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PL사업, 조직적 조사 능력과 법적 해결 능력 중요”

▲ “엔피엘 사업은 죽은 부동산을 살려 지역 경제를 살리는 사업입니다.” ⓒ 시사포커스/홍금표 기자

㈜승앤승 이승언 회장은 엔피엘(NPL) 사업가로 통한다. 엔피엘 하면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이 회장은 2013년 9월경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금융과 건설 분야를 연계해 침체된 건설 경기를 살렸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을 빛낸 21세기 한국인상 수상식’에서 건설경영공로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수상 이유에서 ‘금융과 건설 분야를 연계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는 엔피엘 사업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시사포커스>는 지난 7일(수) 이 회장의 논현동 사무실을 찾아가 부드러운 커피를 마시며 일반 독자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엔피엘 사업에 자세하게 들을 기회를 가졌다.

다음은 이승언 회장과의 일문일답.

Q. 엔피엘(NPL)이라면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A.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길거리 가다가 보면 짓다 만 건물들 많이 봤을 겁니다. 제가 알고 있기엔 이런 물량들이 줄잡아 수백개는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부실공사로 중단되거나 부도 때문에 중단된 건물도 있고, 다 지어 놓고 분양되지 않은 건물들도 있습니다. 이런 건물들이 엔피엘의 일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엔피엘은 무수익여신자산(Non-Performing Loan:NPL)이다. 금융기관의 대출원금 및 이자를 3개월 이상 연체한 금융기관의 위험자산(채권)을 가리킨다]

Q. 그렇게 짓다 말고 선 건물들이 자주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겠지요.
A.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부동산 개발 주체인 시행사의 영세성이 원인입니다. 부동산 개발주체인 시행사가 자본과 조직력에서 상당히 열악합니다. 물론 견실한 기업도 있지요.

그러나 많은 시행사가 급변하는 경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자본과 조직이 미약한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변화에 따른 위험 요인을 흡수·완화할 능력이 없지요.

거슬러 올라가면 2008년 하반기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를 맞아 한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진 것이 배경적인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금융기관, 특히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이 부동산 개발 관련해서 사업성 평가를 억지로 뜯어 맞추듯 투자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봅니다.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개발신탁회사가 시행사의 지위를 갖고 부동산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개발신탁 방식이 늘고 있다. 부동산 개발 토대가 단단해지고 있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 승앤승 이승언 회장은 2013년 금융과 건설 분야를 연계해 침체된 건설 경기를 살린 점이 인정돼 ‘대한민국을 빛낸 21세기 한국인상 수상식’에서 건설경영공로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사진은 시상식 후 한 컷. 출처=승앤승

Q. 엔피엘 사업의 수익 창출 방식에 대해서 설명해 주신다면?
A. 금융기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실행됐으나 짓다 중단됐거나 결국은 미분양된 건축물을 공매 절차를 통해 인수합니다. 짓다 만 건물이 있으면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채권을 인수하면서 시행 사업권도 인수해 잔여 공사를 마무리합니다. 다음에 건물의 사용승인을 관할 행정부서에서 얻은 뒤에 최종 매수자에게 팔아서 수익을 얻는 방식입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금융기관이 부동산개발 사업성 평가를 거쳐 사업부지매입비, 시공비 등의 자금지원을 하는 금융기법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채권 인수가는 보통 대출원금의 40%이하입니다. 이렇게 인수한 물건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게 마련입니다. 이 엔피엘 부동산에는 많은 불법 점유자들이 있으며, 이들은 개별적으로 무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이들과 만나 일일이 상대해야 합니다.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불법 임대차계약서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경찰에게 이들이 불법 점유를 하고 있다고 말해도 소용없어요. 불법이라도 임대차 계약서를 보면 경찰도 별 도리가 없습니다. 결국 어떤 사람들이 이 부동산을 불법으로 점유한 것이라 하더라도 협상을 통해 잘 살펴서 이사 비용을 대준다가거나 해서 좋게 해결해야 합니다. 불법이라고 해서 함부로 할 수가 없지요.

