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TOP3중 꼴찌로 추락

 

▲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 ‘TOP 3’중 하나였던 위메프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위메프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 ‘TOP 3’중 하나였던 위메프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입사 지원자에게 2주간 정직원 수준의 업무를 하게 한 뒤 전원을 탈락시키면서 ‘갑질논란’을 일으켰고, 그 뒤 미숙한 대처가 이어지면서 방문자 수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커머스 업체의 특성 상, 고객의 방문 하락은 곧 매출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위메프가 대 위기를 맞았다.


위메프는 지난해 12월 지역 영업직 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최종 전형에 올라간 11명을 대상으로 2주간 실무 능력을 평가하는 현장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기간 지원자들은 일당 5만원을 받고 음식점 등을 돌면서 위메프 딜(deal) 계약을 따는 등 정직원에 준하는 일을 했으나, 현장 테스트 기간이 끝나고 기준을 통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원이 채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아무도 정직원으로 채용되지 않았지만 위메프는 지원자들이 계약 맺은 점포의 할인 상품을 홈페이지에서 판매했다.

구직자들은 사실상 수습사원 신분이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버려졌다는 주장이다. 한 구직자는 “일용직 계약서를 작성했으며, 상사들도 업무만 잘하면 11명 중 8명은 정직원으로 채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그런데 정작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것을 알았을 때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지자, 위메프는 부랴부랴 해당 지원자를 전원 최종 합격 처리하기로 했다. 박은상 위메프 대표는 “진정한 지역 마케팅 전문인력을 선발하고자 했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최종 현장 테스트에 참가한 지역영업직 11명을 모두 최종 합격으로 정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달을 가리켰지만 많은 사람들이 손을 봤다. 전문인력을 선발하고자 했던 저희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완벽하게 준비된 인력을 찾는 방식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잠재력 있는 인력을 찾아 직접 교육하는 방식으로 신입사원 제도를 변경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가장 자부심 넘치는 지역 마케팅 컨설턴트 그룹을 만들고자 어려운 현장 테스트를 치렀고 그 통과 기준을 최고 수준으로 정했다”며 “그래서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안타깝게도 1명도 최종 합격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갑질 논란’에 빠진 위메프
위메프의 ‘갑질’은 단순히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았다. 위메프 사용자들은 위메프 탈퇴는 물론,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SLR클럽, 클리앙, 뽐뿌 등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회원들 중심으로 위메프 탈퇴 러시가 진행했다.

네티즌은 “위메프 탈퇴 인증 합니다”, “탈퇴 완료 했습니다” 등의 글을 속속 게재했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위메프 탈퇴 쉽게 하는 방법’이라는 정보글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다음의 '아고라' 청원 게시판엔 '위메프 탈퇴/불매/퇴출운동'이 올라왔고, 사인을 하는 네티즌도 늘어나고 있다.

위법 의혹까지 받고 있다. 수습사원이라도 정당한 기준 없이 해고할 경우 위법이기 때문이다. 위메프는 수습사원이 아니라 채용 절차의 일부라고 해명했지만 사실상 수습사원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12일 위메프 본사 현장조사를 실시,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위메프는 벌금 납부 혹은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권혁태 고용부 근로개선정책관은 “청년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사업장이 최근 문제 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로감독을 준비하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고 청년 인턴제를 악용하는 곳이 상당히 많다. 현재 지방 고용노동지청을 통해 대상 업체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메프는 해당 직원들은 수습사원 신분이 아니며, 마지막 채용 절차로 2주간의 현장실습을 진행한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수습사원을 해고한 것이 아닌, 채용과정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인 이들을 탈락시킨 것뿐이므로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두계약 역시 일종의 계약이며, 2주간의 실습 후 정직원 전환을 약속했다면 사실상 수습사원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노무사는 “사실상 '고용기대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불합격 처리를 한 것은 수습사원을 별 이유 없이 해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고용기대권이란 구직자가 정당하게 고용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한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사측에서 채용 과정의 일부였을 뿐이다. 그들은 지원자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청년분들이 실제로 채용과 연계된 하나의 과정 그래서 정규직 전환이 보장된 과정으로 이해했다면 부당한 해고로 볼 여지가 상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상 수습 근로자에게는 3개월간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지만 채용 전형자에게는 최저임금제가 적용된다.

위메프가 수습사원에게 지급한 일당은 5만원으로, 하루에 8시간만 근무해도 지난해 최저임금인 시급 5210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수습사원들은 많게는 하루에 14시간씩 일했고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3,570원에 불과하다. 현행법상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 ‘갑질 채용’이 불거지면서 위메프는 대 위기를 맞았다. 방문자수가 꼴지로 추락하고, 불매운동 및 탈퇴가 이어지면서 안그래도 불안한 재무구조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위메프

◆정규직까지 수시 해고?
한편, <한겨레>에 따르면 위메프는 정규직 직원들도 수시로 잘라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1년 위메프에 입사해 지역영업직으로 일했던 A 씨는 인터뷰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수습사원 뿐 아니라 정규직도 마찬가지로 실적순으로 수시로 잘렸다”고 주장했다.

