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감사 활용” vs “견제기능 훼손” 주장 엇갈려

▲ 대상그룹이 핵심 임원들의 지나친 감사 겸직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내부감사의 장점을 활용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상홀딩스

국민 조미료 ‘미원’으로 잘 알려진 대상그룹이 주요 자회사 임원들의 이사·감사 겸직 사례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대상그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지주회사 대상홀딩스와 ㈜대상의 임원들이 자회사들의 이사 및 감사 자리를 많게는 10곳까지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임정배 대상홀딩스 대표이사는 ㈜대상에서 비상근 상무이사로 재직하고 있고, 대상정보기술과 동서건설의 이사도 맡고 있다. 여기에 대상에프앤에프, 대상베스트코, 상암커뮤니케이션즈, 초록마을, 복음자리, 신안천일염 등 6개 자회사에서는 감사를 맡고 있다. 대상그룹 내에서 홀로 10곳의 감사·이사를 맡고 있는 것이다.

박용주 대상홀딩스·㈜대상 이사도 초록마을 대표이사와 동서건설 감사, 대상정보기술 이사 등 4곳의 감사·이사를 겸하고 있다. 박용주 이사는 지난 2013년 3월까지 대상홀딩스 대표이사였다.

또한 이광승 ㈜대상 전무이사는 복음자리 이사와 대상정보기술 감사를, 명형섭 ㈜대상 대표이사는 대상홀딩스 이사와 대상에프앤에프 이사를, 주홍 상암커뮤니케이션즈 이사는 ㈜대상의 고객지원본부장을 함께 겸하고 있다.

◆이사의 감사 겸직, 위법 소지는 없지만...
사실 그룹 내 핵심 임원이 계열사 임원까지 겸하는 것은 크게 드문 사례는 아니다. 하지만 핵심 임원이 계열사의 감사까지 겸직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상법상 감사제도는 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국내에 존재하는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감사는 이사진의 직무 집행을 감사할 의무를 갖고 있으며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사진의 경영에 관해 부조리를 감시하고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상법 규정 중 감사의 겸직 금지 조항에 따르면 “감사는 회사 및 자회사의 이사 또는 지배인 기타의 사용인의 직무를 겸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겸임 금지 회사를 (해당) 회사 및 자회사로 한정하고 있다.

즉, 감사를 맡은 사람이 해당 회사나 자회사의 이사를 맡지 못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모회사의 감사가 자회사의 이사를 맡는 경우는 금지되나 이번 사례처럼 모회사의 이사가 자회사의 감사를 맡는 경우는 위법의 소지는 없다.

▲ 대상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와 주력 계열사 ㈜대상 핵심 임원들의 자회사 이사·감사 겸직 현황. 사진 / 시사포커스

이 같은 규정은 그간 감사 제도의 취지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악용돼 왔다. 실제로 감사위원회가 아닌 감사제도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감사를 오너 일가의 측근 중에서 선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지난해 모회사인 ㈜동서의 이창환 회장이 자회사인 동서식품의 감사로 선임돼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회사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 감사를 맡으면 더 나은 감사직을 행할 수 있다”며 “모회사의 임원이 자회사의 감사를 맡는 경우가 금융회사에서는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는 구석이 많은 상황이다.

다만 기존 상근 감사들이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주로 대부분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 제도가 대기업 위주로 정착되고 있지만 대상그룹은 감사위원회가 아닌 감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더군다나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상그룹의 상장사는 대상홀딩스와 ㈜대상 둘 뿐이라 나머지 계열사들의 경영 사항이 제대로 공개되고 있지 않는 실정에 내부 견제와 감시를 수행해야 할 감사 기능마저 모회사 임원들의 지나친 겸직으로 훼손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많게는 열 곳까지 직함을 걸어둔 임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과 함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각 계열사로부터 받는 상당한 수준의 보수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지주회사 대상홀딩스의 임정배 대표는 이사직은 차지하고서라도 감사만 무려 6개를 맡고 있다.

지배구조 전문가는 이에 대해 “감사제도를 두고 감사와 이사의 권한을 분리시킨 것은 모회사·자회사가 얽혀서 이익을 극대화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배구조 전문가는 “비상장 자회사의 경우 자산의 터널링 창구로 이용되거나 사적 활용될 경우 이를 유기적인 연관성이 있는 인물이 감사로 앉을 경우 이 같은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이 쉽지 않다”며 “또한 자회사의 경영이 잘못될 경우 (이익관계가 얽힌) 모회사의 주주들이 대표 소송을 해야하는데 상대 감사자가 감사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내부감사 장점 활용하기 위한 것”
대상홀딩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3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알려진 부분은 위법사항이 일단 아니고 오히려 법적 테두리 내에서 내부감사의 장점을 더욱 잘 활용하기 위한 경영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감사와 외부감사의 장단점들이 있는데 내부감사의 특징은 자회사의 사정을 훤히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나친 겸직이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보통 실제로 자회사들이 업무가 과중할 정도로 방대하게 큰 상태가 아니고, 국세청을 통한 정기세무조사 등을 통해 점검사항들에 대한 검증을 충분히 받고 있다”고 반박하고 “또한 각각 일부 자회사들의 주주총회를 통해서 결정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내부감사라고 해도 방만한 경영을 방관한다든지 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감사·이사를 겸직중인 각 회사에서 받는 보수들만큼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에는 “매출 같은 것은 전체 공시에 잡히기도 하지만 보수에 대해서는 일일이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답하고 “저희로서는 효율적으로 잘 경영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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