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문경영인 체제 대상그룹, 3세 경영 구도 가시화되나

▲ 새해 첫 날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 상무와 톱스타 이정재 씨와의 열애설이 보도되고 곧이어 사실로 확인되면서, 대상그룹 후계구도에 미칠 파장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뉴시스

새해 첫 날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 상무와 톱스타 이정재 씨가 열애를 인정하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혼한 임세령 상무와 이정재 씨와의 열애설은 그간 여러 차례 지속댔지만 열애설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둘의 열애 인정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재벌가 딸과 톱스타 연예인의 만남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슬하에 두 딸만 두고 있는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 상무와 이정재 씨가 결혼까지 골인하게 될 경우 대상그룹의 후계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대상그룹, 어떤 곳?
대상그룹은 2005년 발족한 대상홀딩스를 지주회사로 하는 기업집단이다. 1956년 1월 임창욱 명예회장의 아버지인 임대홍 전 회장이 부산시 동래구에 동아화성공업으로 출발해 최초의 국산 조미료 미원을 개발했다. 미원이 폭발적인 인기를 기록하자 회사명을 (주)미원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1958년에는 미왕산업사를 설립했고 그룹의 주력사업인 종합식품업을 비롯, 유통·무역·축산·건설·정보기술·금융·종합광고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1973년에는 국내 최초의 해외 플랜트 수출을 성공하는 등 활발한 해외사업을 전개했고 현재 핵산·아스파탐·돈육 등 발효 및 축산관련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1997년 11월 상호를 대상으로 변경했다.

대상그룹이라는 이름 자체의 인지도는 크게 높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대상그룹이 소유·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는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들이 많다. 미원, 청정원, 순창, 햇살담은, 복음자리, 홍초, 맛선생, 종가집김치 등이 대상그룹의 브랜드이고 마니커 치킨 역시 대상그룹이 운영하고 있다. 국내 40개, 해외 18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규모 자체는 지난해 재계 순위 48위를 기록한 대기업에 속한다. 임창욱 명예회장의 부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여동생이다.

대상그룹 계열회사에는 대상을 비롯하여 대상식품·대상농장·대상사료·대상수산·미원·대상하이디어·대상유통·대상정보기술·상암기획·세원중공업·세원화성·세원지텍·미성교역·UTC VENTURE이 있으며, 문화재단인 대상문화재단이 있다.

◆후계구도 어떻게 되나
이처럼 식품업 등에서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대상그룹이지만 현재 후계구도가 명확치 않은 상태가 지속돼 왔다. 현재 임창욱 명예회장은 슬하에 두 딸을 뒀는데, 아들이 없기 때문에 장녀인 임 상무가 차기후계구도에서 다소 유리해 보이지만 아직까지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임 상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혼했고, 차녀인 임상민 상무 역시 미혼이기 때문에 동양이나 오리온처럼 사위 경영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임창욱 명예회장은 2005년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그러는 사이 대상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그룹 전체의 불확실성 또한 커지고 있다. 결국 임 명예회장이 물러난 지 10년이 다 되가는 기간 동안 3세 경영을 본격화한 이후 대상은 10년째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임상민 상무가 임세령 상무에 이어 상무로 승진하면서 두 딸이 모두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업계에서는 창립 60주년을 한해 앞둔 2016년부터 대상그룹 후계구도의 윤곽이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해 왔다.

이는 임 명예회장이 임대홍 창업주로부터 창업 30년 만에 경영권 승계를 받았기 때문에 다시 30년 만에 3세에게 경영권을 넘겨 줄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이같은 시나리오는 일명 ‘30년 주기설’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자연스레 그간 임세령 상무와 임상민 상무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려 왔다. 두 자매는 2005년 이후 지분을 꾸준히 늘리면서 지분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는데 현재 동생인 임상민 상무가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상민 상무는 언니인 임세령 상무보다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고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대상홀딩스의 1대 주주로 36.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임세령 상무는 20.41%로 2대 주주다.

하지만 임세령 상무가 최근 이를 추격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임세령 상무는 지난달 처음으로 대상 주식 50억원 가량을 사들이며 지배력을 늘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 투자라는 시각과 경영권 경쟁의 신호탄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가던 동생, 추격하는 언니

▲ 차녀인 임상민 상무는 최근 내부정보 활용을 통해 100억원대의 차익을 챙겼다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임세령 상무 역시 열애 상대인 이정재 씨가 동양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핑크빛 모드’가 채 식기도 전에 암초를 만났다. ⓒ대상그룹

그동안에는 차녀인 임상민 상무가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었다. 임상민 상무는 차녀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지만 언니인 임세령 상무가 2009년 이혼한 뒤 육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경영 수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동안 후계자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가 많다.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의 지분이 언니인 임세령 상무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두 자녀가 보유한 지주회사의 지분 격차는 현재 15%에 이른다. 임상민 상무는 지난해 초 전략기획본부 상무로도 승진했다. 2012년 10월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부장)을 맡은 지 2년여 만이어서 승계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임세령 상무가 대상을 포함한 계열사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임세령 상무는 지난해 12월 5일부터 11일까지 대상 주식 15만9000주(0.44%)를 50억원 정도에 장내에서 매입했다. 이에 따라 임세령 상무는 대상홀딩스(39.53%), 대상문화재단(3.85%), 임창욱 명예회장(1.19%)에 이어 대상의 지분을 네 번째로 많이 보유한 주주가 됐다.