이런 과정을 다 거쳐서야 짓다 만 공사를 다시 지을 수 있고 분양을 시작하거나 할 수 있지요. 늘 그렇지만 여러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합니다.

하여간 이 과정에서 벼라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되는데, 아예 이쪽 ‘꾼’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한마디로 불법점유자 제조 조직인 셈이죠.

Q.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됩니까?
A. 그건 사필귀정입니다.

▲ 이승언 회장은 엔피엘 사업 성공 요인으로 ‘경제적 힘, 법적 해결 능력과 인맥’ 세 가지를 꼽았다.ⓒ 시사포커스/홍금표 기자

Q. 겉 보이는 것 이상으로 엔피엘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겠습니다.
A. 따라서 우리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철저한 조사 능력입니다. 엔피엘에 걸려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권들, 불법 유치권이라든지 돈을 눈앞에 둔 사람들의 욕망을 이해해야 합니다. 20명 정도의 조사 인력이 한 달 정도 철저하게 엔피엘에 대해 조사합니다.

요즘에도 하루에 3~4 건씩의 엔피엘이 들어옵니다. 이들 중에는 물론 전에 들어온 물건도 있지만요. 이들 물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움직이는 겁니다.

Q. 그러면 이러한 조사 과정에서 최종 매각처분까지 보통 얼마의 시간이 걸립니까?
A. 1년에서 2년 정도 걸리죠.

Q. 상당히 긴 시간입니다.
A.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문은 괜찮은 편입니다.

Q. 이 사업 성공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면?
A. 첫째 경제적 힘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조사 및 법적 해결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인맥이 넓어야 합니다. 그래야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자면 아까 얘기한 것처럼 이 사업은 부동산 담보부 엔피엘에 몰린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상대해야 합니다. 인력을 적절히 배치해서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엔피엘 사업은 지금껏 얘기한 것처럼 죽거나 죽어가는 부동산을 살려 낸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죽은 부동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음 고생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죽은 부동산을 살려내서 맺혀 있으면 풀어 사업지의 지역 경제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이해관계를 찾아서 연결시켜 준다는 뜻에서 공공적 선순환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 점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 이승언 회장은 덕담을 부탁하자“여러분 새해 주어진 시간 최선을 다하시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겁니다”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홍금표 기자

Q. 증권사 같은 데서도 이 사업에 뛰어들 것 같은데요.
A. 그들한테는 돈도 있고 조사 및 법적 해결 능력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 용역을 부리는 능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증권사 엔피엘 팀에서 이런 사업을 해야 한다고 보는데 현실이 아직은 그렇습니다.

Q. 일본의 엔피엘 사업은 어떻습니까?
A. 기타 금융선진국처럼 일본은 엔피엘 거래는 일반 금융기관의 창구에서 일반인이 직접 거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자산유동화 관련 법률의 제한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겪었으니 부동산 담보부 엔피엘 거래가 더 오래 됐다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래서인지 엔피엘 관련 부동산의 불법점유자들의 행동에도 차이가 좀 나는 것 같습니다. 일본 불법점유자들은 조직을 갖춰 대표랄까 지도자가 있어요. 그래서 엔피엘 사업하는 쪽도 조직 대표만 상대하면 되니까 명도하는 데 드는 시간 비용이 줄어들지요.

Q. 새해 계획이 있다면?
A. 엔피엘 사업 3~4건을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Q. 늘 이 시간에 묻는 질문입니다.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A.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자는 겁니다. 사업으로 본다면 여러 다른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일하자. 엔피엘 사업으로 여러 사람들이 편안히 살게 하자는 겁니다.

Q. 새해 덕담 한 마디 부탁합니다.
A. 여러분, 주어진 시간 최선을 다하시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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