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사태' 연루자들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신경전을 벌였던 법원과 검찰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 비리 관련 피의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놓고 또다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이상주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11일 "긴급체포를 근거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위법하다"며 배임수재 혐의를 받은 오성일 전 허드슨 코리아 자산관리팀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이 12일 공식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검찰은 이 부장판사가 밝힌 영장 기각 사유가 법원의 공식 입장이라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며 전례 없이 강한 어조로 불쾌감을 피력해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당분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대응책 마련하겠다" = 오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긴급체포해 신병을 확보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찰의 수사기법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는 것이 이 부장판사의 판단이다. 또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에 긴급체포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의 긴급체포 단서조항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도 기각 사유다. 그러나 검찰은 형사소송법이 개정ㆍ시행된 1997년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는 단서조항의 해석 문제로 법원과 잠시 마찰이 있었으나 실무적으로 해결됐다고 반박했다. 그 후 현재까지 피의자를 소환해 조사하다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형소법의 단서조항과 무관하게 구속영장을 발부해 왔다는 게 검찰측 주장이다. 검찰은 또 이런 방식의 구속영장 청구는 대통령 산하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서 이미 합의됐던 사안이라며 법원의 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12일 "자진 출석한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입증되면 긴급체포가 가능한 것은 사개추위에서 이미 합의된 사안이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오씨를 긴급체포한 것이 위법하다는 영장 기각사유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공식 입장이다.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개인적 견해가 아니라 법원의 공식입장으로 확인된다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이 이처럼 강경입장을 보인 것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혐의가 확인되면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잦은 만큼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앞으로 수사가 크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법원 "구시대적 수사기법" = 그러나 일선 판사들은 소환→긴급체포→구속영장 청구 순으로 진행되는 검찰의 수사기법은 자백을 끌어내기 위한 `구시대적 수사기법'일 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참고인을 검찰로 소환해 긴급체포하는 것은 구속 가능성을 시사하며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해 자백을 얻어내려는 옛날식 수사기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검찰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했다 석방하더라도 인권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사후통제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검찰이 위법하게 신병을 확보해 받아낸 자백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개추위는 검찰이 긴급체포한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석방했을 때 그 사유를 30일 이내에 법원에 통지하도록 하는 사후통제절차를 형사소송법에 담기로 의결했다.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규명을 위해 론스타 관련 인사들의 신병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개인비리가 포착되는 대로 긴급체포해 구속해온 전략이 이번 기각으로 차질을 빚게 됐다. 이 때문에 법원이 오씨의 영장을 기각한 것을 놓고 검찰이 론스타 사건을 정공법으로 풀지 않고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이끌어내려는 수사기법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재경 법원에서는 현대차 비리 사건 때 검찰이 김동진 부회장과 김승년 구매총괄본부장 등을 소환했다 긴급체포하는 방식으로 조사하며 정몽구 회장을 압박하자 `무리한 수사 아니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후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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