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또 참사 수준의 대형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의정부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4명이 사망하는 등 현재까지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더 이상 안전사고는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더니,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국가안전처라는 초대형 규모의 신설 기관이 생겼지만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이번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국민안전처가 ‘사후약방문’ 기관이 아니라면, 이처럼 위험 요소가 많았던 곳에 대한 사전점검쯤은 했어야 했다. 보도에 따르면 건물과 건물 간격은 채 1m도 되지 않아 불길이 번지기 쉬운 구조였고, 스프링클러도 작동되지 않았다. 더욱이, 도로는 소방차 진입조차 어려워 피해를 더 키웠다고 한다.

이런 위험요소들을 사전에 점검하고 만약의 상황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게 국가안전처 아니었던가? 이번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를 계기로 국민안전처의 실효성과 역할론이 제기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 듯하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10일 이와 관련한 논평에서 “초기 진화가 제대로 안되고 건물 세 채로 번진 이유가 분명히 규명돼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까지 신설했는데도 여전히 주민밀집시설인 아파트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의 초동 대응과 사전 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 국가안전처를 애써 만든 의미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접적으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런데 집권여당의 인식은 야당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새누리당 대변인은 같은 날 현안브리핑에서 “작은 우편함에서 발생한 사고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화마로 돌변했다. 지난해 많은 인명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여전한 안전불감증이 큰 사고로 이어지는 듯해서 안타깝다”고 ‘안전불감증’에 초점을 맞췄다.

문제는 그가 지적한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는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안전점검을 사전에 제대로 하지 않았던 당국에 대한 지적이었다면, 야당의 국민안전처에 대한 문제제기와 뜻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여당 대변인의 ‘안전불감증’ 지적은 화재 사고를 당한 무고한 주민들을 겨냥한 것이 된다.

그는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의정부시는 국민안전처에 의해 며칠 전 ‘2014년 지자체 재난관리 실태 점검’ 결과 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며 “재난 안전 도시로 손꼽힌 의정부시가 이런 큰 사고를 겪는 것을 보면 역시 사고는 때와 장소, 상대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국민안전처가의 재난관리 실태 점검 자체가 부실했을 가능성은 배제하고, 사고가 발생한 주민들의 ‘안전불감증’만 지적한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가안전처에 대한 각계의 문제 제기를 방어하기 위해 피해를 입은 무고한 주민들에게 ‘안전불감증’ 탓을 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특정 기관의 노력만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주의하고 노력해야만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한 글자도 틀리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어쩐지 특정 기관에 집중될 비판의 화살을 막아주기 위한 방어 논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새해에도 또 간절히 소망한다. 제발 국민을 먼저 보고 정치를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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