그는는 “위메프는 ‘어드민’이라는 영업실적 체크 프로그램을 통해 전사원들의 실적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꼭 실적 순이 아니라도 밉보인 직원을 관계없는 부서로 내보내거나 직급을 강등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젊은이들을 건전지처럼 갈아끼웠다. 소진되고 버려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2012년 퇴사한 B씨는 “매출로 영업사원을 정리해 한 본부당 10명 내외의 인원을 매달 내보냈다”고 말했다.

위메프 대외정책실은 “영업직이 많은 소셜커머스 기업의 특성상 초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직원들은 꽤 있다”며 “학력이나 경력을 보지 않고 고르게 인재를 채용하다 보니, 아직 업무에 숙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회사 업무가 그렇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인 문화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고객 방문 꼴찌로 추락…‘직격탄’
위메프는 지난 4분기 마케팅비로 약 400억원을 퍼부었다. 이는 2013년 위메프가 사용한 총 마케팅비 630억 원의 60% 이상이다. 소셜커머스 1위를 넘어서 온라인 오픈마켓 1위인 G마켓까지 따라잡겠다는 야심 속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갑질 채용’ 사건으로 소비자들의 분노를 직격으로 얻어맞으면서 순 방문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위메프는 그동안 공격적 경영 행보로 소셜커머스 업계 순 방문자 수 2위를 꾸준히 기록해 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의 역풍을 맞으며 다시 3위로 추락하고 있다.

온라인 트래픽 분석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8일까지만 해도 위메프의 순 방문자수는 소셜커머스 3사중 2위권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 9일 이후 방문자 수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지난달 11일에는 22만 1776명으로 3사중 최하위로 추락했다.

이어 1월12일부터 18일 사이 위메프의 순방문자는 236만8천52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5~11일사이의 251만7천196명보다 6% 줄어든 규모다. 이 통계에서 순방문자는 1주일에 한 번이라도 해당 사이트에 접속한 사람 수를 뜻한다.

반면 소셜커머스 경쟁사 쿠팡과 티몬의 방문자는 1주일 사이 각각 7.2%(261만2천501→280만1천474명), 8.7%(219만3천588→238만4천453명) 늘었다.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불매 운동이 일어났던 것은 국내에 소셜커머스 업계가 생긴 2010년 이후 처음”이라며 “비뚤어진 갑을 문화에 민감해진 최근 우리 사회 분위기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가뜩이나 소셜커머스 업계가 성장의 한계를 맞아 어려운데, 불매 운동과 회원 탈퇴가 지속되면 이번 사건에 따른 이미지 추락이 실제 기업 경영 실적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허민 위메프 창업주. ⓒ뉴시스

◆재무구조 ‘휘청휘청’
소셜커머스 업체의 특성 상, 고객의 방문 하락은 곧 매출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대 위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위메프는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액은 해마다 늘어나곤 있지만,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 등 고객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이 심해지면서 영업손실 규모도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위메프의 자본총계는 2011년 마이너스 85억 543만원에서 2012년 마이너스 138억 1227만원, 2013년 마이너스 523억 1587만원으로 자본잠식 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영업손실도 2011년 182억원 적자에서 2012년 70억원 적자, 2013년에는 360억원 적자 수준이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위메프에 치명적인 이유는 그동안 영업적자를 감수하고 마케팅 비용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지만, ‘갑질 논란’에 이은 불매운동으로 마케팅 효과가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메프는 앞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하기 위해 과감한 할인 마케팅을 펼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마케팅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가격 할인에 따라 매출액도 줄어들 수 있다. 위메프의 광고선전비는 2011년 93억원에서 2012년 37억원으로, 2013년에는 286억원으로 증가한 바 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점도 위험 신호로 분석된다. 위메프의 유동부채는 2011년 178억원에서 2012년 284억원으로 늘었고 2013년에는 1444억원에 달했다.

반면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인 유동자산은 2011년 65억원, 2012년 228억원, 2013년 956억원으로 유동부채를 밑돈다. 단기간에 갚아야 할 부채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영업손실 규모는 커지고 있는 데다 빠른 시일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도 빚을 갚기에는 모자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외상으로 물건을 떼온 뒤 고객에게 팔고, 그렇게 번 돈으로 외상값을 갚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소셜커머스기업 특성상 계속해서 늘고 있는 미지급금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위메프의 미지급금은 2011년 81억원에서 2012년 271억원으로 늘었고 2013년에는 1386억원에 달한다. 미지급금은 모두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이다.

한 회계 전문가는 “소셜커머스 3사는 업체 간 마케팅 출혈 경쟁으로 재무구조가 나빠져 있다”며 “자본잠식, 영업적자 상황이 계속되고 추가적인 자금 수혈이 없다면,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 시사포커스 / 정주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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