹음파일을 요구했고, 이후 김경협 의원실에서 이 파일을 KBS에 전달해 방송을 통해 공개됨으로써 파장이 커지게 된 것”이라고 경위를 밝혔다.

한국일보는 “경위가 무엇이든, 취재내용이 담긴 파일을 통째로 상대방 정당에게 제공한 점은 취재윤리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었다”며 “애초 이 후보자의 발언을 보도하지 않은 것이 이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반대로 관련 내용을 야당에 전달한 것 역시 이 후보자를 의도적으로 흠집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일보는 “본보는 이번 사태가 취재 윤리에 반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보고 관련자들에게 엄중 책임을 묻는 한편,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본보 구성원 모두 깊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중도가치를 지향하는 정론지로서의 본분을 새기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1일 유성엽 의원은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정상적으로 아마 보도가 이루어졌다면 야당 손으로 넘어올 이유가 없었다라고 생각한다”며 “아마 소속사에서 그 부분이 보도화가 막히니까 정의감 있는 기자신분으로서는 다소 어색하지만...”이라고 밝혔다.

‘사내에서 보도외압이 있었던 것 같다는 얘기냐’는 질문에 유 의원은 “그렇게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직접 기자에게 그렇게 들었냐’는 질문에는 유 의원이 “직접은 제가 듣진 않았지만 그렇게 된 것으로 저는 지금 전해 들었다”면서 “그 보도가 막히니까 아마 뭔가 이것을 세상에 빛을 보도록 해서 바른 세상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라는 그런 어떤 충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런 경로를 거친 것이 아닌가 이렇게 봐진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한국일보와의 ‘비보도 이유’와 배치되는 것으로 향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완구 해명, 녹취록 내용과 달라

▲ 새정치민주연합은 청문회에 앞서 녹취록 공개 여부를 두고 새누리당과 협의를 했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해 정론관에서 따로 공개했다. 이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언론관에 대해 집중적인 공세를 펼침과 동시에 이 후보자의 병역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이 후보자를 몰아세웠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혹에 대해 감싸면서 이 후보자의 성품을 치켜세우며 적극 옹호했다.

이 후보자는 거듭되는 논쟁에 언론인과 국민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했으며 “평소 언론관에 관계없이 불찰과 부덕의 소치 부주의로 국민여러분과 언론사에 심려를 드리고 여러 가지 문제 대오각성하고 있다”며 자성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은 “이 후보자는 (언론 외압 의혹과 관련해)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과했다. 단지 이게 표현의 문제인가”라며 “2007년에 대전 KBS 방송 토론회에서 패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방송 토론을 파행시켰고, 2009년 대전 방송에서 불리하게 질문하는 패널을 빼라고 하면서 방송을 파행시켰다”고 이 후보자의 언론관을 지적했다.

특히 녹취 내용 가운데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 교수도 만들어줬다.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라는 발언한 것에 대해 이 후보자는 “그렇게 말한 기억이 없다.(녹취록을) 개인적으로 들었으면 좋겠다”고 부인했다.

또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이 “후보자는 보기 드물게 언론의 기능과 자유를 중시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한다”고 하자 이 후보자는 “김영란법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돼 언론의 자유와 알권리가 침해되면 안 된다고 해서,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표한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는 녹취록의 내용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 답변을 보이자 야당 의원들이 녹취록 공개를 촉구했다.

이에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비밀리에 녹취하고 비밀 음원을 야당 의원실에 넘기고 공영방송이 그것을 메인 뉴스시간에 보도한 것은 명백한 언론의 취재 윤리 위반”이라며 “언론의 중립 의무를 명백히 훼손한 정치개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여야 간사들은 이 후보자의 녹취록을 청문회에서 공개하자는 야당 측의 요구에 대해 협의를 했지만 이견을 보여 결국 청문회에서는 공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전 청문회가 끝난 후 정회가 선언되자 야당 측 의원들은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을 공개에 이르렀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경협 의원은 “오늘 여야 간 여러 가지 진행상황을 봤을 때 과연 정부가, 새누리당이 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적극 협조하고 있느냐 생각해봤을 때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해서든 보호해서 청문회를 통과해야겠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녹취록을 공개하게 된 경위에 대해 “저희들도 이런 이례적인 상황을 맞이해 공개하는 것보다는 비공개로 확인하자, 이 후보자도 비공식적으로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해서 그렇게 양보를 했다”며 “그마저도 거부해버리는 상황을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공개된 녹취록에는 총장 및 교수 관련한 부분인 “나도 대변인하면서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았지만 지금도 너희 선배들 나하고 진짜 형제처럼 산다.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 나, 언론인 지금 이래 살아요. 40년 된 인연으로 이렇게 삽니다”라면서 “언론인 대 공직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인간적으로 친하게 되니까.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라고 담겨있다.

