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제
기술금융 ‘실적내라’ 금융당국, ‘부실될까’ 답답한 은행모뉴엘 사태 등 기업대출요건 강화속 기술금융 시스템 개편 필요
박효길 기자  |  innervoice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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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05  17:56:19
   
▲ 금융노조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말까지 7500건의 대출건수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과열현상이 빚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담보없이 기술만 보고 투자하는 기술금융이 편법으로 기존 기업 대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일방적인 실적 압박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며 제대로된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당장 기술금융 실적보다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5일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기업·신한·우리은행의 기술금융(기술신용대출) 80%를 기존 알던 기업에 대출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실적 압박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또한 금융노조는 현재 기술금융은 관치금융으로 제대로된 시스템 구축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은행 혁신성 평가 1위에 오른 신한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실적(지난해 7월~11월)은 1조2782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중 신규거래기업 대출은 2809억 원으로 비중이 22%에 그쳤다. 나머지 9973억 원은 기존 거래기업에 대출해준 것.

혁신성 평가 2위를 차지한 우리은행은 신규기업 비중이 더 낮았다. 같은 기간 총 기술금융 대출은 9761억 원인데 반해, 신규기업 대출은 1945억 원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19%다.

특수은행인 점으로 혁신성 평가 순위에서 제외됐던 기업은행의 신규기업 비중은 지방은행까지 포함해 가장 낮았다(신규 대출이 없었던 제주은행 제외). 기업은행은 총 대출액이 1조2501억 원이었으나 신규거래기업 비중이 1621억 원에 불과했다. 고작 12%만 신규기업 대출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신규기업만 발굴해서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치를 채울 수 없었다고 항변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말까지 7500건의 대출건수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에 은행들이 기존 거래하던 기업을 통해서라도 실적을 채우기 위해 과열현상이 빚어진 것.

◆기술금융, ‘담보없이 기술만 보고 투자’ 취지 좋지만…

기술금융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등장했다. 은행권의 담보 위주 영업의 보신주의 관행을 벗어나 기술을 보고 벤처 등 기업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것.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평가서를 바탕으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기술금융이 나온 배경이다.

문제는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실적제시를 통해 시중은행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금융위는 은행들 간 순위를 매기면서까지 기술금융 확대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가 그 근거를 예로든 것은 ‘2014년 하반기 은행 혁신성 평가 결과’다.

노조는 “평가 항목을 보면 100점 만점 중에 기술금융 확대가 40점, 보수적 금융관행 개선이 50점이다”라며, “정부가 말하는 기술금융이 보수적 대출관행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기술금융 확대에 100점 만점 중 90점을 할당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기술금융 실적압박 속 시중은행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 통화에서 “개인 고객하나 유치도 쉽지 않다”라며, “신규 기업 유치는 한계가 있어 더욱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각 영업점마다 금융위의 기술금융 실적압박에 대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어 매월 실적 발표에 민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모뉴엘 사태 등 기업금융 부실도 한몫했다?

은행권이 기술금융 실적이 급급한 이유로 모뉴엘 사태 등으로 인한 기존 기업금융 부실도 한몫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추정 결과,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지난해 4분기 7944억 원에 불과해 8000억 원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1조6000억 원)와 비교하면 사실상 반토막이다.

이런 금융권의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기업금융 부실 때문이다.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사태로 인해 은행권이 못 받게 될 돈이 1000억 원을 넘는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한전선의 주가폭락으로 채권단이 보유한 7000억 원어치의 대한전선 주식가치도 같이 내렸다. 대출 보증을 섰던 무역보험공사가 지급 거절하게 되면서 모뉴엘에 대출해준 돈 3000억 원도 못 받게 됐다.

이런 금융권의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요건을 강화하면서 기술금융이 더 어렵게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 통화에서 “당장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라 관계 부서에 의견을 물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박효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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