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양극화를 화두로 제기한 후 양극화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확산되어 온 가운데 소득격차는 통계작성 이후 최대로 심화되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경실련은 우리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양극화조차 정략적 태도로 일관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며 양극화 완화를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1. 양극화 문제에 대한 정략적 접근은 중단되어야 한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1·4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소득격차가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져 소득불평등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가구를 소득별로 20%씩 5개 분위로 구분했을 때 소득이 가장 많은 5분위를 가장 적은 1분위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8.36으로 관련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전국 가구 중 적자 가구의 비율은 31.8%로 늘었으며,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3.4%가 늘었지만 1·4분기 증가율로는 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양극화가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대한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연초 노무현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양극화 해소를 국정 최우선과제의 하나로 제기한 이후 양극화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었다. 정부·여당은 세계화가 양극화 확대의 핵심원인이며 양극화해소를 위해서는 복지지출을 통한 사회안정망 구축이 요구된다고 한 반면, 한나라당은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과 반기업정서에 따른 경제침체가 신빈곤층 양산의 핵심원인이며 경제성장만이 신곤빈층 해소의 핵심대책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양극화문제에 대해서조차 전혀 다른 원인진단과 대책을 제시하면서 정치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 발표에서 나타난 최악의 소득 양극화뿐만 아니라 자산소득과 근로소득,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도시와 농촌 등 각 분야에서 양극화의 폐해는 확인되고 있다. 경실련은 각종 통계가 이미 양극화 현상을 증명하고 있고 양극화로 인한 폐해가 심각히 나타나고 있음에도 정치권이 정략적 접근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규탄한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민생안정도 건전한 국가경쟁력의 회복도 요원하다. 앞다투어 민생을 챙기겠다는 정치권은 양극화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정략적 접근을 중단하고 실사구시적 태도로 책임있고 실효성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2. 정부와 정치권은 객관적 원인진단에 기초하여 종합적인 양극화 완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양극화로 인한 중산층 붕괴와 빈부격차의 확대, 소비위축, 중소기업의 고사, 고용불안과 근로소득의 저하 등 심각한 폐해가 구조적으로 심화·재생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양극화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제대로 된 양극화 완화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가 양극화 심화의 핵심원인이라는 정부·여당의 인식이나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기업의 투자의욕이 감소하고 경기가 침체된 것이 신빈곤층 증가의 근본원인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공히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확산되어 온 대내·외적 원인과 특히 양극화가 심화, 재생산되는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한다. 또한 사회복지지출의 확대를 통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양극화 해소의 핵심대책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이나 경기회복을 통한 고용확대가 유일한 대책이라는 한나라당의 인식은 양극화 심화와 중산층 붕괴에 대한 부분적 대책에 불과하다. 이렇게 양극화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정반대의 주장만 반복되고 있는 것은 객관적 진단을 통해 제대로 된 종합대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양극화 문제조차 단기적인 이해득실에 따라 접근하려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태도에 큰 원인이 있다. 경실련은 양극화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한다. 실사구시, 객관적 시각에 기초하여 대·내외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재생산 시키고 있는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기초하여 종합적이고 실효성있는 양극화 완화대책을 제시하는 것은 정부 및 정치권에 주어진 책임이다. 특히 정부는 부동산, 카드정책 등 정부의 단기부양책과 대기업중심의 경제정책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왔다는 점을 인식하고 양극화를 심화, 재생산하고 있는 경제구조의 개혁과 경제정책의 전환을 포함한 종합적인 양극화 완화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3. 경제구조개혁, 경제정책의 전환이 양극화의 구조적 재생산을 완화하는 근본대책이다. 소득양극화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에서 보듯 양극화의 구조적 심화·재생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건전한 국가경쟁력 회복도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경실련은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경제구조의 개혁이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 경제정책의 일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빠른 속도로 양극화가 심화, 재생산되고 되고 있는 것은 왜곡된 경제구조와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에 큰 원인이 있다. 부동산투기의 만연은 토지와 주택을 과다하게 보유한 특정계층에게 막대한 불로소득을 안겨준 반면 성실히 일하는 대다수 시민들에게는 정상적 소득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자산소득과 근로소득의 격차를 확대하고 투자우선순위를 왜곡하여 생산적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 IMF 이후 기업구조조정과 노동유연성 확보를 위한 각종 조치는 비정규직 확대 등 고용시장의 불안을 초래했고, 수출주도형 대기업의 성장이 관련 중소기업의 성장으로 연관되지 못하는 산업구조는 중소기업을 통한 고용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성과가 확인되지 않은 경기부양책과 대기업 지원책, 규제완화 등 경제정책이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 주요원인으로 작용해왔다. 따라서 부동산투기의 근절, 대중소기업간 공정거래질서의 확립,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육성,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개혁, 조세정의와 소득재분배 기능의 강화 등 양극화를 완화하고 건전한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일관된 경제구조개혁 노력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동산, 카드, 벤처 등으로 대표되는 단기부양책의 유혹을 차단하고 경영투명성 확보와 공정경쟁을 위한 시장감독기능을 대폭 강화하여야 하며 경쟁력있는 중소·중견기업에 정부의 정책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 양극화문제의 근본원인은 현재의 경제구조에 있다. 이를 간과한 채 사후처방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에만 주목하고 국가재정의 확충으로 양극화 해결을 추진한다면 실질적인 효과는 달성하지 못한 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은 경제구조개혁을 위한 지속적 노력과 병행되어야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사회,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 퇴직했거나 실패했어도 다시 일할 수 있는 사회, 일하지 못하는 사람도 배려 받는 사회는 우리 모두의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양극화로 인해 이러한 희망은 사라져가고 있다. 심화되는 양극화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건전한 국가경쟁력 회복도,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경실련은 정부와 정치권이 양극화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중단하고, 양극화를 심화·재생산시키는 경제구조개혁과 경제정책의 전환을 포함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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