또 김영란법과 관련해 “내가 이번에 김영란법, 이거요,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되겠어 통과시켜야지 진짜로. 이번에 내가 지금 막고 있잖아, 그치?”라며 “내가 막고 있는 거 알고 있잖아 그치? 욕 먹어가면서. 내 가만히 있으려고 해. 가만히 있고 하려고 해”라고 이 후보자의 음성이 담겼다.

이 후보자는 또 “통과시켜서, 여러분들도 한 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당신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합니까’ 항변을 해봐. 당해봐”라며 “내가 이번에 통과 시켜버려야겠어. 왜냐면 야당이 지금 통과시키려고 하는 거거든? 나는 가만히 있으면 돼.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줬는데 이제 안 막아줘. 이것들 웃기는 놈들 아니여 이거. 지들 아마 검경에 불려 다니면 막 소리지를 거야”라고도 했다.

이 후보자는 이어 “김영란법이 뭐냐, 이렇게 얻어 먹잖아요? 3만원이 넘잖아? 1년 해서 100만원 넘잖아? 이게 김영란법이야. 이런게 없어지는 거지”라며 “김영란법 만들어지면, 요게 못 먹는거지. 하자 이거야. 해 보자”라고 말했다.

◆거듭되는 파행…여야 거센 공방

새정치연합 유경협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녹취록 공개가 일반적인 취재 윤리에 어긋난다는 여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 “기자들은 펜으로 쓰기도 하지만 녹음기로 녹취로 하는 것이 취재의 방식이다”라며 “설령 비난하더라도 (이 후보자의)비뚤어진 언론관과는 별개의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또 진선미 의원은 “이 사안에 심각성을 보면 한 언론인의 취재 윤리에 위반여부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 후보자는)두 가지 이상의 진술을 거짓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문회가 다시 시작되고 한선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녹음 내용 공개는 심히 불쾌하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계속되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거듭 사과를 하면서 해명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기자와의 식사)1시간 30분 동안 얼마나 많은 얘기를 했겠나. 일일이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볼 수 없다”며 “그리고 그 이후로 수일 째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정신이 혼미하고 기억이 정확하지 못하다”라고 적극 부인하기보다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였다.

야당이 녹취록을 공개한 이후 여야는 녹취록에 대한 취재 윤리·짜깁기 편집 등을 놓고 또다시 거센 공방이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일부 내용을 삭제·편집하고 짜깁기됐다는 제보가 오고 있다”며 “만약 짜깁기해 공개했다면 이는 정치 공세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여당 의원들이 오히려 후보자를 전혀 안 도와주고 있다”며 “여당이 짜깁기 의혹을 제기하겠다면 1시간30분 정도 되는 전체 분량을 다 들어보자”고 맞대응하면서 청문회는 정회를 거듭했고, 파행으로 치달았다.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은 또 ‘녹취록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했다. 박 의원은 “그 기자가 왜 그 녹취록을 제3자에게 넘겼을까. 자기가 기자인데. 뭔가 뒷거래가 있었던 건지, 뭔가 의혹이 있지 않나”라며 녹취록 공개과정에서의 부정을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여당의 ‘총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녹취록을 제공받은 당사자인 새정치연합 김경협 의원은 “여당 의원들 말씀 중에 야당이 질의한 내용에 대해 '뒷거래'를 얘기했다”며 “박덕흠 의원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이렇게 얘기를 하시면 안된다”고 맞받아쳤다.

또 김 의원은 “여당 의원들이 총리 후보자의 강점과 장점을 부각하며 문제들에 대해 총리 후보자께 해명의 기회 주는건 좋은데, 질의를 하며 야당을 공격하시는 발언을 지금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한선교 의원이 “뒷거래에 대해 근거 없으면 얘기하시지 말라. 오해살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하라”고 중재하면서 일단락됐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