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가볼만한 곳 ② 강원도 속초시 미시령로

▲ 故 고상돈 산악인 전시물

1977년 9월 15일 고 고상돈 대장이 대한민국 산악인으로는 처음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정상에 우뚝 섰다. 이후 고 박영석 대장을 비롯해 여러 명이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히말라야 14좌 완등자를 배출한 나라가 되었다. 지금도 ‘무산소 등정’ ‘알파인 방식 등반’ 등 새 기록을 세우려는 산악인이 줄을 잇고, 주말이면 무수히 많은 등산객이 산을 찾는다.

세계적인 산악 강국이 된 우리의 등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국립산악박물관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산악인은 세계 등반사에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각종 매체에서는 등산 인구가 180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등산 역사나 문화와 관련된 전문적인 전시 공간이 없었다. 국립산악박물관은 우리의 등산 문화와 등반 기록을 재조명하고, 우리 산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2014년 10월 개관했다.

국립산악박물관은 미시령터널을 통과해 속초시내로 들어가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외관에 하늘을 향해 걷는 등산객 조형물이 있어 눈에 잘 띈다. 전시관은 3층으로 구성되었고, 1층 기획전시실에서 시작해 3층 전시실, 2층 체험실 순으로 관람한다.

▲ 암벽등반 조형물

박물관에 들어서면 천장 중앙에 암벽등반을 하는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꼭대기부터 암벽 모형을 만들어 암벽과 빙벽을 오르는 혼합 등반, 얼음벽을 오르는 빙벽 등반, 바위 절벽을 오르는 암벽등반을 하는 산악인을 표현했다. 등반의 형태를 보여주는 조형물이면서, 등반 목적에 따라 복장이나 장비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전시물이다. 그 뒤로 보이는 기획전시실에서는 2월 말까지 〈히말라야 전〉이 열린다. 네팔 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히말라야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을 감상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오르면 전시실 3곳이 나온다.

제1전시실은 우리나라 근대 등반의 역사를 다룬다. 역사서에 기록된 백두산, 금강산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근대 등반의 여명기(1929~1944년)와 개척기(1945~1959년) 산악의 역사를 보여준다. 초창기 산악인의 모습과 고 고상돈 대장이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던 당시의 모습을 통해 등반 장비의 발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겨울 산행의 필수품인 피켈(헤드 부분에 도끼 모양 쇠붙이가 붙은 지팡이)과 바일(헤드부분에 해머가 달려 빙벽에 사용)이 시대별로 전시된다.

제2전시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악인 50여 명을 만나는 산악인물실이다. 산에 젊음을 바치고, 산과 함께 인생을 보낸 인물을 통해 우리나라 등반 역사와 세계사적 발자취를 가늠할 수 있다. 특히 명예의 전당에는 한국 산악계의 태산준령이라 불리는 고 김정태 대장을 비롯해 김영도, 고 고상돈, 고 박영석, 오은선 대장 등 5명이 실제 사용하던 장비와 유물을 모아놓았다.

고 김정태 대장의 선글라스, 김영도 대장의 피켈, 오은선 대장의 일기장 등에는 ‘정상이 있기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산악인의 신념이 담겨 있다. 고 고상돈 대장의 앨범을 보노라면 “12시 50분. 벅찬 감정을 억누르며 ‘여기는 정상, 여기는 정상이다’를 외치면서 본부를 불렀다. 눈을 쓰고 엎드린 히말라야 설봉들이 발아래 저만치 아득하게 내려다보였다”(고 고상돈 대장의 시 ‘내가 감격한 8848m’ 중)는 에베레스트 등정의 감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전시실 벽에는 이들이 전하는 산에 대한 메시지가 영상으로 전달된다.

제3전시실은 산악문화실이다. 각종 기록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산에 대한 인식, 신앙, 예술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백두산과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 태백산에 얽힌 설화를 소개하며, 산을 생활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의 생활 도구도 보여준다.

▲ 암벽체험

2층에는 산악체험실이 자리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암벽체험실이다. 전문가에게 인공 홀드(인공 암벽에 손잡이나 발디딤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도구) 이용법과 자세, 이동법을 꼼꼼하게 배우고 암벽 타기에 도전한다. 낮은 곳에서 수평 이동을 익히고, 높이 10m 인공 암벽을 오른다. 하네스와 헬멧 등 안전 장비를 착용해서 크게 위험하지 않다. 높은 곳에 오른다는 두려움만 극복하면 남녀노소 누구라도 체험 가능하다. 인공 암벽 체험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시간 진행되며(점심시간 제외), 체험비는 무료다. 1층 안내 데스크에서 예약하면 된다.

고산 체험도 도전할 만하다. 해발 3000m와 5000m 환경을 만들어 러닝머신을 걷는 체험이다. 고도가 높을수록 공기 중의 산소가 희박해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는데, 고산 체험은 고도에 따라 자신의 신체 상태가 반응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 속초등대

속초 여행에서 설악산과 바다가 빠지면 섭섭하다. 눈 덮인 설악산의 겨울을 감상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권금성에 오르는 것이다. 소공원에서 권금성까지 총 1.5km 중 1.2km를 케이블카로 오른다. 케이블카에서는 울산바위의 위용과 설악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권금성 봉화대까지 30분이면 충분히 걸어갔다 올 수 있다. 케이블카는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기상이 좋지 않을 때는 운행하지 않으니 이용 전에 확인해야 한다. 소공원에서 신흥사까지는 가깝고 길도 완만해서 산책 삼아 다녀오기 좋다.

속초의 바다를 만끽하기에는 항구, 방파제, 등대, 정자 등이 어우러진 동명항이 제격이다. 항구 입구에 영금정이 두 곳 있다. 바다 위에 하나, 바위산 위에 하나. 어느 곳에 있어도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귓전에 닿고, 아름다운 해변 경관을 감상하기에 좋다. 항구에서 1km 정도 이어지는 방파제를 따라 걸으면 오른쪽으로 속초 시내와 설악산의 전경이 펼쳐지고, 왼쪽으로 바다가 끝없이 이어진다. 방파제 끝에는 빨간 등대가 있어 겨울 바다 여행의 아름다운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기 좋다.

영금정 뒤로 보이는 속초등대전망대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다. 영금정횟집 주차장에서 가파른 계단을 10여 분 오르면 등대에 도착한다. 속초에서 동해를 바라보면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해안선과 파도가 빼어난 자태를 뽐내고, 설악산을 바라보면 백두대간의 줄기가 장대한 위용을 드러낸다.

〈당일 여행 코스〉
국립산악박물관→설악산 권금성→속초등대전망대→영금정→동명항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국립산악박물관→설악산 권금성→신흥사
둘째 날 / 영금정→동명항→속초등대전망대

<주변 볼거리>
척산온천, 속초관광수산시장, 아바이마을, 설악워터피아, 영랑호

자료 / 한국관광공사
정리 / 진민경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