여기에 임세령 상무는 최근 친환경·유기농 전문 매장인 초록마을의 지분도 추가로 확보했다. 2013년까지 초록마을 대주주는 대상홀딩스(69.31%), 임세령(22.69), 임창욱(7.51%) 순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두 자매가 나란히 초록마을의 지분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대상홀딩스는 보유 중인 초록마을 지분 48만7660주(16.58%)를 임창욱 회장의 두 딸에게 넘겼다. 임세령 상무의 지분은 30.2%까지 늘어났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대상가 자매들의 후계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나란히 암초 만난 두 자매
다만 최근 임상민 상무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거센 비판과 함께 향후 후계구도에 파장이 일 가능성도 있다.

대상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상은 지난해 11월 28일 3분기 실적을 공시했는데 영업이익(325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36%나 감소하는 등 좋지 않은 성적표를 내놨고 다음 거래일 대상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같은 악화된 실적이 나오기 2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2일 임상민 상무가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의 주식 60만 주(1.65%)를 장내 매도한 사실이 알려졌다.

대상의 실적이 악화되면 대상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주가 역시 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경영권 경쟁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야 할 지주회사의 지분을 임상민 상무가 팔았다는 사실은 당시 증권가에서 무성한 뒷말이 나돌게 되는 원인이 됐다. 일각에서는 ‘신의 손’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해지고 있다. 임상민 상무는 이 거래로 130억원 상당을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까지 대상홀딩스의 지분 구도에서 언니인 임세령 상무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대상그룹 측은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지분 매각 시점이 3분기 실적을 잠정적으로 집계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타이밍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임상민 상무는) 대상홀딩스 최대주주로 그룹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가가 고점일 때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겼을 수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열애 인정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던 임세령 상무도 암초를 만났다. 열애 상대인 이정재 씨가 ㈜동향의 이혜경 부회장과 함께 배임죄 공범 관계로 함께 고발당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14일 투기자본감시센터와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는 “2009년 라테라스 건설사업에 대한 부당지원을 주도한 ㈜동양의 이혜경 부회장을 업무상 배임죄로, 공범관계인 영화배우 이정재를 배임죄로 16일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단체는 “동양은 이정재가 대주주이자 이사로 있던 서림씨앤디가 서울 삼성동에 라테라스라는 건물을 지을 때 제대로 된 검증 과정 없이 160억 원을 지원했다”며 “이 사업과 관련해 서림씨앤디는 별다른 부동산 개발 경험도 없고 우량한 자산을 보유한 기업이 아닌데도 동양이 막대한 지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동양그룹이 기업어음과 회사채 사기를 일으킨 일명 동양사태가 발생한 이후 이 부회장은 동양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림씨앤디의 채무를 독단적으로 면제해 줬다”고 덧붙였다. 이정재 씨는 2011년까지 서림씨앤디의 대주주이자 이사로 있었고 부친은 2011년부터 2012년 11월까지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2013년 10월 동양사태가 발생했다.

이정재 씨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15일 “이정재 씨가 라테라스 시행 건이나 동양 내부문제와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수차례 밝힌 바 있으며 이번 고발은 매우 당혹스럽다”며 “이정재 씨는 이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시행사나 시공사와 구체적인 거래 내용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앞으로 담당 변호사와 상의해 법률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정재 씨는 고발 내용에 언급된 라테라스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재 씨 역시 수 차례 동양사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동양사태가 수 만여명의 막대한 피해자를 양산한만큼 연루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은 편이다. 배임죄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오히려 대상그룹 후계구도에서 임세령 상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임세령 상무가 딱히 보여준 것이 없다는 평가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임세령 상무는 본인이 매입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5층짜리 건물 1~2층에서 ‘메종 드 라카테고리’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임세령 상무는 외식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동생인 임상민 상무에 비해 능력 면에서 앞서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9년 임세령 상무는 ‘터치오브스파이스’라는 아시아 퓨전 레스토랑을 오픈, 5년 내 50개 매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명동점 등이 실적 악화로 폐업하는 등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결국 사업을 접은 바 있다. 해당 레스토랑은 오픈 당시부터 레스토랑 공간으로 사용할 수 없는 옥상 부지를 불법으로 증·개축해 메인홀로 활용했던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메종 드 라카테고리' 역시 비싼 가격으로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 대상그룹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어 대상그룹의 후계 구도를 논하기에 너무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상

◆승계 논의는 이르다는 시각도
일각에서는 ‘30년 주기설’과 달리 대상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현재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임상민 상무의 나이가 34세(1980년생)로 아직 어리고 이제 갓 상무 직함을 달았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당분간 전문 경영인 체제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상은 임창욱 회장이 그룹 오너가 된 후 10년(1987~1997년) 동안 오너 경영체제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임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뒤엔 전문경영인(명협섭 사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최근 성장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는 대상그룹이 후계구도를 논할 만한 입장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특히 식품업계에 웰빙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대상의 히트상품인 ‘미원’이 ‘화학조미료’라는 낙인이 찍힌 게 큰 타격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상은 미원의 원료인 MSG(Mono Sodium Glutamate)가 우리 몸을 구성하는 필수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글 루탐산이 88%, 나트륨이 12% 들어간 발효 조미료라며 오명 벗기에 나섰지만 과연 소비자가 얼마만큼 받아들일지는 의문인 상황이다. 계열사들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대상은 2010년 식자재 유통사 ‘대상베스트코’를 설립, 식자재 전문 마트를 통해 시중 가보다 20% 저렴한 가격에 식자재 판매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한 관계자는 “식품 사업에 주력해온 대상이 식자재 유통으로 내심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겠지만 CJ프레시 웨이, 신세계푸드 등 식품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2016년 매출 5 조원을 달성하지 못하면 경영권 승계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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