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회견 이후 급락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22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 33.2%로 최저치를 기록해 ‘세칭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이 보도가 나온 날 민주화교수협의회 소속 서울대 교수 50여명은 ‘청와대와 정부의 전면적인 쇄신만이 국가를 정상화하는 길이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현 국가 상황이 그만큼 위중(危重)하다고 본 것이다.

이들은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광복 70주년인 2015년 새해가 밝은 지 채 한 달도 넘기지 못한 지금, 온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해 실망을 넘어서서 불안과 절망을 느끼고 있다”고 개탄하고 있다.

만일 어떤 여론조사기관이 나서서 응답자들에게 박근혜 정권 하면 무슨 생각이나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르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총체적 부실 대응과 실종자 전원 사망, 경제 민주화 공약 파기, 가계부채 1,000조원, 공무원 연금개혁안 졸속 처리, 비선 실세 의혹 정윤회 문건 파동,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등 여러 가지 실태를 언급할 것이다.

한두 사람은 ‘통일대박론’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박’이란 말도 ‘꿈처럼 다가온 좋은 변화의 실현’이란 애초의 긍정적인 의미는 이제 퇴색해 버리고 사행성의 의미가 더 강해졌으니 썩 좋은 말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민족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이산가족을 비롯 한민족의 한을 키우고 있는 분단체제의 역사적 의미를 좀 더 깊고 넓게 성찰했더라면 ‘대박’이란 다소 허황되고 구체적인 대책 없이 마냥 들뜨게 하는 말보다는 더 내실 있고 미더운 말을 찾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요즘 국민들의 마음은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빈곤감 내지 박탈감이 심화됨에 따라 황량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여 삶의 질적인 행복 또는 기쁨과 직결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면서 합법을 위장한 퇴행·퇴폐적인 정보 및 컨텐츠들이 온·오프라인을 가릴 것 없이 흘러넘치고 있다. 건전한 판단력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정보 제공자가 정보 수요자를 홀리기 위해서 쏟아내는 유행성 컨텐츠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어, 그것에 중독된 아이들의 심신이 병들고 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야 하는 어른들도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제 잘못은 없고 오로지 남이나 환경 탓을 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느낌이다.

민생이 도탄이 빠진 시대의 중심에 현 정부 실세들의 오만함과 소심함이 소용돌이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오만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무릎을 맞대고 앉아 대화하거나 약하고 낮은 위치에 있는 자들의 목소리를 향해 귀를 열어 경청하려고 하지 않고 있어 국가보다는 정권의 제 앞가림만 어찌어찌 해보려는 불통 정권이란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소심하기에 정부의 각종 실책에 대해 국민들이 보기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반성과 성찰의 자세를 보여주는 대신에 초점에서 빗나간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거나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어떡하든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참 고심했고 애를 쓰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박 정권을 지지했던 영남권과 50대 지지층마저 이렇게 수차례 되풀이되는 모습에 염증이 생기면서 콘크리트처럼 굳었던 지지율이 초강력 접착제로도 다시 붙일 수 없을 만큼 균열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시국선언 서울대 교수들도 “무책임한 국정 운영의 와중에 백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의 미래 설계는 완전히 망각되고 있다”며 “이제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위기를 직시하고 청와대의 인적 쇄신과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의 전면적 개편을 당장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위기 상황을 해결하려면 위기 상황을 될수록 많은 각도와 원근법을 활용해서 입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중요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고 건성건성 보거나, 편견이나 진부한 과거의 사고방식을 적용해서 해결하겠다고 덤비거나, 자신의 안위와 허영끼 많은 욕망 충족에 마음을 쓴 나머지 문제의 한 측면만 과장 또는 왜곡하거나, 과거에 입은 심리적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서적 피해망상이나 자신에 대한 과잉보호 의식에 사로잡혀 봐야 할 것을 못 본거나 하면 위기를 해결하려는 열정적인 노력들이 도리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다양한 매체들이 잘 되라는 뜻에서 쓴소리를 많이 해서 성공을 기원해왔지만 박근혜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은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이전 대통령들의 지지율이 집권 3년차에 10%, 20%였음을 들어 그래도 아직 30%대 아니냐고 스스로 위안 삼으면서 퇴임 뒤 보신(保身)을 위한 전략적 판짜기에 급급한 나머지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사실상 방치한다면 역사의 냉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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