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가이자 국민인 공무원, 차별 소지 없나

▲ 외환은행과 하나금융지주 사진 / 홍금표 기자

관피아 논란 속 금융지주그룹사들도 대부분 관료 출신의 사외이사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이에 반해, 농협금융지주그룹은 관료 출신 비중이 높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관피아 논란으로 인해 3월31일부터 개정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되면 취업제한 민간기업 수는 3960개에서 1만3500여개로 늘어난다. 외환·신한·하나금융지주그룹은 공무원 출신의 사외이사 비중을 낮추고 있는 반면,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3명 영입하는 등 막강한 관피아를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퇴임을 앞둔 공무원들은 개정 공직자윤리법을 두고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취업제한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 가뜩이나 어려운 재취업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공직자윤리법이 또 하나의 국민인 공무원을 차별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관피아 논란 왜 일어났나?

▲ 금융감독원 사진 / 홍금표 기자

관피아란 관료+마피아인 합성어로 관료 출신자들이 퇴직 후 관련 기업에 취업해 관리감독 기관인 정부기관과 기업이 유착하는 것을 말한다. 해당 정부기관에서 퇴임한 고위관료가 관련 기업에 취업하면 해당 정부기관 공무원은 퇴임한 공무원의(공적으로는 후배가 아니지만) 후배가 된다. 해당 정부기관은 이런 상태에서 관련 기업을 관리감독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고 행정법규 등을 느슨하게 적용하는 등 부정이 일어날 가능성도 생긴다.

이러한 가능성은 가능성으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일어난 세월호 참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세월호 참사는 해양사고 정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연안여객선의 운행 관리나 검사 업무를 한국해운조합과 한국선급에 아웃소싱해 지휘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주요 원인으로 언급된다. 세월호 참사에서 관피아 논란이 일어난 이유는 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의 요직을 해수부 출신들이 꿰차면서 해수부의 관리 감독 기능까지 사실상 상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한 저축은행 사태도 한몫했다. 지난 2011년 상호저축은행 영업정지 사건이 일어났다. 부산저축은행은 당시 예금자들의 예금이 절반인 4조5942억 원을 불법적으로 각종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출했다. 현행법상 저축은행이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건설공사 등에 뛰어들어 막대한 손실을 입고 또한 대금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하는 등 다양한 불법행위를 했다.

이 사건도 관피아 논란이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금융감독원 출신을 감사로 선임하고 금감원에 대해 로비를 벌인 혐의로 금감원 관계자도 구속된바 있다.

탈관피아 바람, 신한·하나금융지주

이러한 사건들로 관피아 논란에 발맞춰 신한·하나금융지주그룹들도 관료 출신을 줄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업경영·평가 사이트 CDO스코어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30%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는 학계·출신으로 알려졌다.

현재 관료 출신 3명 중 남궁훈(69) 전 생명보험협회 회장과 김석원(69) 전 신용정보협회 회장 2명은 관피아라 할 수 있다.

남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을 거쳐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을 지냈고, 김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총무과장, 금융감독위 기획행정실장 등을 지냈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절반을 하계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 최근 3년간 학계 출신 사외이사는 점점 늘어나는데 관료 출신은 줄이며 지난해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3년간 학계 출신 사외이사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012년 전체 사외이사 중 2명, 25%에 불과했던 학계 출신이 2013년에는 8명 중 3명, 37.5%, 지난해 42.9%까지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율은 점점 감소세를 나타냈다. 2012년 전체 8명 중 4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던 관료 출신은 2013년 37.%로 줄어든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체 7명 중 1명, 14.3%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관료 고집하는 농협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는 출범 3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로 구성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3명으로 모두 관료 출신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관료 중 중앙 권력과 가가운 인사들로 알려졌다. 먼저 현정택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다. 그는 재정경제국 대외경제국 국장을 거쳐 여성부 차관을 지냈다.

김준규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는 서울지검 제37대 검찰총장 출신이다. 김 변호사는 서울지검에서 시작해 법무부 법무실장 등을 거쳤다.

마지막으로 금감원 출신인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그는 금감원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다.

지난 2013년 사외이사도 대부분이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4명 중 언론계 출신 허과현 한국금융신문 편집국장을 제외하면 3명 모두 관료 출신이다.

금융전문가 관료, 또 하나의 국민

금융지주그룹은 이처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퇴임을 앞둔 공무원들은 시름을 더하고 있다. 바로 개정 공직자윤리법이 적용되면 재취업길이 더욱 좁아지기 때문이다. 개정 공직자윤리법을 두고 일각에서는 기준을 강화해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이 제기 된다. 오랜 시간 금융전문가로서 일한 인재를 썩히기 아깝다는 것.

오는 3월31일부터 개정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되면 취업제한 민간기업 수는 3960개에서 1만3500여개로 늘어난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 없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은 자본금 10억 원 미만, 연간 외형거래액 1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정도다.

또한 취업제한 2년이 지나면(3월 이후 3년) 취업할 수 있다지만 취업된다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3월에 퇴직하면 취업제한 년 수가 1년이 더 늘어난다. 현직 공무원들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할 소지도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 헌법 15조에서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해 보장하고 있다. 안정행정부의 공직자윤리법이 개정해 취업제한을 하고 있지만 상위법인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지 따져 볼 필요성도 제기된다.

물론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 규정도 있다. 헌법에 규정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의해 원칙적으로 법률로서 적업선택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등 일련의 사건들로 관련 공무원과 관련 기업·기관들의 유착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무원도 국민으로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누릴 권리는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정 공직자윤리법에서 퇴임 공직자의 취업제한이 이에 해당하는지도 따져 봐야 하지 않을까. [ 시사포커스 / 박효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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